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시부공석(試負空石)/가아총첩(家兒寵妾)/과부우자(寡婦愚子)/공실의발(空失衣鉢)

如岡園 2015. 11. 25. 19:56

          # 시부공석(試負空石)

 지아비는 어리석고 여인은 약아서 처가 이웃남자와 남몰래 간통한 지 오래더니,

 하루는 어리석은 지아비와 영리한 처가 함께 산골 밭에 나가 김을 맸는데, 이웃 남자가 오쟁이를 지고 밭가에 서서 그 지아비에게 가로되,

 "비록 그대의 처이긴 하나 어찌 감히 밭 사이에서 방사(房事)를 할까 보냐." 하니

 "본래 그 일 한 바가 없도다. 그대는 어찌하여 그런 말을 하는가?" 하고 지아비가 깜짝 놀라며 말하니

 "그대가 나를 믿지 못한다면 내가 마땅히 그대를 대신하여 밭을 매리니, 시험삼아 그대가 오쟁이를 지고 여기 서서 보라. 과연 그런가 그렇지 않은가."

 지아비가 그 말에 따라 오쟁이를 지고 서 있는데, 이웃남자가 참으로 그처를 간통하거늘,

 지아비가 웃으면서 가로되,

 "그대의 말이 상쾌치 않도다."

 이로 말미암아 처를 빼앗기면, <오쟁이를 졌다>고 하는 속담이 있게 되었다.

 

부묵자 가로되

 슬프도다 주역에 가로되 "삼인이 행한즉 일인이 손해를 보고 일인이 행한즉 그 벗을 얻는다."하고 

 공자 가로되

 말과 이치는 하나라, 여인의 행실이 반드시 한결같으랴. 지아비는 처의 하늘이라, 지아비가 비록 어리석다 하나 하늘을 어찌 감히 속이랴. 본부를 우롱하여 하늘을 속이는 여인이 백주 전간(田間)에서 간통함도 그의 처가 오히려 고로하니, 이 사람의 처는 가위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    <破睡錄>

 

          # 가아총첩(家兒寵妾)

 어떤 재상이 항상 말하되,

 "내가 영남 도백으로 있을 때에 집 아이가 한 기생첩을 사랑하였는데, 내가 체차되어 돌아오매 함께 데리고 왔더니, 수년이 지난 뒤에 스스로 꾸짖음을 얻은 줄 알고 창기를 두는 자는 이 어찌 사부(士夫)의 행실일가 보냐, 하여 이에 좇아보내었더니, 이미 좇아낸 후에 내가 "그 여인이 떠날 때에 여인이 무어라 말하더냐?" 물으니 "별로 다른 말이 없삽고 다만 말하되, 이렇듯 수년 동안 건즐(巾櫛)을 받들어 오다가 문득 이러한 이별이 있으니, 유유한 나의 회포를 무엇으로써 형언하리오."하며, 운자를 불러 별장(別章)을 짓겠다기에, 곧 '君'자를 부른즉, 여인이 가로되 어찌 반드시 '君'자만 부르는가 하고 이에 읊어 가로되,

    洛東江上初逢君터니

    普濟院頭又別君이라

    桃花落地紅無跡하니

    烟月何時不憶君가 

     (낙동강 위에서 님을 만나고/ 보제 원두에서 님과 여위니/ 복사꽃도 지며는 자취감춘데/ 어느 세월 어느 땐들 내님 잊으랴.)

 이렇게 읊고 눈물을 흘리며 물러감에 내 그 시를 듣고 그의 결연히 죽을 것을 알고, 사람을 보내어 불러오게 하였더니, 이미 누암강(樓岩江)에 투신자살한지라, 내 아들이 이로 인하여 병을 얻어 두어 달 만에 죽었도다. 내 또한 이 일이 있은 후로 때를 만나지 못하고 장차 늙어가니, 부자의 사이에 오히려 이러하거든 하물며 다른 이에게 가히 적원(積怨)할 수 있으랴.        <破睡錄>

 

          # 과부우자(寡婦愚子)

 어떤 과부의 아들이 그 어미의 사랑으로만 커서 아주 형편없이 어리석은 자가 되었더니 완악한 종의 무리와 함께 대구(大邱)로 향하는 길에서 종에게,

 "대구가 여기에서 몇 리가 되는가?" 하고 물으니

 "대구(大口)는 웃니가 열 여섯이요, 아랫니가 열 여섯이니, 합해서 서른 두 개입니다."

 장차 어느 주막에 들게 되매 그 사람이 가로되 

 "방 가운데 자리가 있느냐?"

 "자는 자가 없으면 나와 더불어 함께 주무셔도 좋겠습니다." 하고 종이 대답하매 또한 물어 가로되

 "방에 물것이 없겠느냐?"

 "물것이 없으면 저의 신(腎)을 무시면 좋겠습니다."

 그 사람이 노해 가로되,

 "엉덩이를 때리면 좋겠다."

 "비록 때려서 깨지는 못할지나, 본시 두 쪽입지요." 하거늘 그 사람이 곤욕을 견디지 못하여 중로에서 돌아와 그 어미에게 고하니, 그 어미가 장차 그 종놈들을 결박하여 때리면서 다스린 즉 종이 가로되

 "소인이 과연 그와 같은 말을 하긴 했으나, 그 말을 할 때에 다못 서방님과 소인이 그 사이에 있었을 뿐이어늘, 이렇게 마님께 고자질한 자는 쥐새끼일 것입니다." 하니 그 사람이 손을 바지춤에 집어넣고 어정거리면서 가로되,

 "나는 전혀 고자질한 배 없도다." 하였다.

 

 부묵자 가로되 슬프도다. 공자 가로되

 "사랑함에 능히 수고롭지 않느냐. 충성함에 능히 가르치지 않느냐." 하니 선유(先儒)가 풀어 가로되 

 "사랑하면서 수고하지 않음은 새나 짐승의 사랑이요, 충성하되 가르치지 아니함은 곧 부녀의 사랑이니, 내가 이 사람에게 더욱 신애하여 수고로움의 해로움을 하지 말진저."         <破睡錄>

 

          # 공실의발(空失衣鉢)

한 스님이 어느 술집에 들어가 술 거르는 여인이 무척 예쁜 것을 보고 욕심의 불길이 치올라 실로 잠시도 그냥 있을 수 없더니, 밤에 이르러 그 여인이 홀로 자는 것을 정찰해 알아 가지고, 또한 감히 뛰어들어 가지는 못하고 옷을 다 벗어 바랑 속에 넣어 창밖에 달아놓고 도망칠 계책을 여러 번 미리 연습하고는 발가벗고 방을 향하여 들어가니, 여인이 깨어 묻기를

 "누구요?"

 하니, 스님이 놀라 겁을 먹곤 바랑을 가지고 달아났는데, 한 집에 이르러 쉬면서 자세히 보즉, 그것은 바랑이 아니요 이에 닭이 알낳는 닭의 둥우리라,

 이로 인하여 여인의 그 음호(陰戶)조차 보지 못하고, 헛되이 옷과 바랑만 잃었다는 속담이 있다.         <破睡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