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나에게 가르쳐 준 지식은 정말로 서글픈 지식이다. 모르는 편이 차라리 나을 지경이다. 역경이 위대한 스승일지도 모르지만 그 스승은 수업료를 호되게 받으며 그 수업에서 얻어낸 이익은 거기에 든 비용에 비할 바가 못된다. 게다가 그처럼 면학으로 지식을 획득하기 전에 그것을 사용하기에 알맞은 시기는 지나가 버린다.
청년 시대는 지혜를 탐구할 시기이며 노년기는 그것을 실천하는 시기이다. 경험은 항상 공부가 된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의 앞으로의 기간 동안에 도움이 될 뿐이다. 죽어야만 할 때에 어떻게 살아야만 했던가를 배운다는 것은 과연 그것이 시기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자기의 운명에 대해서, 또 그것을 만들어 내는 타인의 정열에 관해서 그다지도 뒤늦게 그다지도 괴롭게 얻어진 지식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보다 잘 아는 것을 배운다는 것은 그들이 나를 몰아넣은 비참한 지경을 보다 강하게 느끼기 위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 지식은 그들의 모든 함정을 명백히 하면서도 그중 단 하나도 나로 하여금 피할 수 있도록 해 주지를 못한 것이다.
그 바보같으면서도 따뜻한 신뢰 속에서 왜 나는 끝까지 머물러 있지 않았던가! 그 신뢰는 오랜 세월에 걸쳐서 나를 그 요란한 친구들의 밤으로, 노리개로 만들었었는데 그들의 음모에 휩싸여 있었던 나는 티끌만큼도 의심을 품지 않았었던 것이다.
나는 그들의 놀림감이었고, 그들의 희생이 되었었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나의 마음은 그들이 품게 해 준 우정을 즐기며 그들에게도 나에게 대해서 똑같은 우정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와같은 달콤한 환상은 깨어져 버렸다. 시간과 이성이 들어내 보여준 슬픈 진실은 나의 불행을 나로 하여금 느끼게 하면서, 아무런 도리가 없다는 것을, 또 내가 단념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에게 납득시켜준 일 그것이다. 이처럼 내 노년의 경험은, 나의 상태에 있어서는 현재의 도움도 됨이 없고, 미래의 이득도 됨이 없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사기행위이고, 타인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기만이며, 타인을 해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중상인 바, 그것이 가장 질이 나쁜 거짓말이다. 아무 이익도 없고 자기나 타인에 대해서 손해도 끼치지 않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하나의 가공의 이야기이다.
(196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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