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부형지과(父兄之過)/귀로득자(歸路得子)/상사소오(相師所誤)/과여사언(果如師言)

如岡園 2016. 3. 1. 18:29

          # 부형지과(父兄之過)

 어떤 이가 옛 친구를 찾았으나 집에 있지 아니하여 동자에게 물어 가로되,

 "너의 아버지가 어디 갔느뇨?"

 "간 곳으로 갔습니다." 하고 대답한즉,

 그 사람이 이는 어린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생각하고 물어 가로되,

 "너의 나이 얼마뇨?"

 "네, 저 건너 마을 석래란 놈과 동갑입니다."

 "석래의 나이는 얼만고?"

 "나와 더불어 동갑입니다."

 "네가 어찌 그리 교사한고. 내 마땅히 너의 부랄을 까 먹으리라."

 "다 큰 아이의 부랄도 마구 까 먹는 수가 있습니까?"

 "어찌 가히 없으리오."

 "어쩐지 당신이 많이 까 잡순 모양이구려. 내가 보니 당신 턱에 음모(陰毛)가 많이 붙었소이다."

하였다.

 

 부묵자가로되,

 시전(詩傳)에 가로되, "자식을 가르쳐 의로운 방법으로써 하여 사(邪)를 들이지 말라." 하였거늘, 자제가 이와 같음은 부형의 허물이라, 가히 삼가지 않을까 보냐.    <破睡錄>

 

          # 귀로득자(歸路得子)

방씨 성을 가진 이가 행상으로 업을 삼아 집안이 넉넉하였으나 나이 사십이 지났어도 자식 하나 두지 못하였다. 사신을 따라 연경에 나아갔더니, 연경에서 점 잘치는 늙은이를 만나 한 번 점을 치는데 천 금을 요구하였다. 방 서방이 시험삼아 자식을 두겠느냐고 물으니, 점치는 늙은이가 일귀(一句)를 써서 주면서 가로되,

    "청산귀로 자족시사(靑山歸路  自足是嗣) -청산을 도는 길에 절로 아들을 얻으리라." 한데,

 말이 심히 허탈하였지만 심중에 감추어 일찌기 잊어버리지 않았거늘,

 그 후에 청산을 지나다가 한 젊은 스님을 만나니, 나이 이 십에 심히 아름다운지라, 방서방이 가로되,

 "너와 같이 영리하고 잘 생긴 사람이 무슨 할 일이 없어서 그릇 공적(空寂)의 문에 던졌느뇨?" 하니,

 스님이 흐느끼면서 가로되,

 "소승과 같은 자는 행년이 이 십에 아직 성도 알지 못하니 감히 사람 측에 들 수 있으리까?" 하며 이어 말하되,

 "저의 어머니가 밭에서 목화를 따고 계셨더니, 어떤 알지 못할 지나가는 상인이 야합하여 성명을 말하지 않고 떠남에, 저의 어머니가 그이의 옷 뒷자락을 잘라 표를 삼았는데, 인하여 아기를 배어 소승을 낳았으니, 소승이 이미 십여 세 때부터 불문에 몸을 의탁하곤 팔방으로 돌아다니며 나를 낳은 아버지를 찾고 있을 뿐이니, 어찌 뜻이 경을 읽고 염불하는데 있으리까?"

 방서방이 젊을 때 이런 일이 있었음을 깨닫고,

 "그러면 혹시 가히 신빙할 만한 물건이 있겠느뇨?" 하니,

 중이 옷 속에서 뒷자락 끊은 것을 내어 보이며, "이것입니다." 하니,

 방서방이 이에 중을 이끌고 집에 와서 서랍 속을 샅샅이 뒤지니, 그 끊기어 조각난 옷이 나오거늘, 맞대어 보니 과연 꼭맞는지라, 그 늙은 점장이의 점이 과연 영험스러웠다.

 

 부묵자 가로되,

 의경(義經)에 가로되, '우도학이 그늘에 있어 그 아들이 화한다.' 했으니 부자지간이 비록 천 리에 격했으나 어찌 만나지 못할 리가 있으랴.    <破睡錄>

   

          # 상사소오(相師所誤)

어떤 자가 관상장이에 물어 가로되,

 "듣건댄 그대가 남의 상을 잘 본다 하니, 시험삼아 나를 위하여 한 번 관상을 잘 봐 주오."

 관상장이가 자세히 보고 말해 가로되,

 "그대의 얼굴을 보니 복기(福氣)가 천정(天庭)에 넘쳐서, 늘그막에 꼭 크게 부자가 되어 누워서 먹을 팔자니라." 하니,

 그 사람이 듣고 크게 기뻐하여, 집에 돌아가는 길로 처자에게 자랑하며, 오래 집안에 들어누어서 오로지 한 가지 일도 하지 않거늘, 옆에서 혹 물으면 답해가로되,

 "내 마땅히 누워서 치부하리라 하였으니, 관상장이가 어찌 나를 속이리오?"

 길이 누워 장차 굶어죽게 됨에 무거운 말로 그 처자에게 일러 가로되,

 "내가 상사(相士)의 그릇친 바 되어 이 지경에 이르렀다." 하였다.

 

부묵자 가로되, 슬프도다. 사농공상에 각각 그 업이 있은 연후에 천명을 가히 기다리니, 어찌 가히 일개 술사(術士)의 말을 믿고 뜻없이 수업하매, 위태롭기 나무포기를 지켜 토끼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지라. 시전(詩傳)에 가로되, '민생이 부지런하면 궁하지 않다.'고 했고, 서전(書傳)에 가로되, '농삿군이 힘써 가꾸면 또한 거두는 가을이 있다.' 하였으니, 천하만사가 부지런하면 얻을 것이요, 부지런하지 않으면 잃어버릴 것이니, 심지 않고 거둔다 함을 내 일찍 들은 바 없도다.    <破睡錄> 

 

          # 과여사언(果如師言)

 오륙 세 동자 세 사람이 함께 주흥사 천자문(周興師千字文)을 읽다가, 마침 촌 여인이 오줌 누는 소리를 듣고 한 아이가 가로되,

    "공곡전성(空谷傳聲)이라- 빈 골짜기에 전하는 소리라." 하고.

 한 아이는 가로되,

    "천류불식(川流不息)이라- 흐르는 시내가 쉬지 않는도다." 하고,

 한 아이는,   

    "여송지성(如松之盛)이라- 소나무의 성한 것과 같다." 하니, 

 그 스승이 듣고 평해 가로되,

 "배행검(裴行儉)이 말하기를, 선비의 앞날이 먼저 그 그릇을 안 후에 문예(文藝)라 하였으니, 이런 연고로 공자가 궐당(闕黨)을 경계하시니, 너희들은 나이 어린데 말씀은 늙었으며, 배움은 옅은데 재주가 기발하여, 마땅히 재화(才華)로써 세상에 날릴 것이다. 영달한즉 내 알지 못하는 배라."

 그들이 커서 과연 그 스승의 말과 같이 되었더라.    <破睡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