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時風俗

민간신앙/신화와 민담1) 단군신화

如岡園 2014. 9. 17. 23:28

 한국에는 신화가 아주 빈약하여 의장(擬裝)된 국조신화(國朝神話)를 제외하고는 아주 보잘것 없는 것으로 알아왔다. 이는 문헌으로 기록된 것을 위주로 한 피상적인 얘기이고, 실제 민속학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채록되지 않은 채 민간에 전승되어 있는 것이 상당히 많다. 여태까지 문헌에 채록되지 않은 것은 그 가치를 별로 인식하지 못했거나 사리부재(詞俚不載)라 하여 문헌에 올리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껏 신화를 보지(保持) 전승시켜온 것은 무속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우리는 천지개벽 설화로부터 여러가지 신들에 대한 전설과 신화를 발견할 수 있으니, 특히 제주도의 무속은 신화 전설의 본거지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화는 역사적인 문헌에 기록된 개국시조(開國始祖)들에 대한 신화들이다. 대표적인 것은 단군신화, 고주몽신화, 박혁거세신화, 김알지신화, 석탈해신화, 삼성시조신화 등이다.

 

     1)군신화(檀君神話) 

 삼국유사에 소재된 단군신화는 개국시조에 관한 유래설화로서, 우리 고대사회 연구의 중요한 자료이다. 사실적 기록이 아닌 신화이지만 짜임새가 있고, 민속학적으로 연구한다면 중요한 시사(示唆)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옛날에 환인의 아들 환웅이 인간세상을 다스리기를 원하기로 환인이 아들에게 천부인 세 개를 주어 인간 세상을 다스리게 하였다. 환웅은 무리 삼천을 거느리고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밑의 신시에 내려왔다. 그는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곡 명 형 선악 등 무릇 인간의 3백 60여 가지 일을 맡아서 교화하여 인간 세상을 다스렸다. 그 때에 곰 하나와 범 하나가 같은 굴에서 살며 항상 사람이 되기를 빌거늘 한 번은 신이 신령스러운 쑥 한 자루와 마늘 스무 개를 주고 이르기를, 이것을 먹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곰과 범이 이것을 먹었는데 곰은 삼칠일만에 여자의 몸이 되었고 범은 금기를 지키지 못해 사람이 되지 못했다. 웅이 잠시 사람으로 변하여 웅녀와 결혼해 단군왕검을 낳았다. 단군은 일천 오백 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고 아사달에 돌아와 산신이 되니 나이가 일천 구백 팔 세였다고 한다.

 

 육당 최남선에 의하면 '단군'은 무당의 일명인 '당굴'이며 몽고어의 '하늘'을 의미하는 어원에서 나온 것으로 마한의 제천의식 때의 주제자인 천군이니, 즉 제정일치 시대의 무당을 뜻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단군신화의 성립에 대한 기원적인 설이 있으니 주말기인(周末期人)의 무씨사당(武氏祠堂)에 보이는 신화가 영향을 준 것이라 하며, 또 어떤 이는 북방문화의 한 분포 요소인 토테미즘의 하나라는 것이다. 경제사적인 입장에서는 농업공산사회의 붕괴기에 원시귀족인 남계(男系) 추장의 호칭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단군이란 명칭을 어원적으로만 연구하는데 신빙성이 가지 않으며, 경제사적인 연구는 아직 이른 감이 있고 종교 인류학적인 면에서 곰 토테미즘으로 접근하려는 것은 퍽 희망적이기는 하나 이 신화가 곰 토템을 기본 요건으로 한 것이 아닌 것 같을 뿐만 아니라 민속학적으로 곰 토테미즘을 연결시킬 만한 흔적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화를 가장 바로 보는 눈은 기본 요소가 스토오리인 만큼 스토오리의 구성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신화학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단군신화의 줄거리를 토막을 내면, 1)환웅천왕이 태백산 신단수 아래 내려온 것과, 2)환웅천왕이 인간 세상을 다스린 것, 3)환웅천왕이 곰과 결혼하여 단군왕검을 낳았고, 4)다시 단군왕검이 인간세상을 다스린 것과, 5)단군왕검이 산신이 되었다. 즉 천신이 내려와서 산신이 된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서, 구조의 특징은 천신이 하강하여 산신이 된 것과 신권의 상속이 부계적(父系的)으로 전승하는 것이다. 고대신화는 종교와 밀접되어 있는 것이니 현존 민간신앙의 유형에서 이 신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유형을 찾는다면 무속신앙의 단골과 일치시킬 수 있다. 부계적인 전승구조가 비슷하며 당골이 우리 민간신앙의 원초적인 성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골이라는 명칭이 단군과 유사함은 우연이 아닐 성싶다.

 이 신화에 환인제석(桓因帝釋)이 처음 불교적 하느님의 인격신으로 나타났으며, 천신과 산신이 동일계통이니 고대 제석의식과 부락제의 산신 숭배가 동일계통인 것과 마찬가지다. 환웅이 가지고 내려온 천부인 세 개라는 것은 옛 사회의 추장이나 임금이 대를 이어 전하는 신성부호라고 생각되는데, 옛날 우리 무당들이 흔히 사용하던 거울, 검, 북, 방울, 관 중의 어느 하나인 셋이다. 풍백, 우사, 운사는 천기 관계의 주신들로서 농경문화사회가 되어 있음을 말하는 말하는 것이다. 마늘과 쑥 이야기는 민간의술에서 사용하는 약재로서 이 신화의 성립시대에도 벌써 그러한 주의적(呪醫的) 효력이 높이 평가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요소들로 미루어 볼 때 이 신화가 상당히 고형(古形)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梁在淵 외 3인 共編 韓國風俗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