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방비쟁상(放屁爭賞)/찬랑숙수(贊郞熟手)/맹작휴명(氓作鵂鳴)

如岡園 2016. 10. 20. 22:57

          # 방비쟁상(放屁爭賞, 상을 다툰 방귀소리)

 한 신부가 처음으로 시아비 시어미를 뵈이매 육친이 다 모였거늘 짙은 화장에 좋이 입고 청상에 나올쌔 보는 자가 칭찬치 않는 이 없더니, 신부가 시아버지 시어머니의 앞에 나아가 바야흐로 술잔을 받들어 드리다가, 문득 방귀가 뽕! 하고 나올쌔 친척들이 다 웃음을 참고 서로 돌아보기만 하였다.

 유모가 부끄러워 스스로 그 허물을 당하기 위하여 거연히 일어나면서 사과해 가로되,

 "소인이 나이 많아 엉덩이가 연해져서 방귀를 뀌었으니, 황공해 마지 않읍니다."

 시아비 시어미가 그것을 착하다 하여 유모에게 한 필의 비단으로 상주거늘, 신부가 그 비단을 빼앗으며 가로되,

 "내가 뀐 방귀에 그대가 어찌 상을 받으리오." 한즉,

 일좌(一座)가 입을 다물고 웃었다.

야사씨 가로되

 유모가 스스로 방귀뀐 허물을 당하려 하여 주인의 실책을 덮었으니, 가이 이르되, 변(變)에 잘 응한 것이라. 신부가 마음을 비단에 움직여 부끄러움을 잊고 상을 다투었은즉 그 뜻이 더러우니, 인품의 고하를 가히 생지(生地)로써 취하지 못함이 애석도다.     

                                      <蓂葉志諧>


          # 찬랑숙수(贊郞熟手, 익숙한 신랑솜씨 찬양)

  한 처녀가 첫날밤을 치르고난 다음 날에 신랑집의 종이 신부에게 절하고 뵙거늘, 신부가 물어 가로되,

 "너의 집 낭군이 첩이 있느냐?"

 종이 가로되,

 "없사옵니다."

신부가 가로되,

 "너는 어찌 나를 속이느냐. 만약 과연 첩이 없다고 하면 그 일하시는 솜씨가 어찌 그리 익숙하시단 말이냐?"

하였다. 

야사씨 가로되,

 여염집의 처녀가 본래 음양의 일을 모르겠거늘, 한번 雲雨의 즐거움을 맛보고 문득 수단의 익숙함을 아니, 대저 성인이라야 능히 성인을 아는 것과 같다.

                                            <蓂葉志諧>


          # 맹작휴명(氓作鵂鳴, 부엉이 울음소리 낸 어리석은 백성)

 현곡 정백창이 연안 부사가 되었더니, 때에 한 가난한 백성이 많은 포흠(逋欠)을 지고 가을에 이르러 갚으라고 독촉이 심하거늘, 백성이 심히 답답하여 계책을 어느 향소(鄕所)에다 물었더니, 향소에서 가로되,

 "우리 읍에 부엉이 있어 뒷뜰에서 울면, 사또가 반드시 옮겨 간다고 하니, 네가 도롱이를 입고 밤에 동헌 뒷뜰 나무 위에 올라가서, 수알치소리를 내면, 성주가 들은 후에 또한 반드시 상서롭지 못하다 하여, 관을 버리고 돌아가리니, 거의 독촉함을 면하리로다."

 백성이 그와같이 하여 나무 위에 올라 부엉이 소리를 내니, 부엉이는 속음에 수알치소리라 한다. 현곡이 그것이 반드시 새가 아니고 사람이 우는 소리인 줄 알고, 일부러 높은 소리로 길이 탄식해 가로되,

 "무슨 재앙이 있어 이와같은 흉악한 소리가 나니, 내 그만 돌아갈진저."

하거늘, 백성이 그 속인 것을 기뻐하였는데,

 이튿날 또한 그와같이 한지라. 현곡이 드디어 만궁(蠻弓)에 화살을 먹여 나무 아래에 이르러 우러러 불러 가로되,

 "부엉 부엉 부엉이여! 죽지 않으려거든 빨리 내려오라." 하니,

 백성이 부득이 내려와 땅에 엎드릴쌔, 현곡이 가로되,

 "이 부엉이는 이른바 잘 우는 축이로다." 하고,

그 백성으로 하여금 진종일 꿇어앉아 엎드려 부엉이 소리를 내게 하니, 부중(府中)이 입을 닫고 웃었다.

야사씨 가로되,

 촌 백성이 그 포흠진 것을 재촉받아 흉한 새소리를 가자(假藉)하여 그 사또의 바뀌어 갈 것을 도모하였으니, 가위 속이 검고 크게 어리석은 자라 하겠다. 사또가 가히 매때리지 않고 다시 그로 하여금 부엉이소리로 울게 하여 그 마음을 부끄럽게 하였으니, 또한 가히 응전(鷹鸇)의 뜻이 있는지라.

 한자원인편(韓子原人篇)에 가로되 <금수도 다 인간이라>하였으니, 이와 같은 백성은 가위 사람 가운데의 새라고나 할까. 

             <蓂葉志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