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객석수진(客惜水盡)
평양은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니 옛날로부터 소인묵객(騷人墨客)과 대소사성(大小使星)이 놀아나지 아니한 바 없고, 또한 색향(色鄕)으로 홍분송별(紅紛送別)한 뒤라 고려조의 학사 정지상(鄭知常)의 시에
雨歇長堤草色多 비 개인 저 언덕에 풀빛이 아름다우니
送君南浦動悲歌 그대 보낸 남포엔 슬픈 노래 드리운다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물 그 언제 마르랴
別淚年年添綠波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네
하였것다.
이즈음 서울 나그네가 평양에 놀쌔 감사가 술을 대접하였더니 술맛이 맹물과 같고 또 수청기생이 이별에 이르러 울지 않거늘,
객이 괘씸한지라.
"대동강수(大同江水)가 장차 며칠 안가서 마르리라."
"웬 까닭이오?"
하고 방백이 물으니,
객이
"술잔엔 물탄 술이 있고, 수청 기생은 또한 눈물 흘릴 줄을 모르니 대동강물이 어찌 시러금 마르지 않으리오?"
하니, 만좌가 손벽을 쳤다. <奇聞>
# 환마태우(喚馬태友)
성천(成川)에 한 관비(官碑)가 음란을 즐겨 그것이 큰 것을 몹시 좋아하더니, 교생 남산수(南山壽)란 자가 또한 양물(陽物)이 거창하게 큰데도 매양 그 관비를 간통코자 하나 그 기회가 없거늘,
한 벗이 일러 가로되
"내가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한 계교를 꾸미리다. 여비가 매양 시냇가에서 빨래질을 하는데 내가 그대와 더불어 여종의 곁을 지나면서 그대보고 '망아지 아비'라 하리니, 네가 '왜 나를 욕하느냐' 하라, 그러면 내가 '그대의 그것 크기가 말만한 고로 이와같이 한다' 하면 여종이 반드시 그대의 물건 큰 것을 알고 꼭 덤벼들 것이다."
교생이 기뻐 가로되,
"그러면 내가 그렇게 하리라." 하였는데
다음날 교생이 그 벗과 더불어 함께 시냇가를 지내다가 여종이 바야흐로 빨래를 할쌔, 벗이 교생을 불러 가로되,
"망아지 아비야!" 한즉
"어찌하여 사람을 가리켜 망아지 아비라고 하느냐?" 고 교생이 물으니
"네가 항상 암놈의 말을 간통한 고로 망아지 아비라고 한다." 하거늘,
여종이 손벽을 치며 웃어 가로되
"더러운 놈이로다. 저놈이여! 짐승을 간통하니 인간이 아니로다." 하면서
사람 취급도 하여주지 안했다.
그리하여 교생은 마침내 그 뜻을 이루어 보지도 못하고 헛되이 '망아지 아비'라는 별명만 얻었도다. <奇聞>
# 인살취송(認殺就訟)
한 나그네가 있었는데 외눈박이였다. 날이 저물어 촌가에 머물러 자게 되었더니, 주인이 그 처로 더불어 벽을 격한 곳에서 음사(淫事)를 행할쌔 그 처에게 일러 가로되,
"마땅히 외눈박이를 죽이리라."
"좋습니다."
하고 아내가 응수하니,
나그네가 듣고 크게 두려워한 후에 곧 그 행장까지 버리고 몸을 빼쳐 도주하여 고을 사또에게 고하거늘,
사또가 그 주막의 주인을 잡아다가 물으니 주막주인이 가로되,
"그런 일이 없습니다."
외눈박이 객이 낯을 붉히면서 힐문해 가로되,
"그대는 숨기지 말라. 지난 밤에 그대가 처에게 '외눈박이를 죽인다'고 하였으니, 내가 아니고 누구랴?"
"속말에 양물(陽物)로써 외눈박이라고 하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 아니오. 내가 과연 처로 더불어 희롱하는데, 만약 음사(淫事)를 파(罷)하면 어찌 그놈이 죽는 것이 아니랴. 당신께서는 외눈박이인고로 그릇 들었소이다."
하고 그 주인이 웃으면서 말한즉,
사또가 책상을 치면서 크게 웃고 송사를 물리쳤다. <奇聞>
'유모어의 한국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비쟁상(放屁爭賞)/찬랑숙수(贊郞熟手)/맹작휴명(氓作鵂鳴) (0) | 2016.10.20 |
---|---|
몰계취과(沒計取寡)/낭언지세(郎言支歲) (0) | 2016.07.22 |
부형지과(父兄之過)/귀로득자(歸路得子)/상사소오(相師所誤)/과여사언(果如師言) (0) | 2016.03.01 |
시부공석(試負空石)/가아총첩(家兒寵妾)/과부우자(寡婦愚子)/공실의발(空失衣鉢) (0) | 2015.11.25 |
환희처녀(歡喜處女)/발치여산(拔齒如山)/양처무신(良妻無信) (0) | 2015.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