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재문간제(宰問艮弟)/쉬진연주(倅進衍主)/승환압리(僧換押吏)

如岡園 2019. 7. 11. 15:45

     # 재문간제(宰問艮弟, 재상이 뒷간 간이씨의 아우가 있는가를 묻다)

  김안로(金安老)가 이판(吏判)으로 있을 때에 한 무인이 구관(求官)코자 하였으나 얻지 못하매 스스로 생각하되 저 동장(銅章) 관묵수배(綰墨綬輩)는 반드시 나만큼 어질지도 못한 주제에 능히 그와 같은 벼슬을 얻었으니, "어떠한 술책을 폈겠나?"하여 이에 오가고 하면서 가만히 살펴보니, 혹은 안사람 하고 통하기도 하였고, 혹 그 자제들께 부탁하기도 하였고, 혹은 그 집안 비복들과 결탁하기도 하여, 뇌물을 바치는 길이 각각 그 길이 있거늘, 무인이 또한 뇌물을 바치고자 하되, 그 길이 어려운지라, 은(銀)덩어리로 한 개의 동자상을 만든 후에 그 성명을 배후에 새겨서 새벽을 타고 김안노의 집에 가서, 뒷간 구녕을 통해 안으로 드리니, 안로가 마침 뒷간에 있다가 그것을 보고 크게 놀래 기뻐하여 그 새겨진 이름을 보고 감격하여 그 보답을 하고자 하였더니,

 그 후에 무인이 이름을 통하여 나아가 뵈인즉, 능히 기억하지 못하여, 범연히 접대해 지내거늘, 무인이 그 자기임을 깨달아 주지 못함을 답답히 생각하여, 더듬거리며 가만히 고해 가로되,

 "소인의 이름은 뒷간 간이(艮伊)씨가 자세히 압니다."

 안로가 곧 얼골의 의심을 펴고 대우해 가로되

 "그러면 어찌 빨리 말하지 않았느냐?"

 하며 인하여 묻되,

 "간이씨도 또한 아우가 있느냐?"

한데, 무인이 엎드려 대해 가로되,

 "간이씨가 어찌 아우가 없으리까. 그 아비가 있사오니 마땅히 차례로 낳았으리이다."

 한즉, 김안로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떡거리고 곧 벼슬 한 자리를 제수하였다.


야사씨 가로되

탐하여 모은 물건은 가히 항상 지키지 모사니, 물불로써 가지 않으면 도적이 훔쳐가고 ㅎ혁명이 일거나 감옥으로도 가게 되는 것이요, 불초자식과 손자가 가지고 가는 것은 그 이치가 진실한지라. 김안로가 몸이 재상에 있으면서 다못 탐하고 긁어들여 조정 중심으로써 그 사사로운 욕심만 차렸으니, 뇌물의 다소를 그 미리 뺏는 것으로 정하니, 마땅히 그 몸이 망하고 그 재물이 불렀을 것이다. 슬프다. 세상이 드러나게 공도(公道)를 행하는 척하고, 가만히 못된 짓 하는 자는 또한 가히 빈성해 볼지니라.

                          <冥葉志諧> 


      # 쉬진연주(倅進衍主, 入量進拜하는 연법주)

  선조 기축(己丑) 사이에 역옥(逆獄)이 만연하여 여러 달 끊기지 않은 연고로, 추관(推官)이 괴로와하여 가로되,

 "이 옥사가 언제나 가히 끊쳐질꼬?"

한데, 지혜많은 오성(鰲成)이 가로되

 "이 옥사는 구경(究竟)에 끊기지 않으리라."

 어떤 이가 있어 가로되,

 "어떤 연고이꼬?"

오성이 웃으면서

 "아산 현감 연법주(衍法主)가 입량진배(入量進拜)하니 옥사가 능히 속히 마치어지겠는가?"

 대개 연법주는 명승(名僧)을 일컬음이니 역당으로써 도피했거늘, 때에 아산 현감이 공을 바라고 상을 탐내어 중의 이름 가운데 연(衍)자만 끼었어도 붙잡아 칼을 씌우고 차꼬를 채워서 서울로 압송함이 전후에 무릇 여섯 명이나 되니 오성은 그것을 이름이라 한데, 그때 한창 옥사가 퍼져나갈 때 그 일로 인하여 전해 웃었었다.


야사씨 가로되

세상에 공을 바라고 상을 탐하는 자가 아산 현감과 같은 자가 많은지라. 백사 이항복의 이 말이 비록 해학으로 한 말이나, 실로 가히 천고의 사람 모함하는 자를 위하여 경계함이니라.

                                                                             <蓂䈎志諧>


     # 승환압리(僧換押吏, 스님이 형리를 압송하다)

  옛적에 한 스님이 죄를 입어 멀리 귀양갈쌔, 형리가 압령해 거느리고 중로에 이르렀을 때 스님이 추로(秋露;술)를 사서 압령하는 형리에게 맡기게 하였거늘, 형리가 억망으로 취하여 땅에 꺼꾸러지는지라. 스님이 그 취한 틈을 타서 형리의 머리와 수염의 털을 깎고, 그의 산수털 벙거지를 쓰고 그의 초립을 벗긴 후에 스님이 이에 다시 관복을 입고 스스로 압령해 가는 형리가 되어, 취한 형리를 독촉하여 몰고 가더니, 형리가 술이 깬 후에 그의 몸을 돌아다보면서 가로되,

 "중은 여기 있으나 내 몸은 어디로 갔는고."

하여 마침내 중 대신 가더라 한데, 듣는자 모두 웃었다.


야사씨 가로되,

세상에 죄가 있는 자는 간교한 계획으로 화를 변 하고 죄없는 자를 혹은 횡액에 걸려 벗어나지 못하니, 그 스님과 더불어 형리가 한결같다 할 것이다.

가히 슬프다 할진저.

                           <명엽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