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쏘십시오 영국군 여러분!
겸양은 일종의 미덕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융통성 없는 사교적 예의로 말미암아 오해를 받거나 터무니없는 손해를 보는 수도 있다. 그 대표적 예로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1745년 5월 11일, 루이 15세 휘하의 프랑스군은 벨기에의 폰트노와에서 영국군과 대치했다. 영국군에는 네델란드군과 오스트리아군이 참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영국군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으나 영국군 참모 케버란드공은 병력을 삼각형의 밀집부대로 편성하여 프랑스군의 중앙을 돌파하려 했다. 그리고 마침내 프랑스군의 근위군 진지 앞까지 쇄도해 들어갔다.
양쪽 군대의 거리가 50보 정도로 좁혀지자 쌍방의 장교가 부대 전면에 나와 인사를 주고 받았다. 그때 영국군의 장교 로드헤이가 모자를 벗어들고,
"프랑스 근위군 여러분, 먼저 쏘십시오!"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프랑스군의 진영에서 단테로쉬 백작이 나와서 큰 소리로 대답했다.
"먼저 쏘십시오 영국군 여러분! 우리들 프랑스 사람은 절대로 먼저 쏘지 않습니다!"
영국군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사격을 가했으며 프랑스군은 뚱딴지 같은 사양으로 말미암아 대단한 타격을 받았다.
중국의 고사 송양지인(宋襄之仁)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이다.
# 송양지인(宋襄之仁)
송나라 양공(襄公)의 인정이라 함이니 쓸데 없는 인정이란 말이다.
송나라 한공(桓公)이 죽기 전에 태자는 서형(庶兄)인 목이(目夷)가 인덕(仁德)이 많은 사람임을 알고 그에게 태자 자리를 양보하려고 하였다. 그렇지만 목이는
"나라를 양보할 수 있는 이야말로 최대의 인자(仁者)올시다."
하고 굳이 사양하였다. 그래서 그 태자가 왕위에 오르니 그가 곧 양공(襄公)이다.
양공은 목이를 재상으로 삼았으므로 송나라는 잘 다스려졌다.
양공이 강대국인 초(楚)나라의 군사를 홍수(泓水, 河南省)에서 맞았을 적 얘기다.
초군(楚軍)은 속속 강을 건너오고 있었으나 아직 진용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을 때 목이는 주장하였다.
"적군은 많고 아군은 적으므로, 이마적에 무찔러야 합니다."
"천만에! 군자는 적의 약점을 찌르는 법이 아니오. 적진이 정돈되기 전에 공격하는 건 비겁한 짓이오."
적군이 모두 강을 건너고서도 아직 정비되지 않았을 때 목이는 또 성화였다.
"초(楚)나라는 강적이니까 지금 공격해도 이길지 말지 합니다. 전쟁은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므로 적의 약점을 이용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올시다."
하나 양공은 적군의 정비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공격하였다. 결국 송군(宋軍)은 참패를 하고 양공 자신도 넓적다리에 부상을 당하여 그로 인해서 이듬해에 죽었다.
그는 춘추시대의 다섯 패자(覇者) 중의 한분으로 꼽히는데, 일설에서는 꼽지 않기도 하는 걸 보면, 제(齊)나라의 환공(桓公)이나 진(晉)나라의 문공(文公)만큼 큰 인물은 아니었나 보다.
#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적 비극 햄릿의 제1장, - 햄릿은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외친다.
"살아야 할 것이냐, 죽어야 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구나(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이 문귀(文句)는 햄릿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웬만하면 다 알고 있는 귀절이다.
어머니에게서, 인간이 지닌 음탕한 애욕의 본보기를 발견하여 절망한 햄릿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벅찬 일에 짓눌려 살아 있기가 고통스러워진다. 그렇다고 죽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뱉은 말이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그런데 이 말귀만치 자기나름대로 적당히 변형하여 쓰이는 말도 드물 것이다.
'그녀와 결혼을 하느냐 않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퇴근길에 한잔 하느냐 안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등등.
미국 학생들 사이에서는 TV와 to be의 발음이 비슷한 점을 활용하여, 'TV, or not TV; that is the question'이라는 언어적 아이러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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