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세계

이솝 우화1) 사자와 쥐/산토끼/암탉과 제비

如岡園 2012. 12. 25. 12:22

          # 사자와 쥐

 사자는 잠을 깨었다. 무척 배가 고팠다. 때마침 발 아래에 있는 한 마리의 쥐를 발견한 사자는 그 놈을 한 입에 삼켜버리고 싶은 식욕을 느꼈다. 순간, 사자의 눈치를 알아차린 쥐는 사자를 쳐다보며 애걸하기 시작하였다. 그것도 간절한 목소리로 빌었다.

 "나의 목숨만 구해 주신다면, 아 사자님이시어! 나는 진정 당신에게 그 은혜를 보답하겠습니다."

 통사정하는 쥐를 본 사자는 빙그레 웃으며 그 포로를 즉시 석방시켜 주었다.

 그 얼마 후였다. 전날 쥐가 사자에게 당한 것처럼 그 위대한 사자도 포수들에게 생포되었다. 포수들은 튼튼한 밧줄로 사자를 묶어 놓고 운반준비를 하러 가버렸다. 그 때 사자의 우렁찬 신음소리를 듣고 달려온 것은 쥐였다. 쥐는 밧줄을 그 연약한, 그러나 날카로운 잇빨로 끊어 왕초포로를 풀어주었다.

 "당신은 비웃었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은혜를 보답하겠다던 그 생각에 말입니다. 그러나 지난날 내가 당신이 고마왔던 것처럼 당신이 나를 고마와하게 된 것을 당신은 슬퍼하시는구려."

 - 약한자도 강한자와 똑같은 지위에 있다.

 

          # 산토끼

 울창한 산림의 깊숙한 곳에 토끼 한 떼가 살고 있었다. 하나의 나뭇잎이 떨어져도, 바람결에 바삭바삭 소리만 나도, 그리고 다람쥐가 나무에서 곡예를 부리다가 약한 나무가지의 꺾이는 소리가 들려와도 그들은 깜짝깜짝 놀라며 떨고 있었다. 토끼들은 그만큼 겁장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날이었다. 온 숲의 나무는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산토끼들은 몹시 놀라서 지금까지 자기들 집이었던 그 숲을 떠나려고 짐을 꾸리기에 바빴다. 

 "아! 비참한 건 우리들의 처지로군. 한번도 마음놓고 먹을 수가 없고 안심하고 자지도 못하고, 그림자에도 깜짝 놀라며 나무의 부스럭 소리에도 가슴을 두근거리며 도망쳐야 하니 차라리 죽는 편이 좋겠다. 저기 있는 호수에 투신이나 하자."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심전심이었다. 그러나 호숫가에 왔을 때, 마침 수십마리의 개구리들이 뚝 위에서 울고 있었다. 개구리들은 토끼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겁많은 산토끼들은 풍덩풍덩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나 개구리들이 물 속에서 잠수하고 있는 것을 본 영리한 토끼는 이런 말을 내놓았다.

 "가만히 있자, 여기 우리보다 더 겁많은 동물이 있다. 그들은 우리를 무서워하니 우리들의 처지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비참한 거이 아닌지 모른다. 아마 우리가 바보였나 보다 아무런 위험도 없는데 그저 놀라기만 하는 개구리처럼 어리석었다. 그러니까 우리들의 운명을 잘 이해하고 그 운명대로 살아가자."

 그리하여 토끼들은 다시 그 숲 속으로 되돌아왔다.

 

          # 암탉과 제비

 암탉이 몇 개의 알을 주웠다. 암탉은 가련한 마음이 앞서 그 알을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그러나 그 알은 독사의 알이었다. 그리하여 뱀새끼들이 알 밖으로 나왔다. 지나가던 제비가 이를 복 멈추었다. 

 "너 참 어리석은 동물이구나, 뱀의 알을 까다니...... 저 뱀새끼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너부터 먼저 깨물 터인데, 너는 그걸 몰랐지!"

 "그러면 내가 착한 일보다 해로운 일을 더 했단 말인가?"

 암탉은 흉한 뱀새끼들을 보면서 말했다.

 "그렇다!"

 제비는 이렇게 말하고는 날아가버렸다.

 - 좋은 판단은 생각없는 친절보다 낫다.

 

이솝 이야기를 처음 대하는 것은 어린 시절이다. 그러나 막상 그 진의(眞意)를 깨닫게 되는 것은 인생을 한창 살아본 다음이다. 2천 년 전 한 노예의 신분이었다는 이솝의 동물 이야기가 시공과 노소를 초월하여 오늘날까지도 읽혀지는 이유는, 동물에 빗대어진 재미있는 이야기로 인간사를 알레고리화 하고 있다는 점에서일 것이다. 이솝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동물들은 오늘날의 인간들이 그렇듯이 모두 다 자기 나름의 이유와 철학이 있다. 이솝의 우화에서 느끼게 되는 것은 오늘날의 인간이나 2천 년 전 이솝 시대의 인간들이나 별로 다른 것이 없고, 한걸음 더 나아가 이솝이 호흡을 같이 했었을지도 모를 옛날 동물들의 생활이나 오늘날의 인간의 생활 또는 행위에도 그리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솝 이야기는 인간 심리의 생생한 원색판 사진과도 같다. 누구나 알 수 있는 평범하고 재미있고 그러면서도 인간생활을 쉽게 풀이해 주는 인간심리의 만화경(萬華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