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세계

이솝 우화7) 여우와 염소/욕심장이 개/장난꾸러기 개

如岡園 2014. 5. 19. 09:05

          # 여우와 염소

  여우가 어느 깊숙한 우물 속에 빠졌다. 여우는 밖으로 나올려고 온갖 노력과 수단을 다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익사하는 수 밖에 없구나.)

 이렇게 우물 안에서 죽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슬픈 일인가'를 여우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갈증을 느낀 염소가 우물안을 들여다 보았다. 곧 여우는 염소를 발견했다.

 "여보게, 그 물이 좋은가?"

 "물은 내가 여태 맛본 곳 중엔 제일이야"

 여우가 대답했다.

 "시원하고 맑으며 맛이 그만이야, 내려와서 한번 마셔보게."

 "그럼 내려가야지, 나는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야."

 그리하여 염소는 우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 실컷 물을 마셨다.

 "아이 시원해, 그런데 물은 다 마셨지만 어떻게 나가지?"

 "그것은 나도 여태껏 생각해 온 일인데, 아차 지금 좋은 수가 하나 생각난다. 자네가 앞발을 벽에다 높이 치켜 올리고 있으면 내가 자네 등으로 올라가서 우물 밖으로 나가고 그래서 자네를 도와서 끌어오리면 되겠다."

 "참 좋은 생각인데, 그것 참 좋은 계획인데, 나도 자네같은 두뇌만 가졌음 얼마나 좋아!"

 염소는 앞발을 벽에다 올려 놓았다. 그리하여 여우는 쉽사리 밖으로 올라와서 제 갈 길만 가려고 했다."

 "잠간만 기다려, 자네는 나를 도와줘야 하잖아!"

 "이 어리석은 놈아, 뛰어들기 전에 나올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야지, 뛰어들기 전에 잘 보아라, 그럼 나는 먼저 간다."

 하고 여우는 쏜살같이 달아났다.

 

          # 욕심장이 개

 맑은 냇물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건너편 숲이 냇물에 아름답게 비쳤다. 하늘의 흰구름마저 물 속에 떠 있었다. 그 시내에는 다리가 놓여 있었고 그 위를 한 마리의 개가 지나가고 있었다. 개는 큼직한 물고기를 물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걸음을 멈추고 자랑스러운 듯이 물을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개는 깜짝 놀랐다. 물 속에 있는 한 마리의 개가 역시 큼직한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지 않은가."

 개는 갑자기 욕심이 났다. 저 개가 물고 있는 고기를 빼앗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개는 네 발에 힘을 모으고 으르릉 짖어대며 물 속으로 뛰어내렸다. 

 "풍덩!"

 물소리와 더불어 조용히 흐르던 물이 크게 파문을 일으켰다. 물 속에서 고기를 물고 있던 개는 사라자고 없었다. 제 입에 물고 있던 물고기도 아까 짖는 바람에 잃어버리고 말았다. 개는 한참 실망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끝났다. 개는 물에 젖은 몸으로 어슬렁 어슬렁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냇물은 다시 조용해졌고 흰구름이 그 위에 둥둥 떠 있을 뿐이었다.

 

          # 장난꾸러기 개

 만나는 사람마다 달려드는 버릇이 있는 개가 있었다. 그러나 매우 조용하기 때문에 막상 발뒤축을 물어 뜯기 전에는 아무도 그런 해를 끼칠 개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개는 신용할 수 없다는 것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동시에 개를 벌 주기 위하여 개 주인은 가끔 개 목에 방울을 달기도 했고, 또한 쇠사슬로 목에 단 무거운 장애물을 억지로 끌리기도 했다. 

 개는 잠시 동안 머리를 숙이고 있었으나, 방울과 장애물 때문에 주목을 끄는 것을 보고 도리어 그것을 자랑삼아 장터를 돌아다니며 방울과 장애물을 내흔들어 남의 눈이 자기에게 집중하는 것을 즐겼다. 개는 이런 상태가 아닌 다른 개에 대하여 의기양양한 모양까지 보였다. 그러나 한 늙은 사냥개가 이것을 보고 말했다.

 "왜 자네는 방울과 장애물을 금패장처럼 그렇게 자랑하고 있는가. 과연 장애물 때문에 자네가 남의 시선을 끄는 것은 사실이나 그 뜻을 알게 되면 그것은 수치꺼리의 표적밖에 되지 않는다. 자네가 쓸모없는 개라는 것을 폭로하는 것밖에 안된단 말야."

 - 덕망으로 유명해지는 것은 좋지만 그러나 결점으로 이름나는 것은 좋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