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몰계취과(沒計取寡)/낭언지세(郎言支歲)

如岡園 2016. 7. 22. 18:44

          # 몰계취과(沒計取寡)

 옛날 어느 시골에 과부가 있으니 나이 삼십에 집안이 넉넉하였다. 그러나 아들딸 하나 없고 수절하면서 홀로 살아 가는데, 일군 두고 농사지어 손으로 길쌈하고 충족히 잘 사니 이웃사람들이 칭찬 않는 이 없었다.

 이 때 마을 한 사람이 상처(喪妻)한 지가 여러 해에 집안은 가난하고 홀아비로 사는데, 매일과 같이 과부를 보고 그리워하되 아무런 묘한 방책이 없었다. 

 이에 한 꾀를 내어 친밀한 벗과 서로 의논하여 가로되,

 "내가 장가갈 가망이 없으니 그 집 과부나 얻을까 하여, 오늘 밤에 내가 기어이 저 집에 가서 알몸으로 과부의 이불을 덮고 속으로 들어가 누워 있으리니, 그대는 모름지기 내일 새벽 동틀 때에 과부집에 오면, 과부가 반드시 바깥채 부엌에 있을 것이니, 그대가 꼭 여차여차하게 한다면 나의 일이 끝나리라." 한데 벗이 가로되,

 "그 여인이 자못 절개 있고 살림이 또한 넉넉하니, 어찌 그대를 좇는다 하리오. 일이 만일 성공치 못한다면 반드시 좋지 못한 광경이 벌어질 것이니, 어찌 생각지 않으랴."

 "한 가지 염려가 없지 않으나 다뭇 나의 말을 따라 해 주기 바라노라."

 그의 벗이 할 수 없이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에 촌사람이 꼭두새벽에 과부의 집에 가서 울타리 밖에서 엿본즉, 과부가 바깥 부엌에 나가 소죽을 끓이고 있어, 촌사람이 살금살금 후문으로 돌아 방에 들어가서 과부의 금침을 펴고 옷을 벗고 이부자리 속으로 깊이 누웠더니, 날이 샐 무렵해서 벗이 약속한 대로 왔는지라, 과부가 부엌에서 

 "무슨 일 때문에 이처럼 일찍 오시었소?"

 "오늘 우리 집 밭을 갈려고 하여 소를 잠시 빌리면 오전 중에 곧 돌려보내리니, 이 청 때문에 왔소." 하니,

 과부가 아직 채 대답지 못하고 있는 중에 홀아비가 갑자기 창 가의 조그만 창을 열고 이불 속에서 머리를 들고 벗을 향하여,

 "우리 집도 오늘 또한 밭을 갈 터인데, 소를 빌릴 틈이 없으니, 딴 집에 가서 빌려 보라." 하니,

 "그대가 웬 일로 이 집 방안에 누워 있느뇨?" 하고 묻거늘,

 "내가 내 집 방에 누워 있는데 무엇이 괴상해서 묻느뇨?" 홀아비가 웃으면서 말하니,

 "이 집 주인은 저 아주머니가 혼자 사는 것을 온 마을이 다 아는 터에 우리 집이란 그게 무슨 연고냐?"

 "만약 내 집이 아니라면 어찌 다른 사람의 안방에서 함부로 잘 수 있으랴. 내가 바로 새벽잠이 들어 일어나지 못한 고로, 아직 이불 속에 누워 있으니, 다른 사람의 집안 일에 그대가 어찌 말이 많은고. 쓸데 없는 소리 다시는 말라."

하니 벗이 기괴히 여기는 듯 뒤통수를 치며 나가더라.

 여인이 이 모양을 보고 어이가 없어 멍하니 서서 말이 없는지라, 벗이 곧 이웃집으로 돌아다니며 소문 좋아하는 무리들을 향하여, 자세히 이 일을 말하니,

 세상일은 가히 측량할 수 없는지라 남녀노소가 다 믿지 아니하고, 혹은 의심하지 않는 자가 있더니,

 "내가 이제 이 눈으로 보고 왔으니 여러분도 곧 가서 보면 알 게 아니오." 하고 벗이 말하니,

 소년남녀 7,8인이 일시에 과부의 집으로 간 즉, 그 홀아비가 아직 이불 속에 누워서 일어나지 아니하고, 입에 장죽을 물고 담배를 피우며 창을 열고 내다보며,

 "웬놈들이 주인도 일어나기 전에 이리 일찍 왔느냐?" 하니 

 여럿이 보고 다 손벽을 치며,

 "아무개의 말이 과연 옳도다. 이제 다시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고 다 흩어져 돌아가니,

 과부가 얼굴이 샛노래지며 입을 열지 못하고 등신과 같이 서서 있거늘, 홀아비가 이에 부엌으로 나아가 과부의 손을 잡고,

 "인생세간이 가벼운 티끌이 약한 풀을 스치는 것과 같으니, 그대가 아직 늙지 않은 몸으로 어찌 스스로 저와 같이 괴로와 할 까닭이 무엇이오. 이제 일이 여기에 이르러 비록 혀가 열 개 있어도 이 일을 훼방할 수는 없을 것이오. 또 설사 송사질을 한다 해도 굴욕 뿐일 것이니, 나와 인연을 맺음만 같지 못하리라. 우리 서로 홀아비와 과부라 어찌 가합치 않으랴?" 하니,

 과부가 백 번 생각해 보아도 발명할 길이 없어 이에 눈물을 흘리고 길이 탄식하더니, 부득이 말을 들어 아들 낳고 딸 낳고 즐거이 한 평생을 지냈다 한다.    <攪睡잡史>

 

          낭언지세(郎言支歲)

 한 선비가 장차 재취(再娶)하려고 하였더니 때에 나이 팔십이라, 연고로 나이를 속이고 처를 맞이하매 머리털과 수염이 희거늘, 부옹(婦翁)이 크게 놀라 이튿날 낭군에게 

 "당신 나이 얼마요?"

 "二十四니라."

 "이십 사 세인이 어찌 이와 같이 늙었느뇨? 참으로 거짓말이로다." 하고 늙은 아내가 말하니,

 "사십 이 세니라."

 "사십 이 세도 진짜 나이가 아니로다."

 "사면(四面)으로 이십이니라."

 "그런즉 팔십이라. 그대의 나이 도리어 나보다 높거늘 내가 처음 물을 때 어찌 바로 말하지 않고 재차 속였는고?"

하고 늙은 아내가 놀라면서 따지니 

 "내가 처음부터 실토했는데 그대가 자못 알지 못했을 뿐이라, 사십 이 세도 또한 팔십이오. 이십 사 세도 또한 팔십이니, 비록 고령이긴 하나 잘 대접해 주기만 하면 가히 해전(歲前)까지는 지탱하리라." 한데,

 때마침 겨울 달이 장차 다하려 하거늘 듣는 자 절도(絶倒)하였다.    <奇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