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세계

이솝 우화3) 군마와 나귀/곰과 두 나그네/까마귀와 물병

如岡園 2013. 6. 1. 08:31

          # 군마(軍馬)와 나귀

 훌륭한 안장과 달랑거리는 말굴레를 쓰고 출정준비를 마친 군마가 굳은 땅에 우뢰같은 말굽소리를 내면서 큰길로 뛰어 왔다. 불쌍한 나귀가 무거운 짐을 등에 싣고 같은 길을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길을 비켜! 그렇지 않으면 진흙에다 짓밟아 버릴테다."

 군마는 교만하기 짝이 없었다. 가엾은 나귀는 재빨리 군마를 위해서 길을 비켜 주었다. 군마는 뽑내듯이 지나갔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군마는 한쪽 눈을 총에 다쳤다. 그래서 군마는 군대에 적당치 않아서 훌륭한 안장과 굴레를 벗기고 어느 농부에게 팔려갔다. 농부는 그 말에 무거운 짐을 싣고 나섰다. 언젠가 나귀에게 큰소리 치던 기개는 사라지고 없었다. 

나귀는 짐을 싣고 오는 군마를 물끄러미 바라다 보았다. 

 "아이고 당신이구려, 거만은 어느 날인가에 전락(轉落)이 있을 줄 알았소."

 

          # 곰과 두 나그네

 두 사람이 함께 여행하고 있었다. 갑자기 곰 한 마리가 그들의 길을 막았다. 그 중 한 사람은 재빨리 나무 위로 올라가서 숨어버렸다. 또 한 사람은 필경 곰이 습격하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땅바닥에 납짝 엎드렸다. 곰이 그 사람의 전신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고 있을 때, 그는 숨을 죽이고 죽은 척 했다.

 이어 곰은 가버렸다. 곰은 죽은 사람에겐 손을 대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무 위로 달아난 사람이 내려와 땅 위에 엎드린 사람에게 농담으로 떠봤다.

 "곰은 자네 귀에다 뭐라고 속삭이던가?"

 숨을 죽인 덕택으로 살아난 사람은 매우 엄숙한 태도로 이렇게 대답했다. 

 "곰은 나에게 이런 충고를 했네. '눈 앞에 위험이 닥쳐 오는 것을 보고 혼자 달아나는 친구와는 절대로 같이 여행을 할 것이 아니다.' 라고."

 

          # 까마귀와 물병

 목이 마른 까마귀는 물을 찾아 다녔다. 곧 물병 하나를 발견한 까마귀는 물병 안을 들여다 보았다. 물은 겨우 밑바닥에 깔려 있을 뿐이었다. 까마귀는 아무리 모가지를 늘여서 주둥이를 병 안에 넣어도 물에까지 닿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저 물을 마실 수 있을까...... 무슨 좋은 방법이 없나?)

 이런 생각 저런 궁리를 하고 있다가 바로 옆에 굴러 있는 돌맹이에 눈길이 닿았다.

 그리하여 까마귀는 주둥이로 그 돌을 한개씩 한개씩 물병에 집어 넣었다. 돌맹이는 병 안에 쌓이기 시작했고 쌓인 돌맹이의 부피 만큼 물은 위로 올라왔다. 까마귀는 쉽게 갈증을 면할 수 있었다.

 -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이솝에 대하여

그리스의 역사가인 헤로도투스에 따르면, 이솝은 BC 6세기 전반부에 살았으며 이야기꾼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사모스 섬에서 노예가 되었다가 그의 학식과 재치를 높이 산 주인이 해방시켜 주어 자유민이 되었으며, 그를 시기한 델피의 사제들이 씌운 누명으로 무지한 군중들에 의해 절벽에서 떨어져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이솝우화집을 엮은 로제 레스트랑제 경은 이솝을 납작코에 곱사등이, 말더듬이, 배불뚝이에 무릎이 안쪽으로 굽은 모습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솝에 대해 알려진 사실들은 후세 사람들이 덧붙이거나 지어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가 실존 인물이었는지조차도 확실치 않으며, 따라서 어느 우화가 정확히 그의 작품인지도 명확하게는 규명할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토록 재미있고 도덕적이며 풍자적인 이야기가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