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세계

이솝우화10) 밀밭의 종달새/토끼와 거북

如岡園 2015. 4. 13. 12:31

          # 밀밭의 종달새

 어느 화창한 봄날, 한 쌍의 종달새가 어리고 파란 밀밭 가운데 집을 짓고 새끼들을 기를 준비를 했다. 봄은 모든 생물이 기쁘게 기지개를 펴기에 알맞도록 따뜻하였다.

 이윽고 밀밭의 밀은 무성하게 자라서 세상을 온통 둘러쌌고, 그 속에 어린 종달새 형제들이 아주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철은 무성한 밀잎이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밭고랑 사이로는 시원한 바람이 스며들었기 때문에 끝없이 즐겁고 유쾌한 계절이었다.

 아기종달새들이 아주 튼튼하게 자라났을 때 밀알도 모두 충실하게 여물었다.

 어느날 밀밭 주인이 찾아왔다. 주인은 밀밭을 바라보며 만족한 듯이 그의 아들에게 말했다.

 "밀농사는 훌륭하게 됐구나. 이웃 사람들을 불러 밀을 거두는데 좀 거들어 달라고 부탁해라."

 종달새 형제들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어미새가 돌아오자 새끼들은 이사하자고 졸랐다.

 "아직은 이사할 필요가 없단다. 그렇지만 얘들아, 그 영감이 다시 오거든 무어라고 하는지 잘 들어 두어라."

 며칠 뒤에 밀밭 주인이 다시 찾아왔다. 주인영감은 뒷짐을 지고 흐뭇한 듯이 아들에게 말했다. 

 "이웃사람들이 안 오겠다면, 아저씨와 사촌들에게 부탁해 보아라."

 어린 종달새들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진정해 가며 어미새에게 밭주인 영감이 하던 소리를 들려 주었다. 

 "아직은 이사할 필요가 없단다. 그렇지만 얘들아, 그 영감이 다시 오거든 무어라고 하는지 잘 들어 두어라."

 다시 며칠 후에 밀밭주인이 아들과 함께 찾아왔다. 주인영감은 밀이 너무나 잘 익어 이삭에서 밀알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는 걱정스러운 듯이 아들에게 분부했다. 

 "이젠 우리들이 와서 손수 거두어야겠구나 얘야, 서둘러야겠다."

 어미종달새는 겁먹은 새끼들의 말을 듣고 나자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젠 이곳을 떠날 때가 되었다. 주인영감이 이젠 자기 일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할 터이니까. 알겠니? 얘들아, 일을 남에게 맡기려 하는 사람은 조금도 무서울 것이 없단다."

 밀밭 너머 하늘은 끝없이 푸르렀다. 밀밭에서 자라 어미가 된 종달새는 푸른 하늘을 향해 힘찬 날갯짓을 하였다.

 

          # 토끼와 거북

 "굼벵이야, 느림보야."

 토끼는 거북을 볼 적마다 껑충껑충 뛰면서 놀려댔다. 본래 성품이 둔하고 굶주림에도 오래도록 견뎌내는 거북은 방정맞은 토끼의 어떠한 조롱도 눈을 꿈벅이며 기분좋게 받아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거북은 토끼에게 그만 멋없는 제안을 해버렸다. 어처구니 없게도 돈을 걸고 다름박질 내기를 하자고 했던 것이다. 토끼는 기가 막혀 잠시 벌렸던 입을 다물지 못했다.

 "뭐라구? 경주를?......우핫하하하......"

 "기분 나쁘게, 웃을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경주를 해 보자는 것일세. 자고로 길고 짧은 것은 재어 보아야 아는 법일세. 이 길로 곧장 십리를 가면 늙은 소나무가 한 그루 있네. 거기까지......"

 "뭐라구? 십리를? 아니 자네가 십리를 어떻게 가나? 하하하...... 그만 웃기게......"

 "글쎄, 목표는 그 나무까지로 하고 심판은 저 여우에게 맡기기로 하세."

 "정말인가? 뻔히 질 줄 알면서 도박을 하는 성미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

 결국 여우가 심판을 보기로 하고 그들은 스타트라인을 떠났다. 

 장난꾸러기 토끼는 멀리 앞질러 가서 눈을 꿈벅이며 뒤뚱뒤뚱 기어오는 거북을 기다리기도 하고, 가끔 풀을 뜯기도 하고, 혹은 출발점으로 되돌아갔다가 따라오기도 하며 거북이의 약을 올려주려 했다. 그러나 거북은 묵묵히 그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기어갈 뿐이었다.

 토끼는 마침내 말없이 걷기만 하는 거북을 놀려 주는 짓에 흥미를 잃고 말앗다. 그는 거북이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앞질러 간 곳에서 낮잠을 자기로 했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누워 있으려니까 한참을 껑충거리며 까불었던 탓인지 몸이 노곤해지며 금시 잠이 들었다. 물론 그 사이에 거북이 앞서 간다 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이윽고 토끼가 눈을 떴을 때, 거북의 모습은 앞으로도 뒤로도 보이지를 않았다. 

 "아직 여기까지 오지도 못한 것일까? 그러나 좀 이상한데......"

 부쩍 의심이 든 토끼는 앞을 바라보고 열심히 뛰었다. 마침내 약속한 소나무까지 뛰어 갔을 때 거북은 나무그늘에서 숨을 내쉬며 땀을 닦고 있었다. 물론 심판을 맡았던 여우도 그곳에 있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있는 이 흔한 이야기는,

 요컨대 아무리 재주가 출중한 사람도 주의하지 않으면 느리기는 해도 성실한 자에게 지는 수가 있다는 교훈을 지니고 있다. 

 재주있는 사람의 대부분이 제 재주만 믿고 교만과 자랑만을 내세울 뿐 결국 아무런 사회적 혹은 개인적인 성공이나 공로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 세상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