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 꽃의전설

백일홍/해당화/프리지아

如岡園 2013. 10. 8. 12:39

          # 백일홍(百日紅, Zinnia youth and old age)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는 하나 백일홍은 이름 그대로 백 날을 계속해 핀다.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화단을 장식하는 백일홍은 꽃이 오래 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백일홍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나무에 피는 백일홍이고, 다른 하나는 풀에 피는 백일홍이다.

 엄격히 말하면 나무백일홍은 본래 이름이 자미화(紫薇花)이다. 자미화는 주로 한국 남쪽 지방에 분포되어 있는 꽃으로 이를 일컬어 백일홍이라 하였고, 풀백일홍은 일본에서 백일초(百日草)라 하며 멕시코가 원산지이다.

 나무백일홍은 그 껍질이 급소로, 하얗고 윤이 나는 껍질이 조금이라도 긁히게 되면 나무 전체가 흔들흔들 움직이게 되므로 '긁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무'라는 별명이 생겼다.

 꽃은 붉은 보라색에 가깝고 화판에 주름살이 있으며 꽃이 달린 줄기는 빨갛고 잎은 맞붙어 자란다.

 '떠나가버린 벗을 그리다'의 꽃말을 가졌는데, 꽃말이 아주 길고 그 내용도 가슴에 와닿는다. 여기서 떠나갔다는 것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곁에서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로 떠나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주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꽃은 꽃말 자체가 말해 주듯이 조금은 가슴 뭉클하고 구슬픈 사연을 추억하게 하는 꽃이다.

 그러나 꽃말과는 달리 영어명으로는 이 꽃에 <Youth and age>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어, 늙어도 젊음 그대로 꽃피어 있는 꽃 모양을 말하고 있다. 향기도 변변치 않은 이 꽃에 애착을 느끼는 것은 것은, 꽃 모양이 다양하고 꽃빛도 청색과 같은 보라색 외에는 모두 있고 또한 그 꽃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옛날부터 백일홍에 얽힌 이런 이야기가 전설로 전해지고 있다.

 어느 평화로운 어촌에 목이 셋 달린 이무기가 나타나 동네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들이 모여 의논하기를 이무기를 달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아름다운 처녀를 제물로 바치기로 합의했다.

 그 해는 김 노인의 딸이 제물로 바쳐질 차례였다. 처녀는 두려움으로 파리해진 얼굴에 화관단장하고 제사상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그때 갑자기 한 장사가 나타나 자기가 이무기를 처치하겠다고 했다. 처녀로 가장한 장사는 이무기가 정확한 시각에 나타나 날름 삼키려는 순간 칼을 뽑아 이무기의 목을 베어버렸다. 목 하나만 잘린채 이무기는 비명을 지르며 물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이미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오니 당신을 죽을 때까지 모시겠습니다."

 처녀는 기뻐 어쩔 줄 몰라 이렇게 말했다. 

 "아직은 이르오. 난 옥황상제님의 아들로, 잃어버린 여의주를 찾아야만 결혼이 허락되오. 백 날만 기다려 주시오. 즉시 여의주를 찾아 돌아올 테니..."

 장사는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만일 흰 깃발을 단 배가 오면 찾은 것으로 알고, 붉은 깃발이 달린 배가 오면 실패한 것으로 알라고 하며 떠나갔다. 

 처녀는 백 날을 기도하며 장사가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했다. 마침내 백 날이 되는 날, 곱게 단장을 하고 산에 올라가 수평선을 바라보며 그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붉은 깃발을 단 배가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처녀는 백날의 기도가 허사임을 깨닫고 그 자리에서 자결해버리고 말았다.

 배는 무사히 와 닿았다. 장사는 여의주를 찾아 갖고 돌아왔다. 처녀가 본 붉은 깃발은, 원래 흰 깃발을 달았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처녀를 구하려고 목을 하나 잘라버린 그 이무기가 나타나 피를 내뿜는 바람에 그 피에 흰 깃발이 붉게 물들었기 붉은 깃발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처녀가 죽은 무덤에서 족도리 같은 꽃신을 머리 위에 얹은 꽃이 피니, 동네 사람들은 백날 동안 기도한 정성이 꽃으로 피었다 하여 백일홍이라 불렀다고 한다.

 백일홍의 꽃말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떠나간 벗을 그리다' 이다.

 

          # 해당화(海棠花, Flowerling crab apple)

 모래 언덕에 아름다운 복숭아 빛이 군락을 이루고 주위에 달콤한 향기를 가득 흩뿌리는 꽃이 바로 해당화이다.

      명사 십리 해당화야

      꽃진다고 설워 말며

      잎진다고 설워 마라

      동삼(冬三) 석 달 꼭 죽었다

      명년 삼월 다시 오리

 우리는 해당화라 하면 대개가 명사 십리 붉은 꽃 매괴(매塊)를 해당화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해당화는 전혀 다른 꽃이다.

 해당화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마치 미인이 시름에 잠긴 듯한 모습, 말하자면 비에 젖어 우수에 잠긴 듯한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봄비에 젖어 축 늘어진 모습이란 가련하면서도 다소곳한 처녀의 시름에 잠긴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옛날부터 예찬 받았었다.

 꽃대에 길게 드리워진 꽃은 한 송이 한 송이가 사과꽃과 흡사하며, 이 꽃대가 어우러져 마치 그 모습이 수줍어 얼굴 붉히며  미소짓는 순박한 시골 처녀의 모습과도 같다.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해당화에 얽힌 전설이 내려오는데 그 전설은 대략 이렇다.

 당나라의 현종 황제가 어느날 심향정에 올라가 화창한 봄날씨를 즐기다가 홀로 즐기기가 아까와, 총애하는 양귀비를 불렀다. 그 때 양귀비는 몽롱하게 술에 취해 있는 기분으로 있다가 황제의 부르심에 놀라 깨기는 했지만, 두 발에 힘이 없고 오금이 펴지질 않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때문에 시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황제 앞에 나오니 양 볼엔 홍조가 피어 그 모습이 천하 일색이었다.

 황제는 한동안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렇게 다정히 물었다.

 "아직도 취해 있느냐?"

 그러자 양귀비는 임기 응변으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해당미수각(海棠未睡覺)"

 그때부터 이 꽃이 수화(睡花)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이 말은 이때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였다고 전해진다.

 중국 고사에 보면 해당수미족(海棠睡未足)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아직 덜 깬 상태로 잠기 어린 얼굴을 하고 있을 때 흔히 하는 말이다.

 이 꽃은 원래 중국 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름만 따다가 우리의 해당화에 붙여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이 꽃은 우리나라에서 널리 사랑받았다는 기록은 없다.

 이 꽃의 꽃말은 '미인의 잠결'이다.

 

          # 프리지아(Freesia)

 프리지아는 원래 희망봉에서 발견되어 1815년 유럽에 처음으로 소개된 꽃이며, 유럽인들은 당시 광적으로 이 아름다운 꽃을 맞이하며 환성을 올렸다 한다.

 한겨울 신선하고 아늑하게 퍼지는 프리지아 향기는 정다운 연인들의 숨결과도 같이 달콤하기만 하다. 그 향기는 엷으면서도 잔잔하게 코끝을 진동시킨다.

 마치 백합꽃을 축소해 놓은 듯한 꽃 모양은 귀엽기만 하고, 순백색에 가까운 미색의 꽃빛은 그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 꽃이다.

 온실성의 구근식물로서 높이 20~40센티미터 정도로 잎은 칼과같이 뾰족하니 아름답고 그 사이로 줄기가 나와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꽃이 피는 시기는 봄이지만 방안이나 온실에서 자란 것은 12월 경부터 시장에 나와 겨울의 꽃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매서운 바람이 간간히 창을 두드리는 2월경 창포잎을 닮은 듯한 작고도 가냘픈 잎에 그 잎과 비슷하게 튀어나온 꽃대에는 신비하게 직각으로 꺾이면서 꽃망울이 위를 향해 작은 백합처럼 꽃피는 모습은 청초하면서도 차분한 감을 안겨준다.

 비교적 재배 역사가 짧은 이 꽃은 그 때문인지 이렇다 할 낭만적인 전설은 없다.

 '천진 난만'이 이 꽃의 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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