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의 글B(논문·편글)

젊은날의 비망록에서(47)

如岡園 2022. 3. 17. 20:20

두 다리에 맡기고

마음도 가볍게 나는 큰 길을 활보한다.

건전하게 자유롭게 세계를 눈앞에 바라보며

나의 앞에 있는 흑갈색의 한 줄기 길은 내가 원하는대로 나를 멀리 인도한다.

나는 구태어 행운을 원치 않는다.

나는 행운 그 자체이다.

이제부터 나는 어물거리지 않겠다.

또 무엇이고 일없다.

강건하게 스스로 충만하여, 나의 큰 길을 여행하는 것이다.

 

 그 누가 처음부터 영웅으로 태어났고, 그 누가 비열한 인간으로 태어났던가? 비열한 자는 자기를 비열하게 만들었던 것이고, 영웅은 자기를 영웅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오늘 비열하던 자도 내일은 비열한 노릇을 그만둘 가능성이 있고, 오늘의 영웅도 내일은 영웅이 안되고 말 가능성을 반드시 가지고 있다.

 

 사람은 자기를 여하한 위치에 둘까를 모른다. 그는 확실히 방황하고 있다. 어두운 속에서 불안스러운 눈으로 찾고 있으나 좀처럼 자신이 설 곳을 발견 못한다.

 

 인간은 자연 속에 있는데 무엇일까?

無限에 비하면 虛無, 虛無에 비하면 全體이다. 그것은 無와 全體 사이에 있는 중간적 존재이다. 사람은 이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이 세상 사물의 시초나 궁극을 알 수 있고 불안과 절망이 있다. 

 

 우리의 앞뒤에는 두 개의 영원이 있다. 永遠한 過去와 永遠한 未來! 우리의 一生이란 그 사이에 잠시 번쩍한 光彩에 지나지 않는다. 

 

 한 알의 모래 속에 전세계를 보고, 한떨기 꽃닢속에 하늘을 깨닫고, 그대 손바닥 속에 無限을 쥐며, 아뭏든 永遠을 일시적이나마 붙들어 보라.

 

 인간은 고독하다. 

 인간은 착하지 못하고, 강하지 못하고, 지혜롭지 못하고, 도처에서 참담한 꼴을 보이고 있다. 

 비참과 부조리가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운명일지라도 우리는 고독을 이기며 새로운 길을 찾아 앞으로 내디딜 결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장기간 불행한 것은 그 자신의 책임이다. 죽음에도 삶에도 견딜 용기가 없고, 요령있게 피해볼 생각도 없는 이런 사나이야말로 정말 가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