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이 시율을 평가하다
扶安 기생 계월이 시 잘 짓고 거문고 잘 타고 스스로 號를 梅窓이라 하였다. 명기로 뽑혀 상경함에 貴公才子가 다투어 서로 맞이하지 않는 이 없고, 더불어 酬唱하고 시를 지을쌔, 하루는 柳某가 찾아갔더니 먼저 金, 崔 兩人이 협기깨나 있다고 뽑내면서, 이미 먼저 자리에 있는지라, 계월이 술상을 보아 대접하매 술이 반쯤 취하여 세 사람이 다 주목하여 서로 배격하고자 할쌔, 계월이 웃음을 머금고 가로되
"여러분은 각각 風流場詩를 읊어 즐거움을 도울진저.
'玉譬千人枕이요 흰팔은 천 사람의 베개요
丹脣萬客甞을 붉은 입술은 만객의 것인 것을
汝身非霜刃이니 네 몸이 칼날이 아닌 바에
何遽斷我腸가' 어찌하여 내 창자를 끊는가
또한 읊되,
'足舞三更月이요 다리는 한밤중 달 아래 춤추고
衾飜一陣風을 이불 들석거려 일진의 바람이 읾을
此時無限味는 이때의 무한한 즐거움은
惟在兩人同이라.' 오직 두 사람이 다 같으니라
이러한 것은 이 賤妓의 傳誦한 바니 족히 귀를 기울일 것이 못되나, 그러나 만약 일찌기 이 세상에 없는 훌륭한 詩品으로 나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면, 가히 더불어 오늘 밤을 즐기리라."
세사람이 그렇게 하기로 한 후에 김이 먼저 七絶을 誦하여 가로되,
窓外三更細雨時에 한밤중 창밖에 가랑비 올 때에
兩人心事兩人知라 둘이 마음을 둘이만이 아는도다
新情未洽天將曉하니 새 정이 미흡한데 날은 새거니
更把羅衫問後期라 다시금 님의 옷깃잡고 뒷기약을 묻노라.
최가 계속해서 읊어 가로되
抱向紗窓弄未休하니 끌어안고 사창을 향하여 희롱하니
半含嬌態半含羞라 반은 아야이요 반은 부끄러움이라
低聲暗問相思否아 소리 낮춰 가만히 묻되 사랑하느냐
手整金차笑點頭라 금비녀를 꽂아주니 웃으며 끄덕인다.
계월이 듣고나서 웃으며 가로되
"처음 시는 매우 옹졸하고 다음 시는 조금 묘하긴 하나 수단이 다 떨어져서 족히 들을 만하지 못한지라. 무릇 七絶의 정교한 것은 七言에 가깝고 더욱 律의 어려운 것은 내가 마땅히 그 어려움을 취하리라. 金이 드디어 읊어 가로되,
年纔十五窈窕娘이 나이 겨우 열 다섯 고운 낭자가
名滿長安第一唱을 장안에서 명창으로 으뜸이로세
蕩子恩情深似海하고 탕자의 은정은 바다와 같고
花官威令肅如霜을 花冠의 위령은 서릿발 같네
蘭窓日煖朝粧急이요 난초 창에 햇볕 따사롭고 아침 단장이 급한데
松峴風高夕履忙을 소나무 고개 바람이 높으매 저녁놀이 바쁘다
相別時多相見少하니 해질 때가 많고 만날 때가 적으니
陽臺雲雨惱襄王이라 양대의 雲雨가 양왕을 뇌살시키는도다.
최가 듣고 나서 가로되
立馬江頭別故遲하니 말을 강가에 세우고 이별이 더디니
生憎楊柳最長技라 버들가지가 가장 긺을 미워하노라
佳人緣薄含新態하고 미인에게 연분이 없어 애교를 새로 머금고
蕩子情深問後期라 탕자는 정이 깊어서 뒷기약을 묻노라
桃李落來寒食節이요 도리꽃이 떨어지니 한식절이요
鷓鴣飛去夕陽時라 자고새가 날아가니 해질 녘이라
艸長南浦春波濶하니 풀 자란 남포에 봄물결 넘치니
欲採蘋花有日思라 빈화꽃 딸 때마다 님생각 아롱인다.
하고 읊으매 계월이 가로되,
"이 시는 절반 가량은 淸韻이 있으나 또한 족히 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도다."
하고 柳에게 일러 가로되
"그대만 홀로 읊지 않는가?"
유가 가로되
"내가 본시 短文하나, 다못 노毒이 貫輪한 바와 같은 재주가 있으니 어쩔테냐?"
계월이 웃으면서 대답지 않는지라 최가 불연히 가로되,
"그대가 비록 그와 같은 재주가 있다 하나 오늘의 일은 마땅히 시의 우열을 가지고서 논해야 하리라." 하니 김이 자못 스스로 자랑하는 일이 있어 좌우를 돌아보며 일러 가로되,
"내 一律이 있어 가히 여러분을 압두하리라." 하고 곧 七律 한 수를 읊으니,
秋宵易曙莫言長하라 가을 밤이 길다고 말하지 말라
促向燈前解繡裳을 등 앞에 향하여 치마 벗기를 재촉한다
獨眼未開請吐氣요 외눈을 뜨지 않았으나 눈알은 기운을 토하고
兩胸自合汗生香을 두 가슴이 서로 합하여 땀은 향내를 풍김을
脚如누귁파번급하고 다리는 청머구리 뗏속에 물결이 뒤쳐 급한 것 같고
腰似蜻정점수망을 허리는 잠자리가 물을 차는 듯이 바쁘도다
强健向來心自負하니 내 것이 기운센 것을 언제라도 자랑하리니
愛根深淺問娘娘이라. 물건의 깊고 옅은 것을 낭자에게 묻노라
한즉 계월이
"그만하면 꽤 잘 지었소."
柳가 가로되
"여러분의 읊은 시가 다 썩어빠진 개고기 맛이니, 어찌 족히 괄목할 것이리오. 내가 마땅히 새로 一律을 지어 오늘의 석상에 내 놓으리라."
하고 드디어 계월로 하여금 운을 부르라 하고 운에 맞추어 읊어 가로되,
探春豪士氣昻然하니 봄찾는 호걸이 기운 뻗치니
翡翠衾中有好緣이라 비취 이불 속에 그댈 맞났네
撑去玉臂兩脚屹이라 흰 팔 베고 누우니 두 다리 드높다
貫來丹穴兩絃圓을 붉은 구멍을 꿰었으매 두 줄이 둥근 것을
初看嬌眼迷如霧하고 교안을 얼핏 보니 안개 서린 듯하고
漸覺長天小似錢을 점차로 긴 하늘이 돈짝만큼 보이도다
這裡若論滋味別인댄 이 속에 만약 재미가 유별남을 말할진대
一宵高價値千金이라 하룻밤 높은 값이 천 금에 해당하리
읊어 끝나매 계월이 탄식해 가로되
"이는 운에 응하여 서서 읊으며 잘 그 놀음의 정경을 그리고도 남은지라, 뜻이 지극히 호매하고 건장하니, 진실로 범재가 아니라 원컨댄 高名을 듣자와지이다." 하니 유가 가로되,
"내야 柳 아무개 아니오."
계월이 손벽을 치며 가로되,
"당신께서 이렇게 저의 집에 왕림하실 줄은 꿈밖이와요. 이제 다행히 만났도다."
하며 조그만 손상을 다시 차려 오며 웃음을 띠우고 가로되,
"만약 온 하늘이 돈짝만 할 양이면 그 값이 어찌 천금만 되오리까?"
하고 두 사람에게 향하여 가로되,
"그대들의 읊은 바는 한 잔의 차가운 술값만도 못한 것이오." 하거늘
崔, 金 兩人이 다 묵연히 물러가고 柳는 드디어 뜻을 얻어 계월을 끼고 잤다 한다.
<奇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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