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세계

끄르일로프의 우화8) 원숭이와 거울/원숭이의 안경/코끼리타령

如岡園 2012. 11. 5. 10:44

          # 원숭이와 거울

 원숭이가 거울을 들고 있었다. 거울에 담긴 제 얼굴을 보고 한쪽 발로 옆에 있는 곰의 허리를 꾹 찌르며 말했다.

 "저 꼴을 좀 봐, 정말 보기 싫은 얼굴인데 게다가 시무룩해 있는 상판이란 참 두 번 다시 보기 싫어! 내가 만일 저런 꼴과 비슷하다면 그야말로 비관하거나 목매어 자살이라도 하겠어, 하지만 우리 원숭이들 가운데는 저렇게 찌그러진 얼굴을 갖고 있는 놈이 대 여섯쯤은 있을거야, 누구라고 손을 꼽을 수도 있으니까!"

 "뭐 일부러 다른 원숭이를 들 것까진 없어, 제 얼굴을 생각해 봐, 더 빨리 알게 될 거야, 남의 흉은 무슨 흉이야."

 그런 곰의 충고는 원숭이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 이런 일은 세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누구나 자기의 결점은 잘 모르지만 남의 흉은 곧잘 볼 수 있다. 남의 흉을 보기보다 먼저 제 허물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람은 남의 충언에 감사하지 않고 싫어하는 본능이 있다. 그것이 인간을 망치는 근본 원인인 줄은 다 뻔하게 알면서도 듣지 않는다.

 

          # 원숭이와 안경

 늙은 원숭이가 있었다. 나이에 따라 눈이 점차 어두워졌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그런 문제는 없다는 것이었다. 안경만 있으면 그만이란 것이었다.

 원숭이는 반 타스가 되는 안경을 구해냈다. 여섯개나 되는 안경을 구한 원숭이는 이것들을 가지고 머리 위에다 얹어보기도 했고 꼬리에다 걸어보기도 했다. 안경을 코밑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기도 했다. 혀로 핥아보기도 했다.그러나 원숭이는 안경에게서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앞이 안보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었다.

 "망할 놈의 안경!"

 원숭이는 화를 벌컥 냈다.

 "사람들이 함부로 지껄이는 소리에 미쳐 안경을 구한 내가 어리석었지, 안경을 쓰면 눈이 밝아진다니 그런 새빨간 거짓말엔 다시 안 속는다."

 원숭이는 분통이 터졌다. 그리하여 속은 자신을 억제하지 못해 안경을 죄다 부셔버렸다. 안경은 산산조각이 났다.

 - 아무리 소중한 물건일지라도 그 가치를 모르면 제멋대로 과소평가하는 것이 세정이렷다. 불행하게도 세상엔 원숭이와 같은 짓이 적지 않다.

 

          # 코끼리타령

 한 번 코끼리가 사자에게 잘 보인 일이 있었다. 사자가 코끼리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숲속에 퍼지자 온 숲의 짐승들은 이 이야기로 공론이 분분했다.

 (도대체 코끼리의 어디가 좋아서 사자의 마음에 들었을까?)

 뭇짐승의 생각은 가지각색이었다.

 "특별나게 예쁘거나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귀염을 피우는 짐승도 아닌데 어디가 그렇게 좋았을까?"

 여우가 열심히 지껄이다가 무엇인가 생각한 듯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말을 이었다.

 "코끼리가 그나마 내 꼬리 같은 훌륭한 꼬리라도 가졌더라면 사자의 사랑쯤 받는대도 이상할 건 없는데?"

 여우의 말을 가로채며 곰이 나섰다.

 "그렇지만 여러분, 그나마 코끼리에게 발톱이라도 있었다면 사자의 사랑을 받을지라도 누구나 놀랄 건 없을 거 아니에요. 하지만 그 녀석에겐 나와 같은 발톱이 없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 아니오?"

 "아니야, 그 녀석은 그 어금니로 용케 사자의 사랑을 받은 걸 거야."

 황소가 참견을 했다.

 "......아마 그 어금니를 뿔인 줄 잘못 알고 사자가 좋아했을 거야."

"하하하......"

 이번에는 나귀가 앙천대소를 했다. 그리고 나섰다.

 "......코끼리란 놈의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사자가 좋아하게 되었는지, 즉 다시 말하자면 그 놈이 뭣 때문에 높은 지위를 얻게 되었는가 하면, 그건 내가 알고 있지, 그 놈이 길다란 귀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 귀가 아니면 절대로 사자의 맘에 들진 못했을 거예요."

 - 함부로 하는 말에도 뼈가 있다. 예사롭게 남의 얘기를 주고 받는 데도 반드시 한 번쯤 제 자랑이 끼이는 게 누구나의 본능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