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동물우화
총설
교훈과 흥미를 본위로 하는 우화는 설화의 한 형태이다. 인간의 정황(情況)을 인간 이외의 사물들 사이에 생기는 일로 꾸며서 말하는 짧은 이야기인 우화는 민담의 성격을 띰으로써 다분히 세계성을 가진 흥미로운 문학이다.
우화에는 동물이 많이 등장한다든가 동물세계가 그려진다는 현저한 특징 때문에 우화라고 하면 흔히 동물우화를 일컫게 된다.
그러나 동물의 생활을 본질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동물문학과는 구별된다. 동물우화는 동물의 행태에 가탁(假托)하여 인간생활을 기지(機智)로써 풍자하고 윤리적 교훈을 주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동물우화는 겉으로는 관습화된 동물의 성격을 내세우지만 인간 사상(事象)을 다루는 것으로 속뜻을 삼기 때문에 우의적(寓意的) 성격이 강하다.
우화는 도덕적 명제나 인간 행동의 원리를 예증하는 짧은 이야기로서, 대부분 그 결론 부분에서 화자나 작중 인물 중의 하나가 경구(警句)의 형식으로 도덕적 교훈을 진술한다.
우리나라 고문헌(古文獻)에 기록된 동물우화 자료는 매우 영성(零星)한 편이지만 이것은 동물우화가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문자 향유층인 양반 계층에서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것은 전승되는 민담에서 비교적 많은 동물우화를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서도 짐작할 만한 일이다.
우리 나라의 동물우화는 동물에 대한 관심을 우리 나름의 설화로 형상화한 구전(口傳)이라는 커다란 흐름 속에 불교 전래와 함께 수입된 불전설화(佛傳說話)와 중국에서의 우언적(寓言的) 발상(發想), 그리고 연대적으로 훨씬 뒤떨어져 유입된 이솝우화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고 본다.
이같은 동물우화로 대표되는 것은 <삼국사기> 김유신 조(條)의 구토설화, 녹토섬여(鹿兎蟾余)의 제자랑, 두더쥐의 혼인, 쥐의 사위삼기, 꾀꼬리와 따오기의 목청자랑, 함정에 빠진 호랑이, 16세기 초 <어면순> 소재의 견족수사(犬足受賜), 노서절반(老鼠竊飯), 영묘승마(鈴猫乘馬), <순오지>의 언서혼(언鼠婚), 편복지역(편복之役), <기문> 소재의 교토탈화(狡兎脫禍), 작겁호갈(鵲怯狐喝), 호사호계(虎死狐計), 편복불참(편복不參), <성수패설>의 필야사무송호(必也使無訟狐), <교수잡사>의 호원취사(狐願就死) 등이 있다.
구토설화(龜兎說話)
옛날 동해 용왕의 딸이 심장병을 앓고 있는데 의사가 말하기를 토끼의 간을 구해서 약에 넣어 먹으면 나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바다 속에 토끼가 없으니 어쩔 수가 없는 것 아닌가.
그 때 한 거북이 요왕에게 아뢰기를
"제가 구해 오겠습니다."
하고 드디어 육지로 올라가서 토끼를 찾아 보고 말하기를
"바닷 속에 섬 하나가 있는데 샘물도 맑고 돌도 하얗고 숲도 무성하고 좋은 과일도 많으며, 덥거나 춥지도 않고 매 독수리 같은 것도 없다. 네가 만약 거기만 간다면 아무 걱정 없이 편히 살 것이다."
하며 살살 꾀어 드디어 토끼를 등에 업고 헤엄쳐 이삼 리를 가서는 거북이 토끼더러 이르기를
"지금 용왕의 딸이 병이 들어 토끼의 간으로 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고를 꺼리지 않고 너를 업고 가는 것이다."
하였다.
토끼는 대답하기를
"나는 신명(神明)의 후손이라 능히 오장(五腸)을 꺼내어 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도로 들여보낼 수 있다. 요새 조금 심장이 답답키로 간을 꺼내어 씻어서 잠깐 바위틈에 두고 너의 달콤한 말을 듣는 바람에 바로 왔다. 간이 지금 거기 있으니 돌아가서 간을 가져오지 않으려나? 그렇다면 너는 구하는 것을 얻게 되고 나는 간이 없어도 살 수 있으니 양 편이 다 좋지 않겠는가."
라고 하였다.
거북은 그 말만 믿고 육지로 돌아가 겨우 언덕에 오르자 마자 토끼는 풀숲으로 들어가며 하는 말이
"어리석은 놈은 너다. 간이 없이 사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고 하였다.
거북은 기가 막혀 묵묵히 물러갔다.
(金在煥 著. <韓國動物寓話小說硏究>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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