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時風俗

如岡園 2017. 1. 25. 17:57

  설은 우리 민족 전래의 전통적 관례로 보아 한 해의 첫날이며 달력의 기점이 되는 날이다. 음력 1월1일을 지칭하는 것으로 원단(元旦), 원일(元日). 정초라고도 불린다.

 '설'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근거를 제시할 만한 기원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단지 여러가지 의미의 이견(異見)들이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에 발표된 논문 '설계[元旦系] 어사(語辭)'에 의하면, '설'이라는 말은 이미 신라시대에 민간에서 널리 사용되던 말이라는 것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 원효(元曉)의 이름에 대한 유래 즉 '元曉亦是方言也 當時人皆以鄕 言稱之始旦也'를 인용하고 거기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즉 원효라는 말의 의미는 시단(始旦)이며 그것은 원단(元旦)을 뜻하는 것이므로 신라인들은 그것을 원단을 뜻하는 '설'로 발음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것은 정월 초하루를 지칭하는 '설'이라는 말이 이미 고대로부터 널리 쓰여졌고, 그리고 그것은 새롭게 출발한다는 신성한 의미로 전해져 왔었음을 의미한다.

 이날은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구분없이 일손을 놓고 새옷 즉 설빔으로 갈아입고 어른들께 세배도 하며 조상에게 차례를 지낸다. 차례는 사당에서 모시는데 4대조까지 신주를 모셔두고 지낸다. 4대조 이상은 집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고 10월에 시제(時祭)로 모시게 된다. 이 차례에는 원근의 자손들이 장손의 집에 모여들어 제사를 지내며 단란한 분위기로 한 해를 맞이한다. 또 이날은 조상들의 무덤을 찾아가 성묘도 한다. 요즘은 한식과 추석에 주로 성묘를 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생존한 어른에게 세배하듯이 돌아간 조상에게도 생존시처럼 성묘를 드렸다. 

 설날 절식(節食)으로 일반적인 것은 떡국이다. 조상에게 떡국 차례(茶禮)도 지내며 나이 먹는 것을 떡국을 몇 그릇째 먹었느냐고 한다. 중국에서 이 날 만두를 먹듯이 우리나라의 북부지방에서도 만두국을 많이 먹는다. 또 영남지방에서는 지금도 세찬(歲饌)의 하나로 많이 쓰이는 것에 강정이 있다.

 세주(歲酒)로 마시는 초백주(椒柏酒) 도소주(屠蘇酒)는 중국에서 유래한 세주로서, 정초에 마시면 괴질을 물리치고 일년 중의 사귀를 없애며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이 세주는 중국에서 이미 양대(梁代, 6세기) 이전부터 있어 온 것으로 우리나라에도 꽤 일찍부터 상부층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초백주는 후추 일곱 개와 측백의 동향한 잎 일곱 개를 한 병 술에 담가서 우린 술로 섣달 그믐날 밤에 담가서 정초에 마시면 괴질을 물리친다고 한다. 도소주는 산초, 방풍, 백출, 밀감피, 육계피 등을 조합하여 만드는데 이것을 마시면 일년의 사귀를 없애고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둘 다 다분히 속신적인 요소가 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세주(歲酒)로는 약주 또는 청주나 탁주가 쓰이고, 혹은 소주에 약미(藥味)를 가미한 것이 일반적으로 많이 쓰인 것 같다.

 우리나라 연중행사 및 풍속을 설명한 <동국세시기>의 저자 홍석모는 당시의 추세가 그러했듯이 모화사상에 젖어 우리 세시풍속의 기원을 대부분 중국 풍속에서 찾고 있어 견강부회의 억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중국 세시풍속의 수용은 실상 세화(歲畵)나 입춘의 춘첩자(春帖子), 그리고 성황제 같은 예에서 구체적으로 볼 수 있듯이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1) 제사일, 명칭, 내용 모두를 중국의 풍속 그대로 수용한다는 단순수용

 (2) 상층부는 중국 풍속을 그대로 수용하고 일반민중은 그와 유사한 고유풍속으로 이해하여 대행하는 이중구조적 수용

 (3) 기일 명칭은 중국 것이나 풍속의 내용이나 성격은 한국 고유의 것으로 하는 명칭 수용이다.

 이 세시풍속의 담당자들을 볼 것같으면, 관아나 상층계급의 행사에는 (1)의 수용형이 많고, 촌락공동체의 행사에 (2)와 (3)의 수용형이 보통이고 가정이나 개인의 행사에는 계층에 따라 다르지만 세 가지 수용형을 모두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 세시풍속은 과거 궁궐이나 관아와 도읍의 양반사대부들이 주로 행하던 상층의 행사와 향촌의 평민, 주로 농어민들이 행하던 것과의 이중구조적인 구별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국민속학대사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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