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8월 15일을 추석이라 부르기도 하고 한가위라 하기도 한다. 이날을 중국에서는 仲秋節, 일본에서는 十五夜라 한다. 추석은 太陰曆으로 따져 가을 중간달 보름이다. 六堂은 이날을 두고 이렇게 찬미했다.
"그릇마다 근심대신 기쁨이 소복히 담기니 원체 한번 놀 만한데 술을 먹기에 밤이 짧을까, 춤을 추기에 땀을 걱정할까, 돌아다보면 헐떡이던 여름이요, 내다보면 웅크릴 겨울이니, 이때를 놀지 않고 어느 때를 기다리랴."
이런 때에 우리 조상들은 몇 가지 행사를 벌인 것이다.
첫째는 조상에 茶禮를 지내고 산소에 省墓를 가는 것이다. 茶禮나 省墓에는 햇밥과 햇과일과 햇떡을 올린다. 이것은 薦新의 의미를 지니는 祖上崇拜에서 나온 것이다. 언제나 새로운 음식물이 있으면 조상에게 먼저 바쳐 감사의 뜻을 표하는 것이 薦新이다. 조상의 蔭德으로 햇음식물을 먹게 되었음을 감사해 하는 것이다.
둘째는 달구경을 가기도 하고, 씨름을 하기도 하고, 鬪牛를 벌이기도 한다. 맑은 가을의 보름달은 우리 생활의 淸新함과 풍요로움을 나타낸다.
이날 둥근 과일을 먹는 여자들은 아이를 잉태한다고도 했다. 달은 어머니요, 또 달은 여자의 생식기능을 조절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러기에 月經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씨름은 힘을 겨루어 보는 것이다. 봄 여름을 통해 농사일에 힘을 쏟아 왔는데 누가 과연 힘이 세서 농사일을 열심히 했는지 겨루어 보는 의미도 지니고 있었다.
鬪牛를 벌이는 것은 농사일에 가장 소용된 소의 힘을 알아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힘센 소를 골라 그 공로를 되새겨보는 뜻이 담겨 있다.
이런 추석을 '한가위'라 부른 것에도 별다른 뜻이 있다. '갚이'가 부드럽게 변하여 '가위'로 되어서 큰 '갚이'라는 뜻이라고 하는 견해도 있다. 조상과 자연에 대한 갚음, 그러기에 이날에는 깨끗한 옷을 입고 秋夕을 맞이하는 것이란다.
이 추석 명절의 節食은 단연 송편이다. 우리 나라 떡의 종류가 수십 가지요, <閨閤叢書>에 그 만드는 방법을 적은 떡만도 28종이나 된다.
그 중에서도 송편은 특별한 운치가 있다. 송편을 달떡이라고도 하는데 달의 모양처럼 동그랗게 빚기도 하고(滿月), 반달 모양으로 빚기도 한다(片月). 솔잎을 까는 것은 찰진 송편이 붙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 솔잎은 송편에 적당한 무늬를 찍어 주기도 하고, 또 솔잎은 아무리 쪄도 문들어지지 않으며 독특한 솔향기를 풍기기도 하는 것이다.
송편은 햇곡식과 달과 그리고 여자를 복합적으로 상징하는 떡이다. 인절미나 백설기는 단순히 먹기 위해서만 만들어졌고, 무떡, 송기떡은 첨가물을 섞었다는 뜻이 있을 뿐이지만 송편은 시적 운치를 띠고 있다.
기록에 나타난 추석의 풍습은 우리 나라에서 언제부터일까? 삼국사기에는 신라 6부 시절부터 추석을 지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왕이 6부를 두 패로 나누어 7월 보름이 지난 날부터 8월15일 전날까지 길쌈을 하게 하여 추석날 그 성적을 매겼다고 한다. 그리하여 진쪽에서는 酒食을 차려놓고 이긴 쪽을 대접했다고 한다. 그리고 술과 음식을 마시고 먹으며 춤추고 놀이를 벌였다고 한다.
<열양세시기> 같은 책에서는 민간에서 이 날을 가장 큰 명절로 꼽아 아무리 가난한 집에서라도 술 빚고 닭 잡고 과일을 소반에 담아놓고 "더하지도 말고 한가위날과 같게 하여지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우리 겨레의 전통생활>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