# 물고기의 춤
사자는 속이 상해 견딜 수 없었다. 나날이 뜬소문으로 들려오는 백성들의 분노에 찬 아우성.
- 재판관은 부당한 처벌을 한다.
- 세력있는 자는 권력을 남용한다.
- 부자는 너무 표독스럽게 군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불평과 불만을 귀아프게 듣자, 이상 더 모른체 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사자는 영토 안을 두루 순시하러 나섰다.
한 곳에 닿았을 때, 한 농부가 낚시질하여 얻은 고기를 숯불에 익히고 있었다. 먹기 위해서였다. 불 위의 고기는 안타깝게 몸부림치고 있지 않는가. 죽음을 눈 앞에 둔 물고기는 버둥버둥 하고 있었다. 사자는 농부더러 그 큰 입을 쩍 벌려 호통을 쳤다.
"넌 뭐냐? 이게 무슨 짓이냐?"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하신 임금님이여, 소인은 이 곳에서 물 속에 사는 백성들을 관리하는 잡니다. 여기 있는 고기들은 물에서 나온 고기이며, 임금님께서 행차하시는 줄 알고 마중나와 기다리는 중이랍니다."
사자는 농부의 말에 한참 귀를 기우리고 있다가 다시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러한가? 백성들의 생각은 어때요?"
"위대하신 왕이여, 이 나라 백성은 지금 험악한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니라 천국의 생활이며 낙원의 생활을 한다해도 조금도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저희들이 하느님께 기도드릴 말씀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위대하신 임금님이 천년이고 만년이고 오래 장수하시기를 비는 것 뿐입니다. 그 밖의 소원은 더 없습니다."
농부가 한창 신이 나서 지껄이고 있는 동안 냄비 속의 물고기는 있는 힘을 다해 뛰고 있었다. 그 때 사자는 뛰며 몸부림치고 있는 물고기를 물끄러미 들여다 보면서 농부를 향해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 이 물고기들이 왜 머리를 그리고 꼬리를 쳐들고 몸부림만 치고 있는가?"
"오! 경애하는 임금님, 이 물 속의 백성들이 현명하신 임금님을 알현하게 된 것이 기뻐 춤을 추고 있는 것입니다."
사자는 그 농부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물고기들의 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만면에 웃음을 띄웠다.
- 절대 권력체제의 왕권과 간신, 그 폭정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비참한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 뻐꾸기와 산비둘기
뻐꾸기는 나무 위에 앉아서 슬픈 소리로 울고 있었다.
"아주머니, 왜 그렇게 슬퍼하십니까? 즐거운 봄이 다 가서 그러나요? 그 봄과 함께 우리들의 사랑이 식어졌다는 겁니까, 아니면 해가 짧아지고 추운 겨울이 다가오기 때문입니까?"
옆가지에 앉아 있던 산비둘기가 다정스럽게 물어 보았다.
"이 가엾은 신세를 어찌 슬퍼하지 않고 배기겠소. 어디 생각이라도 해보셔요. 나는 지난 봄에 그야말로 행복하게 지내면서 아기 엄마가 되었지요. 그렇건만 내 아기들은 조금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군요. 내가 아기들한테서 이런 대접을 받을 줄은 몰랐답니다. 아기들이 엄마 곁에 다가와서 매달리고 노는 것이나 병아리가 엄마 부르는 소리에 소낙비처럼 우루루 달려오는 것을 보기만 해도 부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군요. 나는 외로운 몸이 되어 늘 이렇게 혼자 앉아 있어야 하니 아기들 생각이 절로 나고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가를 깨닫게 돼서 그런답니다."
"애그 딱도 하셔라, 정말이지 자식들이 따르고 어머니를 좋아해 주지 않는다면 난 못살것 같아요. 그런데 참 한가지 물어봅시다. 뻐꾸기님도 아기를 낳으셨던가요? 보금자리를 아직 보지 못했는데 언제 아기 기를 집을 만들었어요?"
"그야 비둘기님도 생각을 해보셔요. 화창한 날씨에 이 산 저 산으로 노래 부르며 다니고 싶지 누가 컴컴한 집안에 들어 앉아 있겠습니까? 어디 그럴 수 있어야지요. 그래서 알은 다른 새집에다 낳아두고 거기서 깨어 자라게 했지요."
"그래서 무슨 자식의 사랑을 바라는 거요 뻐꾸기님은 욕심도 많으셔......"
산비둘기는 뻐꾸기에게 힐난하며 고개를 돌렸다.
- 뻐꾸기는 둥지를 짓지 않는다. 산란기에 남의 둥지에 숨어들어 그 곳의 알을 없애고, 대신 자기 알을 낳아 위탁 육추(委託育雛)시킨다. 그래서 인간 세상에서는 배은망덕한 자, 또는 사회적 기생충이라고도 한다. 세상의 아버지 어머니시여, 이 이야기는 여러분을 위해 있는 겁니다. 아이들이 부모를 공경하지 않고 사랑을 갖지 않는 것은 물론 잘못입니다. 그러나 만약 아이들이 당신들과 일단 헤어져서 남의 집에서만 컸다면 당신이 나이를 먹고 더 늙었을 때 자식들의 위로를 받지 못한다고 원망할 수 없지 않을까요?
# 사자와 표범
전쟁이 있었다. 사자와 표범의 괴상한 싸움이었다. 그 전쟁은 당초에 이유를 갖고 있었다. 숲과 굴과 그리고 골짜기로 해서 싸움이 벌어진 것이었다. 싸움의 이유나 이치는 그들로 하여금 따질 수 없는 성질을 내포하고 있었다. 사실 힘이 센 자는 언제나 이치를 따지는, 옳고 그른 것을 결정하는 능력이 마치 장님과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의 사유의 정부당성은 싸움의 끝장에서 결정되기 마련이었다. 반드시 이기는 자의 지론은 언제나 옳고 바른 것이었다.
그러니까 늘 싸움만 떠벌리고 있을 수는 없는 그들이었다. 어느 한 쪽이 이기거나 지거나 해야 이치의 옳고 그름을 판가름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계속 싸움만 하지 못할 이유 하나가 생겼다. 그것은 우선 발톱걱정이었다. 이렇게 싸우다가는 남아 있을 발톱이 없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모든 사유는 이치로부터 따져 해결점을 찾기로 약속한 것이었다. 일체의 무력은 정지하고 세상 습관을 따라서 다음 전쟁이 일어날 때까지 평화조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상호간에 빨리 비서관을 임명해서 비서관들의 머리로 모든 일을 판단하여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표범이 이렇게 사자를 보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말을 끄집어 내었다.
"가령 나는 비서관을 고양이로 정하고... 그 짐승은 겉보기에는 좀 나쁘지만 마음씨는 고운 짐승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비서관으로 나귀를 쓰는 것이 어떻습니까? 나귀는 신분도 좋으며, 사실 어디고 쓰일 수 있는 짐승입니다. 이 말은 공허한 말이 아니라 사실임을 장담합니다. 당신의 그 어떤 부하를 다 모아 놓아도 나귀의 발톱 하나의 가치만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나는 고양이를, 당신은 나귀를 비서관으로 임명해서 그들이 처리하는대로 맡겨 둡시다."
사자는 표범의 말을 적극 찬성했다. 그러나 나중에 비서관을 낼 때, 표범은 고양이를 쓰지 않고 여우를 비서관으로 내세웠다. 세상일을 훤하게 들여다 보고 있는 사자는 독백처럼 이렇게 말을 내뱉았다.
"적이 내게 좋은 것이라고 정해주는 것은 의례히 나쁜 것이다."
- 그렇다! 사자의 이 말이 이 우화의 정곡(正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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