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잔화(金盞花, Calendula)
중국에 전염병이 유행하던 때, 젊은 의사가 꿈에서 동쪽 들에 핀 꽃으로 약을 쓰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하는 암시를 받는다.
그는 잠에서 깨어난 후, 꿈에서 가르쳐 준 대로 동쪽으로 가 들에 핀 노란 꽃을 달여서 환자에게 먹였더니 무서운 전염병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병을 앓던 많은 환자가 완쾌되었기 때문에 젊은 의사는 졸지에 시의(侍醫)로 출세하게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바로 그 꽃이 금잔화였다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는 금잔화에 관한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 시시리의 계곡에 어릴 적부터 해의 신 아폴로를 섬기던 한 청년이 살고 있었다. 청년은 어릴 적부터 아폴로를 숭배하였고, 차츰차츰 나이 들며 숭배의 도가 지나쳐 태양이 지평선으로 숨으면 슬퍼 눈물을 흘릴 지경이 되었다. 그러다가도 날이 밝아 태양이 나타나면 뛸 듯이 기뻐하고는 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질투를 느낀 구름의 신은 여드레 간이란 긴 시간을 햇님의 얼굴을 가려버렸다. 청년은 태양을 몹시 그리며 안타까와하다가 죽고 말았다.
구름이 걷히고 햇님이 얼굴을 내밀고 보니 청년은 안츄스의 연못가에 시체가 되어 있었다. 아폴로는 이 청년의 죽음을 구슬피 여겨 언제나 해를 그리던 그의 마음에 추억만이라도 남으라고 그를 황색빛의 꽃으로 만들었다. 이꽃이 금잔화였던 것이다.
이 꽃은 금송화 또는 옥동동화라고도 부르나, 보통 흔히 쓰는 꽃 이름은 금잔화(또는 금전화)로 통한다. 꽃빛이 돈과 같이 노랗고 둥근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이처럼 예쁜 꽃에 돈과 결부시킨 속된 이름이 왜 붙여졌는지 유감스럽다.
문일평씨는 그의 저서 <花下漫筆>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금전이 인류계에 있어서는 총애를 받으나, 꽃세계에 있어서는 무용의 장물(長物)이며 만일 이것으로서 꽃의 이름을 짓는다면 이는 꽃을 더럽히는 셈이다. 그러나 천하가 아방궁으로 누구나 이 꽃을 모두 금전화(金錢花>金盞花)라고 일컬어 이제 갑자기 변경할 수도 없게 되었은즉, 우리는 이 이름을 떠나서 꽃만 완상하면 그뿐인가 한다."
금잔화의 매력은 역시 노란빛을 띤 둥그런 꽃모양이라 할 것이다. 타는듯이 빛나는 노란빛, 우리는 그 빛깔에 매료되고 만다. 그 노란빛은 5월의 밝은 태양을 상징하기도 한다.
국화꽃 같기는 하나 그보다는 더 강렬하고, 민들레꽃 같기도 한 부드러운 꽃과 솜털같이 고운 털이 돋아난 잎은 짙은 꽃빛으로 인해 꿋꿋한 인상을 준다.
금잔화의 꽃말은 '비애', '비탄'이다.
# 다알리아(Common dahlia)
나폴레옹의 첫 황후 죠세핀은 파리 교외의 마르메즌의 저택에 장미와 다알리아의 훌륭한 품종을 모아 놓고 만개할 때에는 원유회를 열고는 했다. 천하의 신사 숙녀를 불러 모으기는 했으나 황후는 한송이의 꽃에도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시녀 중 한 명이 한송이의 다알리아를 갖고 싶어 했지만 황후에게 거절당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 보복으로 자기의 정원에 다알리아를 만개시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생각으로 애인인 젊은 폴란드 귀족을 설득시켜 황후의 정원사를 많은 돈으로 꾀어내 구근을 손에 넣어 꽃을 만개시켜 자랑했다.
그 소문이 죠세핀의 귀에 들어가자 황후는 정원사를 해고하는 동시에 시녀와 폴란드 귀족을 파문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때부터 다알리아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고 전해 내려 온다.
다알리아라는 이름은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의 동생 '안드레 다알'에서 연유하여 이름붙여진 것이다.
다알리아란 학명으로 우리들은 통상 부르고 있다. 일명 '천축(天竺)모란'이라고 한다. 꽃 모양이 마치 모란과 같이 농염할 뿐만 아니라, 이 꽃이 천축(인도)이라는 국가에서 건너왔다고 믿는 데에서 유래된 것인 듯 싶다.
그러나 멕시코가 이 꽃의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는 일본을 거쳐 들어왔다. 여름 화단에서 흔히 대할 수 있는 다알리아는 서민들이 즐겨 가꾸는 꽃이라 할 수 있다. 꽃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신선한 하늘과 대조를 이루며 피어 있는 품이 대견스럽다. 이 꽃의 흠이라면 여느 꽃과 달리 우아한 데가 없다는 점과 향기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칸나처럼 자른 뒤에 기다리는 지루함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글라디올러스처럼 구근 한 개에 꽃 한 점이라는 아쉬움도 없다.
다알리아의 꽃말은 '감사'이다.
# 엉겅퀴(Plumed thistle)
옛날 스코틀랜드는 덴마크의 침입을 받아 전쟁을 시작했지만 전황은 불리했다. 그런데, 기밀을 탐지하려고 성곽 가까이 접근해 오던 적병이 엉겅퀴의 가시에 찔려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스코틀랜드군에게 사로잡히게 됐다. 사로잡은 적병을 신문한 스코틀랜드군은 적병의 상황을 자백받고 역습을 해 승리를 거두었다. 그때문에 스코틀랜드에서는 엉겅퀴를 '구국의 꽃'으로서 국화로 삼았다고 한다.
꽃도 꽃이지만 엉겅퀴만큼 험상궂고 위협적인 잎을 가진 꽃도 그리 흔하지는 않으리라. 톱니진 잎 끝마다 날카롭고 단단한 가시가 있어 슬쩍 닿기만 해도 사정없이 찌른다. 마치 수절하는 여인네가 가슴에 은장도를 품고 누가 접근하면 위협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꽃잎이다.
홍자색으로 핀 꽃은 끈적끈적한 포에 싸여 있어 야무진 인상을 안겨준다. 그러나 꽃은 톱니바퀴같은 잎에 의해 제대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인상이 짙다.
엉겅퀴는 험상궂고 날카로운 위협적인 가시 투성이의 잎이 생명이며 그 잎도 자주 대하다 보면 친밀감마저 느끼게 한다. 엉겅퀴 중에서도 잎에 가시가 없는 것도 있다. 그러나 그 잎은 어딘가 어설퍼 보이고 보는 이로 하여금 강인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 엉겅퀴는 역시 가시가 돋아난 잎에 매력이 있다.
코린도식 원주(圓柱)장식을 눈여겨 보면 원주에 잎사귀가 퍼진 듯한 모양을 한 것이 많다. 그 유래는 옛날 그리이스의 코린도식 건축물의 창시자인 가리마구스가 우연히 무덤이 있는 묘비 옆을 지나다가 힌트를 얻은 데서부터 시작된다.
어느날 가리마구스는 무덤이 있는 묘비 앞을 지나다가 유물을 담은 돌바구니 밑으로 엉겅퀴가 돋아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엉겅퀴는 돌바구니에 눌린채 사방으로 퍼져 있었다.
이를 본 가리마구스는 무릎을 치며 뛸듯이 기뻐했다. 그는 이 돌바구니와 엉겅퀴의 조화에서 암시를 얻어 고안 중이던 코린도의 대건축에 원주를 바구니로 하고 그 주위에 잎을 장식했던 것이다.
그때문일까, 이 꽃의 꽃말은 '의장(意匠)', 근엄 등으로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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