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 꽃의전설

목련/작약/라일락

如岡園 2013. 4. 5. 23:27

          # 목련(木蓮, 흰색-Yulan, 보라색-Magnola)

  따사로운 봄바람의 꼬리를 물고 제일 먼저 봄소식을 전해주는 꽃이 목련이다.

 북쪽 방향을 향해 아기의 주먹만한 탐스러운 꽃망울을 보고 있자면 풍요로운 마음의 여유를 느낀다.

 하룻밤 사이에 잎도 피지 않은 가지에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예쁜 꽃은 아기의 활짝 웃는 얼굴처럼 귀엽기조차 하다.

 반면에 해를 등지고 북쪽을 향해 있는 모습은 시무룩하니 무슨 고민이라도 안고 있는 것 같아 애처롭다.

 그러나 그 이유인즉, 해를 못 받는 겨울 내내 북쪽은 발육이 더디고, 해를 잘 받는 남쪽만이 성장률이 빨라 이런 기현상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와같이 목련의 꽃망울이 북쪽을 향한다는 데 얽힌 전설이 전해 내려 온다.

 옛날, 하늘나라 왕에게 딸이 있었는데 워낙 미모가 뛰어난지라 많은 귀공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공주는 그들 귀공자에게는 관심이 없고, 북쪽 바다지기의 사나이다운 늠름한 모습에 그만 홀딱 반하고 있었다.

 남몰래 궁을 빠져나온 공주는 바다지기를 만나러 북쪽으로 갔다. 먼 길을 물어 바다지기를 찾아와 보니 이미 그에겐 아내가 있었다. 공주는 자신의 안타까운 심정을 달래지 못하고 비관하여 바다에 몸을 던졌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흉악한 바다지기도 마음이 동해 공주의 죽은 시체를 고이 묻어 주었다. 그리고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아내에게 잠자는 약을 먹여 아내마저 고이 잠들게 하고는 홀로 살았다.

 그 후 하늘나라 왕은 이 사실을 알고 공주는 백목련(白木蓮)으로, 바다지기의 아내는 자목련(紫木蓮)으로 만들었다 한다.

 그리하여, 아직도 미련이 남아 소담한 목련의 꽃봉오리는 피워 보지도 못하고 시들은 자신의 얼굴을 바다지기가 살고 있던 북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군방보의 <속신선전>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있다.

 북해간군(北海干君)이 문둥병에 걸려 병을 고치려 애태울 때, 한 약장수가 이렇게 말했다.

 "매일 잊지 말고 목련나무 밑으로 오면 무엇인가 얻을 수 있을 것이요."

 다음날 날이 새기가 무섭게 그곳을 찾아가 보니 약장수가 두 개의 봉서(封書)를 건네 주었다. 북해간군은 봉서에 적힌대로 행하였더니 병이 나았다고 한다.

 글쎄, 근거없는 이야기이기는 하나 목련꽃 그늘 아래에 앉아 있노라면 풍요로운 흰봉오리와 짙은 향기가 비방(秘方)을 자득(自得)하게 해 주는 것이나 아닐는지...... 정신이 맑아지고 새상살이의 근심이 없어지니 그것이 처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연모(戀慕)' 또는 '장려(壯麗)'라는 꽃말을 가진 이 꽃은 꽃 모양이 연꽃을 닮고, 그 꽃이 땅위의 나무에 핀다고 하여 '목란(木蘭)'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목련의 향기는 난초처럼 싱그러운 향기라고는 할 수 없다. 사람을 유혹하는 듯한 매혹적인 향기라고 표현하는 편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때문에 장미나 레몬 따위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혹적인 향수를 이 꽃에서 뽑는다.

 

          # 작약(芍藥, Chinese paeony)

 함지박처럼 소담하게 피므로 함박꽃이라고도 한다. 모란과 엇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다만 모란은 목본(木本)으로 원줄기가 나무이고, 작약은 초본(草本)으로 원줄기는 풀이다.

 그리스에 작약에 대한 이런 전설이 있다.

 저승의 왕인 푸르돈은 천하장사이며 불사신인 헬라클레스를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헬라클레스가 저승으로 내려와 발을 들여놓으려 하자 푸르돈은 적극 반대하고 나선다.

 헬라클레스가 내려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기야 불사신이 저승에 오면 저승의 질서는 어지러워진다. 그러니 푸르돈은 텃세를 할 수밖에......

 그래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받친 헬라클레스는 활을 쏘아 푸르돈이 피를 흘리게 된다. 위급해진 푸르돈은 하늘로 급히 올라가 신의 의사인 페온에게 살려달라고 간청한다. 그러자 페온은 올림퍼스 산에서 작약을 캐어다 그의 큰 상처를 낫게 한다.

 작약을 영어로 페오니라고 하는데, 이 꽃을 캐다가 약으로 효과를 본 페온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페오니(작약)'는 약초를 뜻하는 것이다.

 동양의 한방에서도 작약 뿌리는 약재로 요긴히 쓰이고 있다. 

 <고려사>를 보면 충렬왕 23년 5월에 노국공주에 대한 이런 기록이 있다.

 "어느 날 수령궁 향각 뜰을 거닐다가 작약이 만발한 것을 보고 시녀로 하여금 그 한송이를 꺾어오라고 했다. 그 꽃을 받은 공주는 한참동안 감상하다가 결국 흐느껴 울고 말았다."

 멀리 떠나 온 고국에도 한창 피어 있을 작약을 생각한 것이다. 그 뒤로 그녀는 몸져 자리에 눕게 되고 끝내는 숨지게 된 것이다.

 문일평의 <花下漫筆>에는 작약에 대해 꽤나 자세히 쓰고 있다.

 "본래 깊은 산에 자생하는 꽃으로 흔히 뜰에 즐겨 심어 완상하지만 조선 고유의 작약은 그 종류가 얼마 되지 아니하여 겨우 홍색과 연분홍색이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작약의 종류가 참 많아 작약의 빛깔도 노랑, 빨강, 보라, 하양 등 여러 색으로 나뉘어, 노랑에 7종류가 있고, 빨강에 21종류가 있으며, 보라에 6종류가 있고, 하양에 5종류가 있어 이것을 통틀면 작약이 거의 40종류에 이르는데, 그 중에도 가장 고급품은 어의황(御衣黃)과 관군방(冠群芳)이라 한다."

 작약의 꽃말은 '분노'와 '수치'이다.

 

          # 라일락(Lilac)

 가장 로맨틱한 꽃! 꽃 모양에서나 향기에서나 라일락을 두고 한 말로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정처럼 맑은 연보라빛 또는 흰빛으로 꼬투리져 피어 있는 꽃이며, 하트형 푸른 잎이 많이 달린 건장한 꽃나무는 늦봄 훈풍에 감미로운 향기를 실어 사람들을 유혹한다.

 라일락은 향기가 짙어 마을 어귀에만 들어서도 멀리 떨어진 어느 집에 심겨진 꽃임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짙으나 역하지 않고 달콤하게 느껴지는 그 향기는 잊었던 나른한 봄날의 추억을 되살아나게 한다.

 라일락의 향기는 소녀의 향기라고도 할 수 있다. 젊고 강렬한 향기, 그러나 인상을 찌푸릴 정도의 독한 향기가 아닌 청량제와도 같이 가슴을 후련하게 해 주는 향기인 것이다.

 젊은 날에 대한 추억은 그 추억의 강도가 라일락의 향기처럼 짙고 강렬해서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다.

 라일락은 이국적인 꽃처럼 느껴지나 우리하고도 친숙한 꽃이다. 우리나라의 황해도 지방에는 라일락과 비슷한 수수꽃다리라고 불리는 꽃이 자생하고 있다. 그 꽃도 라일락과 마찬가지로 흰빛과 연두 보라빛의 맑은 꽃을 피운다. 

 라일락(Lilac)이라는 이름은 영국에서 붙였으며 원래는 아라비아어의 이름인 라일락(Laylak)에서 온 것이라 한다. 한편 학명인 시링가(Syringa)는 그리스어의 파이프(관)라는 뜻인데, 이 나무를 피리의 재료로 쓴다는 데서 생긴 이름이라 한다. 

 프랑스에서는 미신처럼, 흰 빛 라일락은 청춘의 심볼로서 젊은 여성 외에는 몸에 지니지 않는 것이 신상에 좋다고 여겨지고 있다. 반면에 영국에서는 이 꽃을 몸에 지닌 여자는 결혼 후 반지를 끼고 있지 못할 것이라는 속담도 있다.

 그때문일까? 약혼자가 마음에 안들면 이 꽃 한송이를 약혼자에게 보내 결혼할 의사가 없음을 나타내어 약혼의 파기를 종용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라일락은 역시 여성들의 전유물인 듯 이 꽃의 향기를 향수로 사용한다.

 라일락의 꽃말은 '청춘', '젊은날의 회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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