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혼폐학(新婚廢學, 신혼에 학문을 폐하다)
성주에 한 선비의 아들이 있어 新婚한 후에 新情에 빠져 거의 학문을 폐하거늘, 그 아비가 타일러 가로되,
"젊었을 땐 色을 경계할 것이다. 하물며 남녀의 교제에 있어 정에 끌려도 有別이라야 이에 家道를 이룰지니, 마땅히 서울에 유학하여 家門을 입양하라."
그 아들이 인사하고 집을 떠나감에 이웃집에 숨어 매일밤 담을 넘어 가만히 그 처를 보고 다니더니,
젖어미가 늙은이에게 고해 가로되,
"집안에 크게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아드님이 서울로 가신 후 신부가 외인과 더불어 사통하여 밤마다 흔적이 은근하니, 마땅히 빨리 조처하십시오."
"실지로 보았느뇨?" 하고 의심하고 있던 차에 하루는 유모가 흔적을 잡고 늙은이에게 아뢰되,
"남자가 지금 담을 넘었습니다."
늙은이가 큰 막대를 들고 크게 외치며 가로되,
"어떤 죽일 놈이 감히 이러하냐, 마땅히 때려 죽이리니, 속히 죽음에 나오라."
하고 다시 자세히 보니 그 아들이라, 늙은이가 서로 붙들고 통곡하여 가로되,
"내가 하마터면 자식을 죽일 번했도다. 내가 들으니 단술을 마시는 자는 비록 많이 마시되 취하지 않고, 그 아내를 사랑하는 자는 비록 가깝게 하더라도 상하지 않는다 하니, 내 허물치 않으리니 네가 마음대로 하여라." 하였다.
<太平閑話>
# 기부투심(妓夫妬甚, 기생 남편의 심한 투기)
기생을 두어 함께 사는 자가 있어 밤이 깊어 장차 취침하려고 할 즈음에, 관가로부터 기생을 부르니, 그 지아비가 희롱하여 가로되,
"깊은 밤에 관가에 들어가니 반드시 一夫를 얻으리라."
"관가에 들어간다 해서 매양 지아비를 얻는다면 장차 지아비란 지아비는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 아니오." 하며 속옷을 튼튼히 입고 보이며,
"이것이 免할 술책입니다."
지아비가 應笑하였으나, 의심할 바가 없지 아니하여, 가만히 그 뒤를 밟아간즉, 기생이 관문에 이르러 속옷을 벗어 기왓장 밑에 넣어 두거늘,
지아비가 분김에 속옷을 가지고 돌아와 방 가운데 앉아 촛불을 밝히고 돌아오기를 기다렸는데, 긴밤을 꼬박 새어 피로한 고로 누웠다가 바로 잠이 들어 버리었다.
새벽녘 쯤 기생이 나와 속옷을 찾으니 없는지라, 이미 그 지아비의 행위임을 알고, 돌아와 창가에 이르러 높은 소리가 날까 저어하여, 가만히 창문을 열고 들어간즉, 지아비가 과연 속옷을 손에 쥐고 잠들어 있는지라, 그의 모자를 대신 그의 손에 쥐게 하고 속옷을 빼앗아 입은 후에, 그 지아비를 발길로 차 일으키니, 지아비가 분이 나서 힐책해 가로되,
"너의 속옷이 내 수중에 있으니, 네가 능히 나를 속이고, 책망을 면하려고 하느냐?"
기생이 嬌言 미소로 가로되,
"밤이 아무리 캄캄하다 해도 어찌 속옷과 모자를 분별치 못하리이까!"
지아비가 그 말을 듣고 다시 본즉 과연 모자인지라, 낙담이나 하는 듯이
"봄꿈이 진실로 허사로다." 하고 은인하여 끌어안고 잤다 한다.
부묵자 가로되 슬프도다. 娼妓는 賤流라 어찌 人道로써 꾸짖을 수 있으랴. 팔은 여인숙의 목침과 같고 입술은 청건의 잔과 같아서, 여우의 교태로써 사람의 눈을 속이고 재물을 탐하고 정을 잊으니, 賢愚를 다 아는 바이라. 자고로 반반한 선비와 용맹스런 부부가 또 많이 빠져 迷魂의 陣에 들어가서 그 절조잃은 자를 다 셀 수 없으니, 이른바 惑함도 심하다 하겠다.
<破睡錄>
# 유여송이(猶如松栮)
주인이 객을 대함에 그 여종에게 가로되,
"귀한 손님이 오시었으니 안에 들어가 말해서 송이 같은 것과 연계 등속으로 술을 걸러 가져오라." 하니, 여종이 안에 들어 갔다가 다시 나와 하는 말이,
"아가씨께서 연계와 같은 것은 꿩이어니와 송이와 같은 것은 어떤 물건인지 알 수 없다 하십니다." 하거늘,
주인이 듣고 크게 부끄러움을 이길 수 없었다.
부묵자 가로되 슬프도다. 어찌 감히 음란한 말씨로 그 장부를 희롱할까 보냐. 이와 같이 해서 능히 그 집을 거느리는 자를 아직 보지 못하였도다.
<破睡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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