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세계

이솝 우화5) 고슴도치와 구렁이/제비와 다른 새들/개구리와 매와 새앙쥐

如岡園 2013. 10. 26. 23:04

          # 고슴도치와 구렁이

 가시투성이인 고슴도치가 거처할 곳을 찾아 천천히 헤매고 있었다. 그는 따뜻한 굴 속에서 구렁이 한 세대가 살고 있는 것을 보자, 좀 들어가서 함께 살자고 간청했다.

 구렁이는 본의와는 달리 승낙했다.

 고슴도치는 구렁이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구렁이들은 고슴도치와 함께 살다가 얼마 안 되어 그의 날카로운 가시에 찔렸다. 그리하여 고슴도치를 들인 것을 곧 후회하고 말았다.

 "고슴도치씨, 미안하지만 거처를 딴 곳에서 구해 주십시오. 당신은 몸집이 적은데 비해 가시가 너무 많아서......"

 고슴도치는 성을 벌컥 내었다.

 "너희들이 여기가 싫거든 나가도 좋다. 나는 여기 있겠다."

 -난입자는 들여놓고 후회할 것이 아니라 당초에 들여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제비와 다른 새들

 영리한 제비는 농부가 밭에 씨를 뿌리는 것을 보고 그 뒤를 돌아가서 무슨 씨앗인가 알려고 한 알을 주워 들었다. 그것은 삼씨였다.

 (이 삼이 성장하면 그 사람은 이것으로 마사를 뽑아 우리 새를 잡는 그물을 만들 것이다.)

 이렇게 추리한 제비는 모든 새를 방문했다. 그리하여 자기의 신발견을 일일이 해설해 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당부했다.

 "삼싹이 돋아나기 전에 삼종자를 다 먹어치우는데 협력합시다."

 그러나 다른 새들은 제비의 말을 듣지 않았다. 제비에게 협력하는 새는 아무 새도 없었다. 다시 제비는 모든 새에게 호소했다.

 새 순이 솟아 올랐다. 또다시 제비는 새 순이 성장하기 전에 처리하자고 강경히 주장했다. 다른 새들은 끝까지 듣지 않았다. 

 다른 새들이 제비의 어리석음(?)을 논란하고 있는 동안 삼은 점점 자라고 있었다. 

 제비는, 새란 놈들은 죄다 얼마나 부주의한가를 깨닫고 새들과는 절교하기로 결심하고 그곳을 떠나 인가로 들어왔다.

-이념이 다른 무리와는 공존할 수 없다.

 

          개구리와 메와 새앙쥐

 육지에 사는 새앙쥐와 못에 사는 개구리는 아주 다정한 사이였다. 새앙쥐는 어느날 개구리에게 육지의 여러가지 풍물을 구경시켜 주었다. 

 개구리도 그 보답으로 새앙쥐에게 연못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여보게, 난 헤엄을 못 친다네."

 새앙쥐가 난처한 듯이 이렇게 말하자, 짓궂은 개구리는 얼핏 못된 장난을 생각해냈다. 개구리는 안심하라는 듯이 새앙쥐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그건 염려 말게. 좋은 수가 있다네. 자, 보게. 이 끈으로 자네의 다리와 내 다리를 한데 묶으면 내가 헤엄을 잘 치니까 자네는 힘도 안 들이고 시원하고 멋진 수중관광을 할 수가 있단 말이거든. 자, 발을 내놓게. 어서."

 발을 잡아매자 개구리는 재미 있어 죽겠다는 듯이 싱글싱글 웃으며 쥐를 끌고 연못으로 갔다.

 "첨벙!"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개구리는 신나게 자맥질도 하며 이리저리 연못을 헤엄쳐 다녔다. 그러나 새앙쥐에게는 못 견딜 일이었다.

 "푸, 푸, 푸, 여보게. 이젠 고만 하구 빨리 나가세. 어푸 어푸 제발..."

 새앙쥐는 애걸복걸 사정 했지만 그럴수록 개구리는 더욱 재미 있어 할 뿐이었다.

 "뭘 그러나? 이 사람아. 아, 세상에 이렇게 시원하고 좋은 곳이 또 어디 있겠나."

 개구리는 새앙쥐가 고생하면 할수록 유쾌하였고 그래서 더욱 신나게 자맥질을 하였다.

 한참 장난질을 치다 보니 새앙쥐는 그만 물을 잔뜩 먹고 죽어 버렸다. 퉁퉁 부르튼 새앙쥐는 물 위로 둥둥 떠올랐다. 개구리는 새앙쥐의 죽은 모습을 보고 다시 한 번 유쾌하게 웃었다. 

 "앗하하하......이젠 이 병신이 넉아웃 됐구나. 병신 같으니라구."

 이때였다. 머리 위로 휙 심한 바람결과 함께 어두운 그림자가 덥쳐왔다.  개구리는 재빨리 물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그보다도 빨리 개구리의 몸둥이는 거꾸로 매달린 채 허공으로 떠올랐다. 깜짝 놀란 개구리가 눈을 비비고 바라보니 한 마리의 커다란 매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죽은 새앙쥐를 움켜쥐고 가는 것이었다. 개구리는 용기를 내어 매에게 사정을 했다.

 "여보셔요 매님. 본래 당신이 잡으려고 목적했던 건 이 새앙쥐입니다. 그러니 나는 도루 놓아 주십시오."

 그러나 매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 이 녀석아, 어리석은 소리는 작작 해라. 죽은 새앙쥐보다는 산 개구리맛이 내게는 더 좋단 말이야 알겠나. 흐흐흐, 한 마리를 잡았는데 두 마리가 쫓아 올라오긴 첨인걸."

 그리하여 의리가 없는 개구리와 어리석은 쥐는 매의 맛있는 요리가 되었다. 

 -남에게 몹쓸 짓을 하면 더 큰 재앙을 돌려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