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세계

이솝우화11) 여우와 포도/회의하는 쥐들

如岡園 2015. 7. 19. 22:16

          # 여우와 포도

  어느 무더운 날이었다. 여우는 배도 고팠고 목이 말라 죽을 지경에 있었다.

 (무엇이든 주워 먹고 싶은데......)

 여우는 고개를 추켜 들었다. 머리 위에는 무르익은 포도송이들이 넝쿨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재수 좋은데, 저것들이 제발 너무 높지만 않다면 한턱 잘 먹을텐데...... 내 키가 저기 닿을까?"

 여우는 공중를 향해 힘껏 뛰어올랐다. 그러나 제일 나즈막한 넝쿨에 닿을 뻔 하다가 떨어지고 말았다. 여우는 또다시 더 힘을 모아 뛰어 올랐다. 맨처음 만큼도 못했다. 드디어 자기의 힘을 잃고 있다는 것과 포도를 딸 기회가 희박하다는 것을 깨달은 여우는 아쉬운 정을 감추지 못했다.

 "포도는 시어서 나의 구미에 맞지 않을거야, 탐욕스러운 새들에게나 맡겨 두어야지! 새들은 아무거나 쳐먹고 있으니까."

 

          # 회의하는 쥐들

 어느 날 쥐들이 한 곳에 모였다. 포악한 고양이를 어떠한 방법으로 처리하느냐에 대한 의론이었다. 우두머리들은 황갈색 잔등의 쥐와 회색빛 쥐, 그리고 흰 수염의 쥐였다.

 처음 황갈색 잔등의 쥐가 말을 꺼냈다.

 "내가 빵 부스러기라도 주워올까 하고 식료품실에 들어가기만 하면 고양이란 놈이 온단 말이야, 그래서 뒤돌아올 겨를마저 없어......"

 "어쩌면 좋아? 우리 모두 한꺼번에 그놈을 물어뜯어, 혼을 내서 쫓아낼까?"

 회색빛  쥐의 말이 떨어지자, 흰빛 수염의 쥐가 입을 열었다. 

 "아니야, 고양이란 놈은 하도 대담해서, 우리의 능력으로는 그 놈을 위협할 수 없어. 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놈의 목에다 방울을 하나 걸어 놓자는 거야. 그러면 고양이란 놈이 움직이기만 하면 방울소리가 날 테니까 우리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도망치면 될게 아냐?"

 "아! 옳소, 좋은 생각입니다."

 "그건 참 근본적인 의견이야, 고양이란 놈에게 방울을 달아야지!"

 "만세, 만세. 고양이에 대한 공포도 이제 사라졌다."

  모든 쥐는 기쁨에 겨워 다 한마디씩 외쳤다. 기쁨이 한창 일렁이고 있는데 황갈색 잔등의 쥐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누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겠소?"

  아무도 대답은 없었다. 

 "당신이 하겠소?"

 황갈색 잔등의 쥐는 흰 수염을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흰 수염 가라사데

 "내 생각으론 그것만은 못할 것 같소. 당신이 아다시피 나는 절룸발이가 아니오. 그 일은 재빨리 움직일 수 있는 다른 이가 필요하오."

 황갈색 잔등의 쥐는 다시 회색쥐에게 똑같은 말로서 권유했다.

 "당신이 하겠소? 회색쥐씨."

 "미안합니다. 내가 덫에 걸릴 뻔한 이후로 몸이 좋지 못합니다."

 "그럼 누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겠소? 해야 할 일이라면 누구든지 그것을 꼭 해야만 될 것인데......"

 황갈색 잔등의 쥐는 허공을 향해 외쳤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작은 쥐들은 하나씩 둘씩 제 구멍으로 슬며시 가버렸던 것이다. 그들의 회합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 괴로움이 생겼을 때, 충고해 주는 이보다 실제로 행동하는 이가 더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