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시조 신화
문헌에 기록된 신화와 달리 지금까지 구전하고 있는 신화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제주도의 삼성시조 신화이다. 주위 4백리 어디를 둘러봐도 망망대해인 이 섬에 대하여 일찌기 주민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의문을 신화로써 설명하고 있다.
아득한 옛날 이 섬에는 사람이 없었는데, 삼성혈(三姓穴)에서 양을나(良乙那) 고을나(高乙那) 부을나(夫乙那)가 솟아나서 혈거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세계를 탐험하기 위하여 영주산(한라산)에서 나무를 베어 배를 만들어 탐진(耽津,지금의 康津)을 거쳐 신라에 갔다. 신라의 왕이 탐진의 '탐'과 신라의 '라'를 따서 그들이 온 땅을 탐라도(耽羅島)라 이름하였다. 그들이 신라를 떠나 처음 닿은 곳이 별도진(제주시, 禾北)이었다. 그들은 활쏘기 시합을 하였는데 제일 먼저 고을나가 쏜 화살은 일내에 가서 떨어졌고, 양을나가 쏜 화살은 이내에, 마지막으로 부을나가 쏜 화살은 삼내에 가 떨어져 지금의 일도 이도 삼도(제주시 洞名)가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삼성혈로 돌아가 살고 있을 때에 커다란 궤짝 하나가 떠와서 해변에 닿았다. 궤짝 뚜껑을 여니 조그마한 상자가 세 개 들어 있었다. 하나를 여니 오곡의 종자가 가득히 담겨져 있었고 다른 하나에는 육축(六畜), 또 다른 하나에는 세 사람의 아름다운 처녀가 나왔다. 세 처녀는 말하기를, "저희들은 섬나라 벽랑국(碧浪國) 황제의 딸들입니다. 부왕께서 탐라국에 세 군주가 하늘에서 하강하였은즉 그곳에 가 각기 세 군주의 배필이 되라 해서 왔습니다."고 했다. 고, 양, 부 세 사람은 각각 결혼하였다는 것이다.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신화이다. 여기에서 시조에 대한 기원 설명과 농사 목축 등에 대한 설명이 아울러 있고, 천신의 하강이 단군신화의 구조와 비슷함을 느끼게 하는데, 구전 그대로의 소박미는 한층 구수하다. 이와같이 아직도 민간에 전승되고 있는 구전자료를 더욱 발굴하여 채록하여야 할 것이다.
고주몽 신화
역사성을 다분히 지니고 있으며 북방적인 신화로 하나의 영웅담에 가까운 고구려 시조 고주몽 신화가 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는 물론 중국의 사서에서 기록을 볼 수 있는데, 제일 자세하며 비교적 정리가 잘된 것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의 기록이다.
부여왕 해부루가 자식이 없어서 명산대천에 자식을 빌러 다니다가 곤연(鯤淵)이란 못에 이르자 그가 탄 말이 큰 돌을 보고 눈물을 흘려서 이상히 여기고 돌을 굴려보니 금빛 개구리 모양의 한 동자가 있었다. 이를 데려다 기르고 이름을 금와(金蛙)라 짓고 태자로 삼았다.
옛 도읍에는 하느님의 아들 해모수가 하늘을 오르내리며 살고 있었는데, 왕이 사냥을 하다가 웅심연(熊心淵) 위에 해신 하백이 세 딸을 데리고 노는 것을 보고 큰딸 유화(柳花)를 붙잡아 결혼하고 하늘로 올라갔다. 후에 유화가 아들을 낳으니 그가 주몽이었다. 금와의 아들들의 시기를 피하여 준마를 타고 압록강을 건너 남쪽으로 내려온 주몽은 형승(形勝)의 땅을 가리어서 왕도(王都)를 열고, 풀이 무성한 곳에 띠를 묶어서 군신의 위계를 간단히 정하고 왕좌에 앉았다. 그의 원자(元子) 유리(琉璃)가 주몽의 대를 잇는다.
이 신화의 간단한 줄거리로서 천신 해모수와 해신 하백의 결혼을 주목할 수 있다. 하백신은 중국 고대 신화에서 황하를 원거주처(原居住處)로 삼고 있는 하신(河神)인데 여기에 차용된 것으로 보여진다. 천신과 하신의 결혼, 즉 천신은 후대에 산신이 되고 하신은 해신으로 통하는 바 산신과 해신의 결합이니, 지금 동해안 지방에 산신이 해신과 결합하는 유형과 유사함을 볼 수 있다. 또한 이 신화에서 우리 민족의 북방 기원설을 뒷받침 할 수 있으며, 국가 지배권의 투쟁, 주술(呪術) 등도 아울러 발견할 수 있다.
(梁在淵외 3인 共編 한국풍속지 참조)
'歲時風俗'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간신앙/신화와 전설4) 장자못 전설, 나무꾼과 선녀 (0) | 2014.10.22 |
---|---|
민간신앙/신화와 민담3) 처용설화와 삼신할머니신화 (0) | 2014.10.08 |
민간신앙/신화와 민담1) 단군신화 (0) | 2014.09.17 |
청명/청명주/한식 (0) | 2014.04.06 |
정초의 세시풍속/元日설날, 亥日, 子日, 巳日, 人日, 立春 (0) | 2014.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