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옹산(甕算, 옹기장수의 셈법)
옹기 장수가 옹깃짐 한 짐을 지고 나무 밑에 쉬면서 묵산(默算)으로 가로되,
"한 푼을 준 자는 두 푼을 받고, 두 푼을 준 자는 네 푼을 받고, 일 전을 준 자는 이 전을 받으면, 한 짐이 두 짐이 되며, 두 짐이 넉 짐이 되고, 한 냥이 두 냥이 될 것이요, 두 냥이 넉 냥이 되어서, 차차로 배가(倍加) 되어 마침내 만억조에 이르르니, 재산이 이같으면 장부가 처세함에 어찌 처가 없겠는가. 처가 있은 후에 어찌 집이 없으랴. 이와 같이 한 연후에 일처와 일첩은 남자의 상사(常事)라 처첩(妻妾)이 있은 후에 만약 서로 싸운다면 마땅히 이렇게 때리리라."
하고,
곧 지게작대기를 빼어 옹기그릇을 난타한 후에 앉아서 생각해 보니, 만가지도 이루어짐이 없고 다뭇 옹기가 다 깨어졌을 뿐 아니라, 지게까지 아울러 부서졌거늘, 곁에 서 푼짜리 조그만 동이 한 개가 있는지라, 주워 가지고 가다가 길에서 소낙비를 만나서, 대장간 속에 들어가 비를 피하고 앉아, 다시 계산해 가로되,
"이 서 푼짜리 조그만 동이로 육 푼을 받고, 육 푼으로써 그릇 두 개를 사서 일 전 두 푼을 받으면 차차 곱배가 되어서 그 수를 또한 셀 수 없으리라."
이에 머리를 꺼떡거리며 의기양양할 즈음에 그 또한 대장간 화로벽에 부딛쳐 깨지더라.
<醒睡稗說>
# 응구첩대(應口輒對, 운 떨어지는 대로 거침없이 대구하기 )
한 소년이 길에서 양반집 동비(童婢)를 만났는데 나이 열 예닐곱 살이라, 푸른 치마 붉은 저고리로 예쁜 얼굴이 하늘하늘하여 어정거리고 비틀거리며 눈짓하고 가거늘, 소년이 보니 밝은 얼굴에 흰 이가 참으로 절색이라, 정신과 넋이 표탕하여 능히 억제치 못하고 꽁무니를 따라가다가 혹은 먼저 가고 혹은 나중 가매, 마침내 재상가의 집으로 들어가거늘, 따라 들어가서 소매를 잡고 희롱한즉, 소매를 떨치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소년이 곧 내정(內庭)으로 쫓아들어가니, 그 여종이 큰 소리로 크게 외치는지라.
재상이 마침 안에 있다가 내정으로 돌입하는 것을 보고 곧 잡아 결박하여, 내정 돌입의 죄를 다스리며 물어 가로되,
"너는 뉘 집 아들로 감히 재상의 집 안뜰에 뛰어들었느냐?"
"제가 사대부 집 아들로 귀택의 여종이 자색이 아름다움을 보고, 참아 버리고 가기 어려워 잘못하여 내정까지 왔으니 용서하고 양해하십시오."
"네가 사부의 집 아들인 즉 글자를 아느냐?"
"조금 압니다."
"내가 운을 부를 테니 운 떨어지자 바로 시를 지으면 곧 방송하겠거니와 그렇지 못하면 마땅히 죄하리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에 훙(薨) 자(字)를 운을 부르니 곧 대해 가로되,
聞道東君九十薨 (구십 춘광이 옛부터 짜르다 하니)
또 승(升) 자(字)를 부르거늘 대해 가로되
惜春兒女淚盈升 (봄 아끼는 계집애의 눈물이 한 되라).
또한 등(縢) 자(字)를 부르니
貪花狂蝶何須責 (꽃찾는 미친 나비를 꾸짖어 무엇하오)
相國風流小似縢 (재상의 풍류가 등국(縢國)처럼 작쇠다)
재상이 시를 보고 그 묶은 것을 풀고 대청에 올려, 그 손을 잡고 그 등을 어루만져 가로되,
"기특하고나 너의 재주여, 후에 반드시 귀하게 되리라."
하고 그 종을 첩 삼게 하였다.
<醒睡稗說>
# 계출간부(計出間夫, 간부를 몰래 내보낸 꾀)
한 음부(淫婦)가 본부(本夫)가 어디 나갔을 때, 간부(間夫)와 더불어 건넌방에서 동침하다가 동방이 이미 훤한 것을 알지 못했다.
안방에서는 시어미 시누이 등이 자는데, 시아비 시어미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나, 시누이가 이미 뜰아래에 나와 있으니, 간부를 보낼 길이 없는지라, 음부가 간부를 보고, 가로되,
"내가 마땅히 여차여차히 하리니 곧 그 틈에 나가라."
하고 그 여인이 가만히 시누이 뒤로 걸어가서 두 손으로써 시누이의 두 눈을 가리고 묻기를,
"내가 누구요? 능히 알아 맞추겠소?"
"내 알고 말고! 언니 아니오!"
하고 시누이가 답하거늘, 간부가 그 틈에 도망하였다.
<醒睡稗說>
'유모어의 한국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흥삼하(順興三賀)/아애일목(我愛一目)/피달실인(被撻室人)/오아자계(誤我者鷄) (0) | 2019.02.07 |
---|---|
지효지호(至孝知虎)/철송낙제(撤訟落梯) (0) | 2018.07.09 |
노궤택서(노櫃擇婿)/장담취처(長談娶妻) (0) | 2018.01.25 |
호고파산(好古破産)/양사지환(佯辭指環)/의부무각(疑婦無脚) (0) | 2017.11.01 |
광심취묵(誑심取墨)/오묘동삼(五妙動心)/노방영문(老尨靈聞) (0) | 2017.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