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세계

이솝 우화4) 개미와 베짱이/개와 수탉과 여우/비둘기와 개미

如岡園 2013. 8. 5. 21:51

          # 개미와 베짱이

 개미와 베짱이는 큰 들판에서 같이 살고 있었다. 개미는 겨울에 사용할 양식을 창고에 모으기에 언제나 바빴고 베짱이는 항시 오락에 열중했다. 그러나 개미는 오락이라고는 모르고 있으니까 자연 베짱이는 개미를 본체만체했다.

 가을이 가고 추운 겨울이 오자 개미의 노동과 베짱이의 오락에는 종국을 찍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청명한 겨울날에 개미가 곡식을 말리려고 햇볕바른 곳에 곡식을 널고 있었다. 그 때 시장기를 안고 거의 죽을 지경이 된 베짱이가 우연히 지나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친절한 이웃 개미양반, 양식을 약간 빌려 주시지 않으렵니까? 내년 이맘 때 꼭 갚아 드리겠습니다."

 하고 베짱이가 말했다.

 "어떻게 하여 당신이 먹을 양식조차 준비하지 않았오? 우리들이 여름동안 살고 있던 그 들판에는 곡식이 풍부했으며 당신네들도 퍽 활동하는 것 같이 보였는데, 그러면 죄송한 얘기지만 그동안 뭘하고 세월을 허비하며 지냈오?"

 "아! 우리는 낮이나 밤이나 노래를 불렀다오."

 베짱이는 시장한 것마저 잊고 신이 나서 대꾸하였다.

 "그래요? 그러면 당신네들이 온 여름 동안 노래부르는 게 그렇게 유쾌했으면 겨울에도 춤이나 추며 지나는 것이 좋을 것 아닙니까?"

 개미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리고 옛 노래를 불렀다.

 "우리 개미는 꾸지도 않고 빌려 주지도 않는다."

 

          # 개와 수탉과 여우

 이웃에서 정답게 살던 개와 수탉이 어느날 함께 여행을 떠났다. 이곳 저곳을 두루 구경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그들은 잠자리를 찾아 숲으로 들어갔다. 한 그루의 커다란 나무 밑에까지 온 그들은 잠시 발을 멈추었다. 

 "여보게, 난 저 나무가지 위에서 하룻밤 새우면 되는데 자넨 어떡하겠나?"

 수탉이 이렇게 말하자 개는 코를 벌룸거리며 어슬렁어슬렁 나무의 주변을 돌더니 됐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난 이 나무 밑둥에 있는 구멍에서 자겠네. 자넨 빨리 올라가 보게."

 개는 나무구멍에 들어가 몸을 도사리며 잠잘 준비를 했다. 수탉은 그 보기 좋은 날개를 활짝 펴고 나무가지로 올라갔다. 

 이리하여 그들이 잠잘 준비를 끝냈을 때, 굶주린 한 마리의 여우가 깊은 숲 속에서 먹이를 찾아 나왔다. 언뜻 나무가지를 쳐다본 여우는 먹음직스런 수탉을 보자 군침을 꿀꺽 삼키며 나무 아래로 가서 수탉에게 수작을 붙였다.

 "안녕하십니까. 당신처럼 목소리가 아름답고, 뿐만아니라 훌륭한 관을 쓰고 비단 옷만 입고 다니는 분과 이렇듯 만나게 되어 참으로 영광스럽습니다. 잠시 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다면 그 위에 더 큰 영광이 없겠습니다. 잠시 내려와 주실 수 없으십니까?"

 수탉은 조용히 여우를 내려다 보며 쾌히 대답했다. 

 "고마운 말씀입니다. 하지만 저는 내려가고 싶지가 않군요. 만약 당신이 이리로 올라오셔도 좋으시다면 이 나무 뒤로 돌아가셔서 문지기에게 말씀하십시요. 친절히 이리로 올라오는 길을 가르쳐 드릴 겁니다."

 여우는 미소를 지으며 나무 등걸 뒤로 돌아갔다. 그러자 갑자기 개가 뛰어나와 여우를 갈갈이 찢어 죽였다. 

 "네가 흉계를 품은 말을 한다면 나도 흉계를 품은 말을 하는 거야. 불쌍한 녀석."

 나무가지 위에서 수탉이 중얼거렸다.

 

          # 비둘기와 개미

 어느 날 개미가 냇가를 거닐고 있었다. 맑고 깨끗한 냇물이었다. 

 "참 맛있고 시원해 보인다. 이 냇물을 좀 마셔 볼까!"

 물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미는 뜻밖에 한쪽발이 물 속에 빠지고 말았다. 

 "아이구, 날 좀 살려 주세요. 빠져 죽겠어요."

 개미는 울부짖었다. 그 때 강물 위의 부러진 나무 위에서 한 마리의 비둘기가 앉아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비둘기는 나뭇잎 하나를 물 위에 던져 주었다.

 "그 위에 올라타요. 그러면 기슭에 닿을 테니까......"

 개미는 나뭇잎에 간신히 올랐다. 때마침 가벼운 바람이 불어와 개미는 기슭에 닿았고 또다시 육지로 걸어 올라갔다.

 "비둘기씨, 고맙습니다. 당신은 나의 생명을 구해 주셨습니다. 무엇이든지 능력이 닿는 한 은혜를 갚겠습니다."

 "잘 가요. 다시는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요."

 그 후 며칠이 흘렀다. 비둘기는 집짓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때였다. 포수가 비들기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이것을 본 개미는 재빨리 포수의 다리로 올라가서 꼭 물었다.

 "앗 따가워!"

 포수는 비명을 지르며 총을 놓았다. 포수의 소리를 들은 비둘기는 깜짝 놀라 달아났다. 포수가 총을 거두고 가버린 다음, 비둘기는 돌아왔다.

 "고마워 개미씨, 당신이야말로 나의 생명을 구해주었어."

 그리하여 조그만 개미는 친절한 비들기의 은혜를 갚았다.

 

이솝 우화는 흥미와 교훈의 寶庫로서, 여기에 담긴 이야기는 단순히 동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물의 탈을 쓴 인간모습이며 인간심리의 原色版 사진이요 萬華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