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인장(Cactus)
"저런! 가시투성이의 흉칙한 식물에서 꽃이 피다니!".
선인장의 꽃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는 입을 딱 벌리고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는 것이다.
흔히들 사람들은 선인장을 꽃이 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인장의 오묘한 외모로 미루어 보더라도 그렇지만 저런 가시밭에서 어디 꽃이 필 만한 여유가 있겠느냐고 사람들은 조급하게 단정해 버리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선인장이라 하면 손바닥처럼 넓적하고 다육질이며 가시가 많은 것으로만 알고 있으나, 선인장은 그 종류가 많아서 한마디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부채처럼 넓적한 부채선인장, 잎을 가진 나뭇잎선인장, 기둥처럼 굵고 큰 기둥선인장, 공처럼 둥근 둥근선인장 등등 그 형태는 수없이 많아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대개 건조지나 사막지대에 자생하는 것은 둥글고 기둥처럼 위로 솟아 가시로 무장한 것이 대다수며, 밀림 속이나 습지대에 자생하는 선인장은 미역처럼 넓거나 실처럼 가늘며 가시가 거의 없다. 이로 보더라도 선인장은 환경에 가장 예민하게 순응하는 식물이라 할 수 있다.
사막이나 밀림을 가리지 않고 건장하고 끈질기게 자생하는 이 식물도 꽃의 수명만은 단명하다. 어느날 요염한 꽃이 피었나 싶으면 금새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하루살이 꽃이라고나 할까.
때문에 사람들은 선인장은 꽃이 피지 않는다고 믿어 백년초라고까지 불렀다.
이 무미건조하게만 느껴지는 선인장에는 등골이 오싹하게 전율을 할 만한 전설이 있다.
옛날 마야족은 그들의 우상인 위트 지로폭돌 신에게 사람을 산 채로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 위트 지로폭돌 신은 피를 즐기는 그들의 우상이었다.
때문에 주민들은 포로를 제물로 바쳤고, 포로가 없으면 그들의 노예를 바쳤다. 포로나 노예를 제물로 바칠 때 그들은 선인장의 일종인 래요돌을 쪼개어 즙을 다량으로 먹였다.
이 즙은 소량일 경우에는 흥분제 역할을 하지만 다량일 경우에는 마취제가 되어 이 즙을 마신 사람은 정신이 몽롱해지고 마는 것이다. 제물이 될 인간에게 다량으로 즙을 먹인 후 가슴을 갈라 간을 빼내어 그 피를 래요돌에 발라 신전에 바쳤다고 한다.
주민들은 우상을 섬기는 터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죽으면 태양의 낙원에 들어간다고 그들은 믿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산 제물로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물에 나타나는 선인장의 조각도 산 제물의 표징인 것이다.
선인장의 꽃말은 '무장(武裝)'이다. 아마도 몸 전체에 수없이 돋아난 가시 덕분에 이런 꽃말을 얻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시프리페듐(Lady's slipper;개불알꽃)
동양란이 동양적인 신비롭고 우아한 품위를 지녔다면, 서양란은 화려하면서도 요염한 멋을 지니고 있다. 서양란 중에서도 시프리페듐은 농염한 카토레아와는 달리 은은하면서도 신비로운 외모를 갖추고 있다.
원래 난의 매력이라 하면 동 서양란을 막론하고 꽃의 정갈함과 윤기 있는 잎의 깔끔한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그 모습은 어느 곳에 놓여도 잘 어울린다.
단정히 정돈된 온실 속에서도 그 모습은 어느 꽃에 비해 고아한 품위를 한껏 발휘해 돋보인다. 그런가 하면 동양화로 장식된 응접실 탁자 위에나 창가에 놓이면 그 품위는 최고도에 도달한다.
땅거미가 지며 석양빛이 실내로 파고들 때면 창가에 놓인 난은 길게 응접실의 벽면에 그림자지운다. 이 신비로운 모습은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켜 사색에 잠기게 한다. 그 곳에 삼십 분만 앉아 있자면 누구를 막론하고 감정에 치우쳤던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이성에서 비롯된 사색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난의 심오한 품위와 신비로움은 이러한 일면에서 더욱 진가가 발휘되는 것은 아닐까.
시프리페듐은 두텁고 윤기있는 잎이, 난이 지닌 품위를 과시하지만 그 꽃은 우스꽝스럽다. 뒷쪽에 꾸부정하니 우뚝 선 것이 꽃받침이다. 두 장의 꽃잎이 날개처럼 양쪽으로 벌어져 있으며 아래쪽에 주머니진 것이 순변(脣辨)이다.
이 순변인 주머니가 시프리페듐의 매력이다. 그러나 매력이 많은 반면 안타깝게도 이 꽃은 양란류의 특징인 향기가 없다. 이 점이 유감이라면 유감일 수 있다.
'변하기 쉬운 사랑'이라는 긴 꽃말을 가진 이 꽃은 인도에서 전해오는 이런 전설을 안고 있다.
옛날 인도의 신 부라마에게 비시누라는 아들이 있었다. 어느날 부라마는 아들을 조용히 불러 놓고 세상에 나아가 좋은 일을 하고 돌아오라고 명령했다.
착한 일을 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 온 비시누는 늙은이의 모습으로 변해 인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선을 베풀기 위해서였다.
어느날 비시누가 갠지스 강가에 이르니 예쁜 소녀가 울고 있어 그 곡절을 캐어 물었다.
"나는 늙은 나그네요. 내 이름은 그리시나요. 무슨 연고로 처녀는 그리 슬퍼하오?"
"아! 고마우신 분. 저의 신분은 나쟈나 공주입니다. 다름이 아니옵고 성의 문지기와 서로 사랑하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신분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대하십니다."
노인으로 변신한 비시누는 곧바로 왕궁으로 찾아가 왕을 중병에 걸리게 했다. 그리고 그 병을 낫게 하는 약재가 깊은 산 속의 악마가 사는 계곡에 있다고 일러 주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무서운 계곡에 목숨을 걸고 약초를 따러 가려하지 않았다. 마침내 왕은 약재를 따오는 사람에게 공주와 결혼시켜 주겠노라고 공표했다.
"강을 건너 저 산 속에 제일 큰 느티나무가 있을거요. 그 아래 피어 있는 꽃을 따서 왕께 바치시오."
비시누는 젊은 문지기에게 일러 주었다. 젊은 문지기는 그 꽃을 따기 위해 멀고 험한 길을 떠났다. 문지기는 비시누가 가르쳐 준대로 큰 느티나무를 쉽게 발견하고 약초를 구해 왕궁으로 돌아왔다.
왕은 약속대로 공주와 젊은 문지기를 결혼시켰다.
바로 약재로 쓰인 이 꽃이 시프리페듐이었다는 이야기이다.
영어명인 'Lady's slipper'는 시프리페듐의 우스꽝스럽기는 하나 기묘하게 생긴 순변이 마치 슬리퍼와 비슷하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시프리페듐의 꽃말은 '변하기 쉬운 사랑'이다.
# 아킬레아(Common yellow milfoil;서양 톱풀)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을 당시 트로이 왕과 동맹국이던 아리존의 여왕 펜레시레아는 이 싸움에서 트로이를 도와 열전했다.
아리존의 여왕 펜레시레아는 투창의 명수로서 밀고 당기는 그 싸움에서 트로이 군사의 사기를 북돋는 데 한 몫을 단단히 해 냈다.
반면에 바다의 신의 아들인 아킬레스는 전쟁터에 나가 수훈을 세울 생각은 전혀 않고 아가멤논으로부터 빼앗은 절세의 미녀들에게 흠뻑 빠져 있었다.
이렇게 되자 전쟁의 칼자루는 트로이군이 지게 되었고 그리이스군은 패배에 패배를 거듭해 전멸할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러나 절친한 친구의 전사를 전해 들은 아킬레스는 다시 싸움터로 나가게 되었다.
"대장간의 신이 만드신 이 창을 다시 불 속에 던지기 전에 트로이군 백 명만 죽이겠으니 허락해 주십시오."
그는 신에게 이렇게 맹세하고 트로이군과 결전하게 되었다,
그는 맹세를 깨지 않고 99명의 생명을 빼앗았다. 백 명째의 적과 맞섰을 때에는 이미 어둠이 깔렸으며 그는 몹시 지쳐 적과 거의 힘이 백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적을 죽였다.
그는 백 번째 마지막으로 힘겹게 싸워 이긴 적이 누구인지 궁금해 갑옷을 벗겨 보았다. 그러자 용맹한 사나이인 줄만 알았던 적은 금발의 아름다운 머리를 가진 아리존의 여왕 펜레시레아였다.
용감하기로 소문난 아킬레스도 금발의 여왕을 살해한 데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제우스 신에게 그녀를 한송이의 꽃으로 만들어 줄 것을 소원했다. 제우스는 그의 소원을 받아들여 그녀를 한송이의 꽃으로 만들었으며, 아킬레아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아킬레아는 결각이 심한 잎으로 인해 한 몫을 하는 인상적인 꽃이다. 무리져 피는 작고 귀여운 꽃은 갸냘픈 가지 위에 눈송이가 앉은 듯이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재배 개량된 꽃은 분홍빛이나 붉은빛이어서 더욱 화려하다. 반면에 톱니처럼 결각 진 잎은 야성미가 있어 꽃의 갸냘픈 인상을 덮어준다.
아킬레아의 무리진 꽃이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안고 있다면, 톱니처럼 결각이 심한 잎사귀는 남성적인 거칠음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아킬레아는 야누스의 얼굴처럼 두 가지의 성(性)을 갖고 있는 꽃이라 할 수 있겠다.
아킬레아라 부르는 것은 학명을 통속명으로 부르는 것이며, 우리나라의 산이나 들에도 톱풀이라 하여 흰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야생종은 톱풀 또는 가새풀이라 한다.
아킬레아의 꽃말은 '숨은 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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