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해 갑오년

 서력기원 2014년, 간지(干支)로 따져 갑오(甲午)년은 말의 해다. 중국 은나라 때부터 있어 왔던 10干과 12支를 짜맞춘 60갑자(甲子)로 햇수를 따져 살아 왔던 것이 우리의 전통이다.

 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천간(天干)과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의 지지(地支)를 순열조합한 간지(干支)는 천지 조화의 근본이기도 하다.

 천간은 해를 가리키기 위해서, 지지는 달을 가리키기 위해서 은나라 때 만든 것인데, 지지는 12지수(支獸)라고도 하여 동물과 결합시켜 子(쥐), 丑(소), 寅(범), 卯(토끼), 辰(용), 巳(뱀), 午(말), 未(양), 申(원숭이), 酉(닭), 戌(개), 亥(돼지)라 하고, 태세(太歲) 가운데 이 지지(支地)를 중심으로 짐승띠를 부여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갑오(甲午)년은 말의 해이니 말의 이미지를 살려 건강하고 발전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말은 신화시대부터 신성한 동물로 취급되어 왔다. 말은 제왕 출현의 징표로서 신성시했으며 신라의 신화 또는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천마(天馬)는 하늘과 교통하는 영물(靈物)이었다. 말이 초자연적인 세계와 교통하는 신성한 동물이라는 관념은 우리 신화에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말은 전쟁 때에 그 힘을 크게 발휘했다. 고대의 기마병은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데 중요한 몫을 차지해던 것이다. 

 민속에서는 역경(易經)의 팔괘 중에서 건괘(乾卦)의 상징동물로서 말이 하늘에 해당하여 신성시하였고, 특히 날개 달린 흰말은 하느님의 탈것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말의 해에 태어난 말띠는 웅변력과 활동력이 강하며 매사에 적극적이라고 사주책은 말하고 있다.

 간지(干支)를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과 결합시켜 말띠 여성에게 해를 입히는 아이러니도 있다. 지지(支地)의 오(午)는 오행(午行)으로 火[불]에 속하므로 성질이 불처럼 거칠고 급할 것이므로 午가 들어가는 해에 출생한 말띠 여자는 남편을 깔아뭉갤 것이라는 터무니 없는 낭설이 있기 때문이다.

 화성(火性)인 말(午)의 강한 양성(陽性) 때문에 말은 악귀나 병마(病魔)를 쫓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옛날에 도깨비한테 금은보화(金銀寶貨)를 얻어낸 후 자주 찾아오는 도깨비를 쫓아내기 위해 문 앞에 말대가리를 걸어두어 도깨비가 달아나게 했다는 설화도 있다. 

 말이 악귀나 병마를 쫓는 기능이 있다고 보면 말의 해인 갑오년은 질병 없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봄직도 하다.

 무속(巫俗)에서는 말을 무신(巫神)으로 여겨 마제(馬祭)를 지냈고, 민간에서는 쇠나 나무같은 것으로 말 모양을 만들어 수호신으로 삼기도 했다.

 개고기를 먹는 우리 민족이 다른 민족과는 달리 말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말을 신성시 했던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겨진다.

 또한 민간의 풍속 중에는 남자는 왼쪽, 여자는 오른쪽에 말뼈를 차고 다니는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하면 전염병을 예방한다고 믿고 있었다. 또 삼재(三災)가 든 아이는 밤톨만하게 깎은 조랑말을 섣달 그믐날부터 차고 있다가 정월 보름날 전야에 제웅치는 아이에게 주면 그 아이가 엽전은 따서 쓰고 말은 호신부(護身符)로 차고 다녔다고 한다.

 우리말에는 말에 관련된 속담이 많다. '말 타면 경마잡히고 싶다'하여 사람의 끝없는 욕심을 비유했고, '말도 사촌끼리는 피한다'고 하여 근친상간(近親相奸)을 경계했으며, '말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하여 고생스러워도 죽음보다는 삶이 좋다는 것을 비유했다.

 '말꼬리에 얹혀 파리가 천리를 간다'고 하였다. 모든 것이 세계화 되고 지구촌의 모든 나라가 새로운 삶을 향해 질주하는 말의 해를 맞이하여 세계경제의 흐름에 편승해 기운을 펴라는 말과 관련된 속담으로 인식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말이 가지는 기능은 다양하다. 앞선 시대에 있어 말은 전쟁용, 교통용으로 긴요하게 쓰여졌다. 지금은 스포츠나 레저용 내지는 애완동물로 크게 각광을 받고 있고, 경마용으로 투기성 사행심을 조장하는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현대에 있어 말에 대한 이미지의 좋고 그름의 판단은 말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사람들의 몫이다.

 말은 깨끗하고 영리한 동물이다. 지구력과 인내심이 강하고 용기와 활력이 넘치는 동물이다. 갑오(甲午)년 말띠의 해, 말이 우리 인간에게 던져주는 상징성을 새기면서 깨끗하고 영리하고 참을성 있고 끈기 있는 말의 속성을 닮아 보다 성숙한 나라가 되었으면 하고 희망한다.     (如岡 김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