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를 점두(店頭)에다 걸어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판다함이니, 표방하는 바와 실지가 판이함을 말한다.
이 말의 원형은 양두를 걸어놓고 마박(馬膊)-즉 말의 건육(乾肉)을 판다고 돼 있다. 후한의 광무제가 내린 조서(詔書)에 있는 말이요, 또한 제나라의 명신 안자(晏子)의 말에는 쇠머리를 문에 걸어놓고 말고기를 판다고 되어 있다.
그 유래인즉-
제나라의 영공(靈公)은 남장려인(男裝麗人)을 좋아하여 궁녀들에게 온통 남장을 시켰다. 그랬더니 여염집에서도 여인들이 남장을 하는 것이 유행이 되자 영공은 엄한 금령(禁令)을 내렸으나 효력이 없었다.
"금령의 효력이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인고?"
영공이 안자에게 물으니,
"궁중에서는 남장을 시키면서 밖에서는 금하시니 그것은 마치 쇠머리를 문에 걸어 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짓이나 같은 이치이기 때문이올시다."
쇠머리를 쇠뼈로 표현한 글도 보인다. 후한의 광무제 때 선비인 유향(劉向)의 저서에 의하면 쇠뼈를 문에 걸어놓고 말고기를 파는 짓이나 같다고 돼 있다.
어느 것이나 뜻은 같거니와, 소가 되었다 양이 되었다 하는가 하면, 말고기가 되었다 개고기가 되었다 하는 점이 재미있다.
제(齊)나라의 선왕(宣王)이 희생으로 바쳐질 소가 도살장으로 끌려가며 얼떨거리는 양이 측은하여 소 대신에 양을 희생으로 바치도록 분부하였다.
맹자는 이 얘기를 전해듣고, 측은하기는 소나 양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냐 하였다.
표방하는 바와 실지가 다른 행동을 하고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철면피가 횡행하는 현실이라면 살맛이 날 수 있을까.
# 촉견폐일(蜀犬吠日)
견식(見識)이 좁은 사람이 탁월한 언행을 보면 알지 못하는지라, 의아스러워서 비난 공격함을 일컫는 말이다.
촉나라 땅(중국 사천성)은 사방이 높은 산으로 에워싸이고 구름과 안개가 많은 까닭에 일년중 대낮에도 해를 보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어쩌다 해가 나타나면 개들이 수상쩍어서 짖어댄다는 것이 '촉견폐일(蜀犬吠日)'이다.
월(越)나라는 남쪽이므로 눈[雪]이 드문 까닭에 월나라의 개는 눈을 보고 짖는다는 말도 있다(越犬吠雪).
또한 오나라는 남쪽의 더운 고장이기에 소가 달을 보고서도 열을 내뿜는 태양인 줄 여기고 헐떡거린다는 말도 있다(吳牛喘月).
탁월한 언행을 알아보지 못하는 견식이 좁은 사람의 무모함! 현대에서라고 뭐 크게 달라진 것이 있을까.
# 비육지탄(비肉之嘆)
비육이란 넓적다리의 살인데 무사가 말을 타고 싸움터를 쏘다니면 넓적다리의 살이 내린다. 그런데 넓적다리의 살이 쪘음을 한탄한다는 것이니 무사가 공명을 세울 기회가 없음을 한탄한다는 것이다.
건안(建安) 원년(서기169) 조조는 스스로 대장군이라 칭하며 조정의 실권을 쥐고 있었다.
그 무렵 유비는 차츰 혹성(惑星)으로서 주목을 이끌었으나 조조의 충동거림으로 인하여 협공을 당한 나머지 조조에게 기탁해 있는 처지였다.
유비는 한실(漢室)의 후예로 자처하며 한실의 부흥을 뜻하고 있었기에 차기장군(車騎將軍)과 결탁하여 조조를 죽이려는 음모가 드러나 가까스로 도망쳐서 방랑생활이 시작되었다. 이윽고 유비가 정착한 곳은 형주(荊州)의 유표(劉表)의 휘하였던 바, 유표는 천하를 넘어다 볼만한 그릇이 아니었기에 유비는 한낱 그의 객장(客將)으로서 작은 성을 지키고 있는 형편이었다. 나이는 이미 50이 가까왔으니 어느 세월에 천하를 제패하고 한실의 부흥을 이룰 것인가.
그날도 유비는 유표와 술을 마시다 말고 변소에 갔다가 제 넓적다리에 살이 쪘음을 알고 놀랐다. 키가 7척 5촌, 서면 손이 무릎 밑까지 내려오는 거인이건만 자리에 돌아와서 눈물을 흘렸다.
"대체 웬 일이시오?"
유표가 묻는 말에 유비는 대답하였다.
"내 넓적다리에 살이 찐 것을 한탄하는 것이오. 헛되이 세월만 보내어 어느덧 늙어가려 하는데......"
유비의 비육지탄은 몇 해 더 계속되다가 적벽의 싸움(赤壁大戰)에서 용명을 날리고 이태 후에는 양자강 중류의 요충인 강릉으로 진출, 드디어 촉한제국(蜀漢帝國)을 세우니, 조조의 위(魏)나라와 손권(孫權)의 오(吳)나라와 함께 삼국이 정립(鼎立)되었다. -형주에서 비육지탄을 발한지 10여년 후였다.
# 무항산 무항심(無恒産無恒心)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변함없는 지조가 있을 수 없다는 맹자의 가르침이다.
등이라고 하는 조그마한 나라의 군주 문공이 맹자를 정치고문으로 초빙해다가 나라를 어떻게 다스리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에 대한 맹자의 진술이 유명한 정전설(井田說)인 바 그 요체는 다음과 같다.
"국정(國政)은 먼저 백성의 경제 생활의 안정에서 비롯되옵니다. 항산(恒産-生業)이 있는 자는 항심(恒心-志操)이 있으며 항산이 없는 자는 항심이 없는 법이올시다. 항심이 없으면 어떤 나쁜 짓이라도 하지요. 백성이 죄를 저지른 다음에 벌을 준대서야 법의 그물을 씌우느니나 같은 이치가 아니겠습니까."
오늘날 정치를 한다는 사람이 꼭 새겨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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