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십보소백보(五十步笑百步; 오십보 백보)
며느리가 건넛집 김 총각과 난만히 가댁질하는 현상을 시어머니가 보고 며느리를 꾸짖어 가로되,
"네가 무슨 일로써 김 총각으로 더불어 난만히 가댁질만 치느냐. 내 마땅히 너의 남편에게 말하여 수죄케 하리라."
하고 마침내 그 남편에게 말하지는 않고 나날이 꾸짖기만 하기로 그 고통을 견디기 어렵더니, 하루는 시어머니가 또 꾸짖고 밖으로 나가거늘 며느리가 만면수심(滿面愁心)으로 홀로 집에 있을 즈음에 이웃집 노파가 와서 그 수심띤 얼굴을 보고 가로되,
"네가 무슨 일로 이와 같이 근심에 쌓여 있느냐?"
"제가 어느 날 이웃집 김 총각과 더불어 서로 몇 마디 얘길 나누었더니, 시어머니가 그것을 보고 날마다 꾸짖는데 이젠 진절머리가 나도록 괴로우니 이로써 근심하고 있습니다."
"너의 시어머니가 무엇이 떳떳하다고 능히 너를 족친단 말이냐? 제가 젊었을 때 고개 너머 김 풍헌으로 더불어 주야로 서로 미쳐 간통한 사실이 탄로되어, 큰 북을 짊어지고 세 동네에 조리를 돈 것을 생각하면 무슨 낯짝으로 꾸짖는단 말이냐! 만약 다시 그렇게 하면 이 말로써 대하라" 한데.
며느리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더니 그 이튿날에 또다시 꾸짖거늘 며느리가 가로되,
"시어머님은 무엇이 떳떳하다고 이와 같이 언제까지나 저만 보면 성가시게 하십니까?"
"내가 떳떳지 못한 일이 있다는 것이 무엇이냐?"
"김 풍헌으로 더불어 주야 상광(相狂)하여 큰 북을 짊어지고 세 동네나 조리돌던 일을 생각해 보셔요."
"이 일을 누가 네게 말하더냐? 다른 사람의 일에 공연히 말을 보태 가지고 떠드는구나. 누가 큰 북을 졌다고 하더냐? 큰 북은 무슨 큰 북이야 작은 북이었는데. 또 세 동네가 아니고 두 동네 반에서 그쳤단다."
<腥睡稗說>
# 남산가(南山歌; 어리석은 사위의 노래)
신혼 첫날밤에 신부가 신랑의 사람됨이 지극히 용렬함을 보고 신부가 신랑에게 가로되,
"내일 이웃 동네 나그네들이 모여서 신랑을 불러 노래를 청할 터이니 노래를 아오?"
"모르노라."
"그러면 내 마땅히 가르치리니 가르침에 따라서 하시라."
"마땅히 시키는 대로 하리라."
신부가 소리를 낮추어 그 노래를 읊어 가로되,
"남산의 신랑이."
신랑이 소리 높여,
"남산의 신랑이."
신부가 낮은 소리로
"요란하다."
하니
신랑이 또 소리를 높여 크게 부르되
"요란하다."
신부가 낮은 소리로
"건넛방에서 들어요."
라고 하니,
신랑이 또 소리를 높여,
"건넛방에서 들어요."
하니,
신부가 기가 막혀 웃으며 돌아누워 가로되,
"참으로 개새끼로구나."
하였다.
이튿날 여러 나그네가 모여서 신랑을 불러 가로되,
"신랑이 능히 노래를 하겠느냐?"
"잘 하지 못합니다."
"비록 잘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괜찮으니 한 번 불러 보라."
신랑이 소리를 가다듬어 노래를 읊어 가로되,
"남산의......"
하니,
좌중이 다 가로되
"잘 부른다."
"요란하고나."
신랑이 부르니
"요란하지 않을 테니 연이어 읊어 보아라."
하고 객이 말하니,
"건넛방에서 들어요."
한즉,
그 장인이 건넛방에서 대답해 가로되,
"내 들을 테니 잘 불러라."
"참으로 개새끼로구나."
하고 신랑이 대답하니,
좌중이 다 박장대소하고 장인은 하늘을 우러러 보며 할 말이 없었다.
<醒睡稗說>
# 난상가란(卵上加卵; 달걀 위에 달걀 올려놓기)
이름 있는 관리가 상감께 득죄하여 멀리 귀양가게 되어 떠날 때에 즈음하여 부인이 물어 가로되,
"오늘 떠나시면 언제나 돌아오시게 되오?"
"내가 돌아오게 되는 것은 만일에 달걀 위에 달걀을 올려 놓으면 돌아올 것이오. 그러지 못하면 죽어서야 돌아 오리라" 하거늘.
낭군 떠난 후에 부인이 달걀 두 개를 가져다 소반 위에 올려 놓고 주야로 축수해 가로되,
"가지(加之) 가지(加之)하라."
올려 놓으면 떨어진즉 인하여 슬피 울어서 이와 같이 하기를 여러 해였다.
왕께서 미복(微服)으로 미행할 때에 그 집 창밖에 당도하여 들은즉, 또한 그와 같은 기도인지라, 환궁하신 후에 사람으로 하여금 그 곡절을 조사케 한즉,
"귀양 떠나던 죄인 남편이 그렇게 시켰다 하였다." 하니,
상께서 그 처의 지성을 불쌍히 보시고 그 죄인을 방송하여 상경 입시케 한 후에 하교해 가로되,
"네가 풀려 돌아온 이유를 능히 알겠느냐?"
"천은이 망극하오이다."
"그렇지가 않다. 난상(卵上)에 가란(加卵)한 연고니라." 하시었다 한다.
<腥睡稗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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