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와 좀나비
파리 한 마리가 꿀단지 위에 미끄러져 앉았다. 꿀은 입맛을 당겼다. 그리하여 단지 언저리를 돌면서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리는 꿀을 따라 점점 단지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드디어는 꿀에 꼭 붙어버리고 말았다. 다리와 날개가 꿀투성이가 되어 파리는 요동을 하지 못했다.
마침 좀나비 한 마리가 날아왔다. 파리가 기를 못쓰는 것을 보자,
"야, 어리석은 파리야, 너는 그렇게 잡힐 만큼 욕심이 많았더냐? 식욕이 너에겐 너무 지나쳤군."
가련한 파리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얼마 후 저녁이 오자, 파리는 좀나비가 등불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것을 보았다. 좀나비는 점차로 등불 가까이 닿으면서 돌다가 타죽어 버렸다.
"흥! 너도 역시 어리석은 놈이로군, 너는 내가 꿀을 좋아한다고 나무랬지만 너의 지혜도 너의 불장난을 막아내지 못했구나!"
- 자신의 허물을 깨닫는 것보다 남의 허물을 보는 게 더 쉬운 일이다.
# 허영심 뿐인 까마귀
쥬피터 신은 새들을 지배할 왕을 임명하려고 포고문을 발표했다.
"너희들은 일정한 날에 후보자를 내 앞에 출두시켜라. 그러면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골라서 왕을 삼게 하겠노라."
까마귀는 자기가 보기 싫은 짐승인 줄 알면서도 조류를 지배해 보려는 야심으로 숲속을, 혹은 들판을 쏘다니며 다른 새들의 날개에서 빠진 털을 주워 자기 몸둥이 전면에 꽂았다.
쥬피터의 포고문이 지정한 날이 왔다. 새들의 모임에 까마귀는 여러가지 새털로 된 아름다운 옷을 입고 나온 때문에 쥬피터는 그를 왕으로 임명코자 제안하였다. 이것을 본 새들은 모두 분개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까마귀의 몸에서 제각기 자기의 털을 뽑아 갔다.
그 때문에 왕이 되려던 까마귀도 말 한 마디 못하고 본래의 더러운 몸으로 다시 돌아가고 말았다.
- 남의 힘으로 성공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 호숫가의 숫사슴
어느 무더운 날이었다.
숫사슴 한 마리가 맑은 호숫가에서 물을 마시며 놀고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물 속에 비친 자기의 그림자를 물끄러미 들여다 보고 있었다.
(나의 훌륭하게 뻗은 뿔은 참 아름답다)
숫사슴은 생각했다.
(나무가지처럼 머리 양쪽에서 돋아나온 것이 참 튼튼하고 아름답거든, 그런데 다리가 가늘어 보기 싫은 것이 유감이다)
숫사슴은 뿔에 대한 우월감과 가는 다리에 대한 열들감에 사로잡혀 자신을 가누지 못했다.
마침 그때 사자 한 마리가 숲속을 요란스럽게 설레이면서 숫사슴 가까이 와서 금시 덤벼들 태세를 하고 있었다. 숫사슴은 도망쳤다. 그의 보기 싫은 다리의 덕택으로 잠시 후에 위험을 면했다.
그러나 나무가 무성한 숲속으로 왔을 때, 그가 그만큼 자랑하던 그의 아름다운 뿔이 나무가지에 걸려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동안 달려온 사자는 숫사슴을 잡고 말았다.
- 가끔 우리는 우리에게 별로 쓸모없는 것을 자랑하고 우리에게 참된 도움과 힘이 되는 것을 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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