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상(濫觴)
사물의 시초를 '남상'이라 이른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子路)가 성장(盛裝)을 하고 공자를 뵈러 왔다. 공자는 자로의 보라는듯 싶은 기색을 알아채고 그냥 보아넘겨선 안되겠다고 생각하였다.
"자로군, 그 성장은 웬 일인가?" 하고 물은 다음 비유해서 말하였다.
"예로부터 양자강은 그 근원인즉 술잔(觴)을 띄울(濫) 정도의 물에 불과했다네. 그런데 내려올수록 물이 깊어지고 흐름이 빨라져 배를 타고서도 바람이 없는 날을 택해야지만 건넬 수 있게 되거든."
공자는 이처럼 비근한 사례를 들어 사물의 이치를 설명하는데 능란하였다.
그는 또한 상냥하게,
"자로군, 지금 자네는 성장(盛裝)을 하고 득의 양양하네만 자네를 충고하는 데에는 나 이외에 없겠구면".
어떤 사물이든 시초가 중요하며 시초가 언짢으면 갈수록 나빠진다는 것이다.
# 붕정만리(鵬程萬里)
붕정이란 붕새가 날으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먼 거리- 나아가서는 범인(凡人)이 생각지도 못할만큼 원대한 계획을 말한다.
붕새는 고대 중국인의 소박한 공상이 빚은 으리으리하게 큰 새인 바, <莊子> 첫머리의 소요유편(逍遙遊篇)을 보면,
"붕새의 크기가 몇 천리인지 모른다. 새가 한번 힘껏 날면 날개는 하늘을 뒤덮은 구름인가 싶으며 바다가 웅얼거릴만큼 큰 바람이 일면서 북해의 끝에서 남해 끝까지 날아갈 지경이다".
그럴만큼 크고 멀고 장대한 거동, 원대한 꿈, '鵬程萬里'.
# 문전성시(門前成市)
문 앞의 장터처럼 붐빈다는 것이니, 방문객이 많음을 말한다.
후한(後漢)의 젊은 황제 애제(哀帝)는 실권을 조모네 가문인 부씨와 외가인 정씨(丁氏)네 일족에게 떠맡긴채 미남인 동현(董賢)과 동성연애에 빠져 있었다.
정숭(鄭崇) 등의 중신들이 암만 충고해도 듣지 않을 뿐더러 도리어 힐책하였다.
정숭은 명문 출신으로 아우가 부씨네 실권자와 동학이었던 연고로 대신이 된 터였는데 조창(趙昌)이라는 상서령(尙書令)이 애제에게 그를 무고하였다.
애제는 곧 정숭을 불러다가
"그대의 문은 장터와 같다면서?"
하고 아첨객이 많음을 지적하였다. 정숭은 그에 대답하기를,
"신(臣)의 문은 장터와 같사오나 신의 마음은 물과 같사옵니다."
하고 자기의 마음이 청렴함을 말하였다. 하나 애제는 그를 옥에 가두었다.
사예(司隸)인 손보(孫寶)가 정숭을 변호하고 조창의 무고를 공격하는 글을 애제에 올렸으나 애제는 손보를 서민으로 떨어뜨리는 한편 정숭은 옥사하고 말았다.
문전성시는 본래 문여시(門如市)로서 정숭이 애제를 충고하는 데 먼저 쓰인 말이었다.
# 완벽(完璧)
둥근 옥 '벽(璧)'자(字)이니 둥근 옥처럼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상태를 '완벽'이라 말한다.
'완벽을 기한다'고 하면 훌륭한 물건을 감쪽같이 원상(原狀)을 돌이킨다는 뜻.
전국시대,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은 아주 희한하고 값진 반지모양의 구슬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나라 서쪽에는 강대국 진(秦)나라가 있어 그곳의 소양왕(昭襄王)이 그 구슬을 욕심 내었다.
조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진나라 영토 안의 15성을 줄테니 그 구슬과 바꾸자고 하였다. 조나라로서는 난처한 노릇이었다. 거절하면 전쟁을 걸어 올지도 모르며 설사 구슬을 건네어준들 약속대로 15성을 내놓을지 몰라서였다. 혜문왕은 중신들과 숙의한 끝에 인상여(藺相如)라는 지모(智謀)와 용기를 겸한 사내를 교환의 사신으로 보내기로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진왕은 구슬을 받고 대견해 하면서도 성을 내놓을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인상여는
"폐하, 그 구슬에는 한군데 조그만한 흠이 있으니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이리하여 도로 구슬을 받아쥔 순간 기둥 옆으로 물러나며 진왕을 노려 보고 말하였다.
"우리 조나라는 귀국과의 정분을 중하게 여겼기에 이렇듯 구슬을 가져온 것이올시다. 그렇건만 폐하께서는 약속하신 바 15성을 내놓을 기미가 없으시니 소인의 머리통과 함께 이 구슬을 기둥에다 깨뜨려 버리겠습니다."
진왕은 허둥지둥 약속을 이행하겠노라 했으나 성의가 안보이자 인상여는 핑계를 대어 구슬을 가지고 숙소로 돌아와 하인을 변장시켜서 고국으로 돌려 보냈다.
진왕은 애초부터 15성을 내놓을 생각은 없었으나 인상여에게 속은 게 분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자에게 분풀이를 하는 것도 위신문제요 뿐만 아니라 이 자의 대담한 소행이 장쾌하기도 하여 신하들의 분노를 억제하고 정중하게 보내주었다.
인상여는 훗날 조나라의 기둥이 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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