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실묘공물(失妙貢物)/구아효인사(狗兒斅人事)/반석(飯石)

如岡園 2019. 10. 16. 22:12

          # 실묘공물(失妙貢物, 묘수도 모르고 공물만을 바치다))


  약국제익(藥局諸益)이 술과 안주를 장만하여 가지고 남산에 올라 발을 씻더니 문득 그것이 일어나 견딜 수 없는지라, 으슥한 곳을 찾아 바야흐로 손장난을 하고 있을 즈음에, 금송군(禁松軍)이 뒤로부터 오면서 크게 소리를 지르며

 "이 양반아, 남산 중지(重地)에서 그 일이 어쩐 일이냐?"

 그 사람이 깜짝 놀라 돌아다본즉 금송군이라, 곧 낯을 붉히면서 그의 소매를 끌어 가까이 앉히면서,

 "나의 이 일을 제발 떠들어 대지 말아 주오."

 "남산 중지에 이러한 일은 대금법이라 가히 그냥 두지 못하오. 마땅히 잡아 가리라."

 "노형은 이게 무슨 말씀이오. 속말에 죽을 병에도 사는 약이 있다고 소제의 한때 무안한 일을 형장이 어찌 용서치 않으리오."

 하고 간절히 빌며 주머니에서 돈을 내어 주며,

 "이것이 비록 적으나 몇 잔 술값이나 하시고 용서하시오. 일간 저를 찾아 주시면 마땅히 후히 대접하라다."

 "형 댁이 어디요?"

 "저의 집은 동현(銅峴) 모처의 몇 번째 집이지요!"

 "남산으로 말하면 곧 안산중지(案山重地)라 이러한 일은 만약 잡히면 한결같이 죄 주기로 되었으나, 형의 간절한 애걸이 이와 같은 고로 잡아 가지는 않으려니 후엔 다시 하지 마오."

 그 사람이 감사감사하였는데, 금송군이 돈을 받고 마음으로 심히 우스워서 돌아다 보지도 않고 갔더니, 이튿날 금송군이 그 집에 찾아간즉 그 사람이 과연 방에 있어서 멀리 금송군이 오는 것을 보고, 곧 돈을 움켜 바쁘게 내어 주니, 받고 돌아다보지도 않고 갔었다. 

 수일을 지난 후에 또한 찾아오니, 전과 같이 돈을 집어 주었는데, 이와 같이 사 오차 했거늘, 곁에 있는 사람은 어떠한 연고를 알지 못하고 그 연고를 물으니, 주인이 숨기고 즐거이 말하지 않던 차에, 그 후 또한 이와 같이 하는 고로 곁에 사람이 그 연고를 물으니, 주인이 이에 은근히 귀에다 대고 소근거리되,

 "내가 아무날 남산에 갔다가 약차약차하게 한즉 궐자가 후히 용서하는 고로, 그 은혜가 감사하여 이와 같이 함이로라."

하니,

 그 사람이 듣고 심히 우수워서 꾸짖되,

 "남아의 권신(拳腎, 손장난)은 다 하는 짓이라, 다뭇 남산 뿐 아니라 비록 대궐 안에서 하였다 하더라도, 누가 능히 금하리오. 일후에 만약 다시 오면 꾸짖어 보내라."

하였는데,

 금송군이 또 오는지라 꾸짖기를,

 "나의 손장난이 무엇이 너에게 관계되는가?"

하였더니

 "당초부터 이와 같을진댄 누가 능히 찾아왔으리오."

하고 금송군이 돌아다 보지도 않고 달아났다. 

                                                                <醒睡稗說>


          # 구아효인사(狗兒斅人事, 개새끼가 인사 닦는 절차를 가르치다)


 한 사람이 심히 어리석고 미련하여 매양 객을 대하여 인사(人事) 닦는 절차를 알지 못하거늘 그 아내가 답답하게 여겨 남편을 향하여 말해 가로되 

 "사람이 가히 나그네 대접하는 길을 알지 아니치 못하리오."

 "무엇을 말함이냐?"

하고 남편이 물으니

 "대저 객을 대접하는 길은 처음 보고 안부를 묻고, 다음에 앉기를 권하고, 다음에 담배 피우기를 권하고, 다음에 능히 술마시는 것을 권해 보는 것이고, 그 다음에 불러서 술을 가지고 오라고 하여, 특히 술을 대접하게 되는 것이니, 이와같이 한즉 가히 나그네 대접하는 길이 되리라."

 "좋다. 그러나 잘 잊으니 그걸 어쩌느뇨?"

 "내게 좋은 계책이 있으니 즉 노끈으로써 당신의 음랑을 얽어매고, 한 끝은 벽에 구멍을 내어 통하게 하여, 매양 객이 올 때에 내가 반드시 이끌어 움직이리니, 한 번 잡아당기면 문안을 하고, 두 번 잡아당기면 앉기를 청하며, 세 번에는 담배 피우기를 청하고, 네 번에 음주를 청하며, 다섯 번 잡아당기면 불러서 술을 가져오라고 하며는, 내가 마땅히 이에 의하여 시행하리니, 이로써 그 차례를 삼으라."

 "그 계획이 심히 묘하도다."

 하고 그 후에 무수히 익히고 익히었더니, 

 하루는 벗이 찾아오매, 그 처가 노끈을 끌어 한 번 잡아당기니, 주인이 가로되 

 "평안하오?"

 또 한 번 잡아당기니

 "앉으시오"

 또 한 번 잡아당기니

 "담배 피우시오."

 또 한 번 잡아당기니,

 "술 마시겠는가?"

 또 잡아당기니 불러서

 "술 가져 오계"

하거늘, 그 나그네가 괴상하여 물어 가로되,

 "그대가 평일에 인사의 절차를 알지 못하더니 이제는 어찌하여 이와같이 크게 깨쳤는고?"

 "내 어찌 홀로 인사할 줄 모르리오?" 하고 주인이 말했다.

 그 처가 바야흐로 술상을 차릴 즈음에 그 노끈 끝을 소뼈다귀에 매어 문틈에 두었더니, 개새끼가 그 뼈를 탐하여 먹고자 한즉, 끈이 음랑에 매어 있는지라, 입으로써 뼈를 잡아 노당기매, 노끈이 스스로 움직이거늘 그 주인이 나그네로 더불어 오래 앉아 있으매, 문득 노끈이 움직이는고로 객을 향하여 물어 가로되,

 "평안하냐?"

 또 노끈이 움직이니 또한 가로되,

 앉으시게."

 연하여 움직이니 연이어 묻고, 자주 움직이고 자주 묻는지라, 그 나그네가 웃음을 머금고 나오는데, 객이 이미 나왔는데도 개는 오히려 그 노끈을 이끄니, 그 주인이 혼자 앉아 연이어 외우기를,

 "편안하오? 앉으시오. 담배 피시오. 술 가져오시오."

하며 진종일 입에서 그 소리가 그치지 않더라.

                                                        <醒睡稗說> 


          # 반석(飯石, 밥에 돌이 많다)


  신랑이란 자가 처가집에 간즉, 처남의 댁이 반가와하여 인사를 겨우 마친 후에 밥을 지어 대접하고 그 옆에 서서 재삼 간곡히,

 "비록 반찬은 없으나 잘 잡수시길 바라오." 하니,

 신랑이 대답하고 첫 숟갈을 들어 씹은즉, 밥가운데 돌이 있어 우지끈하매, 처남의 댁이 보고 무료하여 가로되,

 "쌀에 어찌 돌이 많은지 여러 번 일었는데도 돌이 많아요!"

 신랑이 곧 웃으며 우러러 대해 가로되,

 "네, 쌀이 더 많은 걸요." 하였다.


비평해 가로되, '쌀이 많다' 함은 오히려 '돌이 많다'는 말과 같으니, 그 쌀 일지 않았음을 말함이라. 돌이 많다는 말은 전혀 실다운 말이요. 쌀이 많다는 말은 해학이니라.                             

                                                                            <陳談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