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향금도(梅香襟度)
李領院에게 사랑하는 기생이 있었으니, 바로 그 이름이 玉梅香이라. 일찌기 무슨 일로 크게 노하여 검은 갓신을 벗어 들고 어지러이 치더니, 신이 옴폭(凹)모양이 된지라, 매향이 아무런 분한 기색도 보이지 않고 웃으면서 가로되,
"영감께서 소첩의 한 물건으로 인하여 세 물건을 얻으시니, 毛套 한 쌍에 弓鞬이 두 개라, 노여움을 거두소서."
이영원이 실소하고 노여움도 드디어 사라졌다.
<太平閑話>
# 방외도우(方外道友)
한 사람의 道士가 있어 비록 외양은 노쇠하였으나 內行에는 깊이가 있어서 內外 典籍에 능통하였다. 하루는 길을 가다가 한 촌늙은이가 암소에다 닭의 둥우리를 지워 성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만나 함께 가더니, 소가 문득 오줌을 누노라고 서 있거늘 禪老가 따라서 소 뒤에 서 있는지라, 이에 희롱해 가로되,
"고인이 이르기를 차라리 닭의 입이 될지언정 소 똥구멍이 되지 말라 하였으니, 그대가 어찌 소의 뒤에 서 있느냐? 이제 내가 그대의 이름을 牛後禪師라 하리라." 하니,
禪老가 이에 답해 가로되,
"늙은 중이 그대를 위하여 한 번 칭찬코자 하노라. 옛날에 趙嘏가 시에,
"長笛一聲人依樓라, '피리소리 길게 나는데 사람이 다락에 의지하도다.'
하니, 이 글귀가 매우 묘하여 세칭 趙依樓라 하고 龜長老가 시에,
"松老巖邊月古今이라- 늙은 솔 바윗가에 달은 고금에 빛나도다."
이 글귀가 심히 묘하여 세칭 월고금 장로라, 이제 그대가 시 또한 잘하고 이러한 말로써 내 또한 그대를 號하여 牛後措大라 하고 싶다." 하니 우후 조대가 탄복한 다음 드디어 方外의 벗으로 정하였다.
<太平閑話>
# 잠사유신(潜私有娠)
宦者[내시] 이씨의 처가 아기를 밴 고로 그것이 탄로날까 저어하여 이씨에게 일러 가로되,
"남이 말하기를 사람이 장차 임신할쌔 부부가 서로 사랑함이 보통 때보다 곱배나 더하다고 하더니, 요즘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만만진중하니, 뜻에 혹시 장차 임신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대저 내시들이 생남치 못하는 이유는 그 陽根의 단절로 陽精이 합하지 못하는 연고이니, 양정이 진실로 합한다면 아들낳기가 어렵지 않으니, 마땅히 竹筒을 빌려 陽根을 삼아 送精한다면 내 반드시 잉태하리이다."
하니,
李가 그 말과 같이 하니 처가,
"이후론 매양 서로 접촉하메 아리삼삼 달콤한 맛이 정말 사람의 실지로 하는 맛과 조금도 다르지 않읍니다."
하더니 한 달 후에 李에게 가로되,
"내 과연 회임하였습니다."
李가 그대로 곧이 듣고 동류 내시들에게 자랑해 가로되,
"누가 우리 무리들이 자식이 없다고 일렀느뇨? 내 처가 이미 임신하였도다." 하니,
동류들이 그렇지 않다고 하거늘 李가 노하여 가로되,
"내 이상한 술법으로 어린 것을 얻었는데 너희들이 나를 본받지 않고 어찌 도리어 나를 믿지 않으려 드느뇨?" 하였다.
아기를 낳으매 李씨라고 부르니 동류들이 또한 웃으면서 가로되,
"남들이 말하되 그대의 아들 성이 竹가인데 어찌 李씨라고 하느냐." 한즉,
李가 노하여 답하지 않았다.
<太平閑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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