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호고파산(好古破産)/양사지환(佯辭指環)/의부무각(疑婦無脚)

如岡園 2017. 11. 1. 20:58

          # 호고파산(好古破産, 옛것을 좋아하다가 파산을 하다)

 옛적에 집안이 자못 부요하였던 호고(好古)하는 이가 있었다. 남에게 옛물건이 있다고 들으면 반드시 집안 천 량을 기울여 샀는데, 어떤이가 깨어진 표주박 한 개를 가지고 와서 가로되,

 "이는 이에 허유(許由)의 귀를 씻던 표주박이라." 한즉 그 사람이 백 금으로 사고, 

 어떤이가 한 개의 부서진 자리[席]를 가지고 와서

 '이는 공자께서 행단(杏壇)에서 강의하시던 자리라." 한즉 그 사람이 또 백금으로써 이를 사고,

 어떤이가 한 개의 죽장(竹杖)을 가지고 와서 가로되,

 "내비장 방 갈파(乃費長房葛파)의 지팡이라." 한즉, 또한 백금으로써 이를 사서,

 집안 재물이 이미 다했으나 다음엔 스스로 얻은 바가 많다고 생각하더니,

 하루는 일찍 일어나 왼쪽에 표주박을 가지고 오른쪽에 막대를 가지고 자리를 옆구리에 끼고 쩔룩거리면서 걸어가니, 엄연히 그것은 하나의 거지라. 사람들이 이를 보고 그 호고(好古)하여 파산하였음을 비웃었다.

야사씨 가로되

이 사람은 힘써 호고한다는 헛된 이름을 취함이요, 스스로 파산의 손해를 불렀으니 슬프도다. 이 어찌 홀로 범인을 경계함이랴.

 인주(人主)도 또한 같으니 한갓 어진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 이름으로써 사람을 취하는 고로 나라를 망치는 화를 부르는 이가 많은지라. 혹은 왕망(王莽)이 늘 주공(周公)을 모방함과 혹은 왕안석(王安石)이 당우(唐虞)를 본받은 뜻이 시러금 호고하는 이와 더불어 비할 수 없을진저.          <蓂葉志諧>


          # 양사지환(佯辭指環, 문고리를 거짓으로 사양하다)

 한 신부를 첫날밤에 유모가 몸소 신방에 끌고 들어가거늘, 신부가 거절하여 자못 굳건히 들어가지 아니하매, 유모가 신부를 이끌어 가며 걸머쥐다 싶이 하여 신랑방에 이르매, 창문 앞에 이르러 지돌이를 문고리로 알고 잡아다리기를 한참되매, 능히 열리지 않는지라 신부가 겉으론 비록 굳이 싫어하였지만 속으론 실로 더딘 것을 혐의하여 유모에게 일러 가로되, 

 "이 창문이 열리더라도 내 반드시 들어갈 수 없도다." 하며, 

 "잡아다린 것은 고리가 아니요, 이에 지돌이지 뭐야." 하였다. 

야사씨 가로되

이 여인의 겸양이 처음에 교만한 정에서 나왔으나, 방안에 들어갈 것이 늦어진다는 데 이르러서 도리어 속히 문고리를 가리키고자 하거늘, 세상의 이름을 팔아 값을 찾는 것과, 먼저는 맵다가 뒤엔 검은 무리들로 더불어 무엇이 다르다 하리오.          <蓂葉志諧>


          # 의부무각(疑婦無脚, 처의 다리 없음을 의심하다)

 어떤 신랑이 첫날밤에 장차 신부와 더불어 즐거움을 누리려 하여 이불 속에서 손으로 어루만지더니 여인이 두 다리가 없거늘, 이에 크게 놀래 가로되,

 "내 다리 없는 처를 얻었으니, 장차 무엇에 쓰리오."

하고 급히 장인을 불러 그 연유를 고한즉, 장인이 괴이히 여겨 딸에게 힐문한즉 여인이 가로되, 

 "낭군이 장차 행사하시려 함에 내가 먼저 이미 두 다리를 들었더니 야단이지 뭐요."

야사씨 가로되

사체(四體)를 갖춘 연후에 사람이 됨이니, 이 신랑이 그 다리없음을 의심하니, 어찌 어리석기 한없는 자가 아니랴. 만약 거꾸로 달아맸다고 했던들 틀린것 같다고 했으리라.          <蓂葉志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