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비철비(爾鼻鐵鼻, 네 코는 쇠로 만든 코냐)
옛적에 갑.을 두 처녀가 서로 사랑하여 마음을 터 놓고 무슨 얘기든지 숨기지 않았더니, 갑이 먼저 시집가매 을이 그 음양의 사이의 교합하는 일을 물었는데, 갑이 그 맛의 극히 즐거움을 갖추어 다 한즉, 을이 정신이 혼미하고 음흥(淫興)에 흥분되어 갑의 코를 깨물어 뜯으니, 갑의 집에서 고을 사또께 정장한데, 사또가 두 여인을 문초하여 나졸로 하여금 그 이유를 물으니, 갑이 먼젓번 말대로 고한즉, 또한 을이 음욕을 이기지 못하여 나졸의 코를 무는지라, 사또가 해괴히 여겨 급창으로 하여금 다시 묻게 한즉, 을이 또한 급창의 코를 물거늘, 때에 형방이 앞에 나와 엎드리니, 사또가 스스로 코를 잡고 내아(內衙)로 달아나며 가로되,
"형방 형방이여, 네 코는 쇠로 만든코냐? 급히 도망하라 급히 도망하라."
하였다 한다. <奇聞>
# 광맹피곤(誑盲被困, 맹인을 속여서 곤경에 처하다)
부안(扶安) 김생(金生)의 집에 한 여종이 있으니 이름이 도화(桃花)라. 그 생김새가 곱더니 홀아비 맹인(盲人)으로 수박농사를 짓는 이웃에 사는 자가 도화의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항상 사모하여 마지 않았거늘, 하루는 김생이 나그네를 대접하고자 도화로 하여금 수박을 호라비 맹인에게 사러 보냈더니, 도화가 원두막에 이르렀는데 맹인이 바야흐로 손장난(手淫)을 하고 있고 입으로는 도화의 이름을 부르며 연성(連聲)이 끊어지지 않는지라. 도화가 그 모양을 보고 수박 팔라는 말을 못하고 헛되이 돌아올쌔, 김생이 괴상히 생각하여 힐문한즉 도화가 본대로 대답하니 김생이 웃으면서 가로되,
"내 마땅히 이 소경놈을 속이리라." 하고,
객으로 더불어 함께 원두막에 이르렀더니, 맹인이 아직도 손장난을 하면서 연이어 도화의 이름을 불러 마지 않는지라, 김생이 긴 막대기 끝에 바늘을 꽂은 후에 가만히 앞으로 가서 잠간 맹인의 양경(陽莖)을 찌른즉, 맹인이 문득 놀라고 의심하여 몸을 움추리며 가로되,
"이는 반드시 독사(毒蛇)가 와서 깨무는 것이라."
하며 스스로 탄식하기를 얼마 후에 가로되,
"김생은 이에 후생인(後生人)이라 어찌 이 이 물건을 그 입에 넣을 수 있으리오."
하거늘, 대개 속방(俗方)에 해시(亥時)에 난 사람의 침은 능히 뱀의 독을 녹인다는 말이니, 듣는 자 절도하고 김생이 크게 부끄러워 하더라 한다. <奇聞>
# 충어구겸(蟲語救傔, 벌레의 이야기로 시종을 구하다)
선묘조(宣廟祖) 때에 궁녀교간(宮女交奸)의 율을 범한 자를 놓아 준 일이 있었다.
오성(鰲城)이 지신(知申)이란 벼슬로 있을 때에 그의 청지기가 이 율을 범하여 장차 중벽(重벽)을 받게 되었거늘, 오성이 불상히 생각하나 가히 그것을 해결할 만한 계책이 없었다.
때마침 왕께서 오성을 부르시니, 오성이 일부러 늦게 들어간 후에 임금 앞에 입시한즉 왕께서
"경은 어찌하여 이렇게 늦게 들어왔는고?"
하니,
"상명을 받잡고 들어오다가 종루가상(鐘樓街上)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떠들고 웃는 것을 보았사와 신(臣)이 괴상히 여겨 말을 멈추고 물으니, 보는 자가 답해 가로되,
"모기란 놈이 말벌(馬蜂)로 더불어 서로 만났는데, 벌이 모기를 보고 말하기를 내 배가 너무 불러서 숫놈이 찔러야 가히 설(泄)하리니 시험삼아 너의 날카로운 주둥이로 구멍을 뚫어 줌이 어떠하오? 벌의 말이 어찌 나쁘리오. 요새 듣잡건댄 이승지 집의 청지기는 그 본래 있는 구멍을 뚫었어도 장차 중률을 면치 못하겠거늘, 내가 만약 일향에 없는 구멍을 뚫은즉 그 죄로 장차 더 무거우리니 네가 어찌 감히 말하랴?" 하는 고로 신이 이 말을 듣고 의심되어 이렇게 늦었사옵니다. 황송하와 대죄하옵나이다."
왕께서 적이 웃으시고
"그것은 동방삭의 골계지류(東方朔滑稽之類)로다." 하시며 다시
"그 청지기의 죄고(罪辜)를 용서한다." 는 칙유를 내리었다. <奇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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