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공당문답(公堂問答)/분귀취처(粉鬼娶妻)/호승지함(呼僧止醎)

如岡園 2022. 6. 9. 23:27

          # 공당문답(公堂問答, 公자 堂자로 문답의 韻을 삼다)

 

 古佛 맹사성이 재상으로 있을 때에 온양으로부터 돌아오던 중 비를 만나 용인 旅舍에 들어갔더니,

 한 사람이 구종배를 거느린 품이 대단하고 먼저 여관 다락 위에 와서 들었거늘,

 공이 들어가 한 모퉁이 앉아 있더니,

 다락에 올라 먼저 든 자는 곧 영남의 큰 부호로 錄事가 되어 보려는 시험에 응해 올라오는 자였다.

 공을 보고 청해서 자리를 함께 하여 담론하고 희롱의 말도 하고 했는데, 또한 公字堂字로 문답의 운을 삼으니, 공이 물어 가로되,

"何以上京公인고." (무슨일로써 서울에 가느뇨?)

그 사람이 가로되

"錄事取才上去堂이라" (녹사 시험보러 올라가노라.) 하니

공이 웃으면서 가로되,

"내가 그대를 위하여  差除公이라 하리라." 한데 그 사람이 가로되

"㬨不堂이라." 하더니

후일 정부의 자리에 그사람이 취재키 위하여 들어와 뵈입거늘 공이 가로되

"何如公이라" 한데

그 사람이 물러가 엎드려 대해 가로되

"死去之堂이라." 하니

일좌가 놀래어 괴상히 여기는지라.

 공이 그 實言으로써 여러 재상들에게 고하니, 여러 재상이 크게 웃고, 공이 써 녹사 한 자리를 주었었다. 녹사가 공의 천거한 바를 의뢰하여 여러 번 州郡에 執典하며 일을 잘 보므로써 칭찬이 높았다.

                                                                                                                           <蓂葉志諧>

 

          # 분귀취처(粉鬼取妻,  분귀에게 장가들다 )

 

  南怡 장군이 소년 시절에 거리에서 노는데, 어린아이가 보자기 속에 조그만 옷상자를 지고 가고, 그 보자기 위에 알굴에 흰 분을 바른 女鬼가 앉아 있어도, 남들이 다 보지 못했다.

 남 이가 마음에 괴상히 여겨 그를 좇아간즉, 한 재상의 집으로 들어가더니, 급작스리 그 집안에서 곡성이 진동하는지라. 남 이가 물으니,

 "주인집 작은 낭자가 갑자기 죽었소." 하니,

 남 이가 가로되, "내가 들어가 보면 가히 살리라!"

 그 집 사람이 처음에 즐기지 않더니, 오랜 후에 들어오라 하여 남 이가 들어가보니,

 粉鬼가 낭자의 가슴을 가로타고 있는지라, 남 이가 보면 곧 달아나 피하고 낭자가 다시 일어났다가, 남 이가 나오면 낭자가 다시 죽고, 남 이가 나시 들어가면 다시 살고 하는지라.

 남 이가 물어 가로되,

 "어린 아이의 옷상자 속에 무엇이 있었느뇨?"

 가로되,

 "軟枾가 있었는데 낭자가 먼저 먹고 기운이 막혀 죽었습니다." 한데,

남 이가 갖추어 그 본 바를 말하고, 邪嵩을 다스리는 약을 구하여 삶을 얻으니, 이는 때의 좌의정 권 남의 네째딸이라,

 권 남이 그 일을 기특하게 여겨 정혼코자 하여, 점장이로 하여금 점치게 할쌔 가로되,

 "이 사람이 반드시 죄로써 죽으리라."

 하여금 그 딸의 명을 물으니 점장이가 가로되

 "이 명맥이 극히 짜르고 또한 자식이 없으되, 마땅히 그 복을 누릴 것이요, 그 화를 보지 않을 것이라. 가이 써 사위를 삼음이 좋겠소이다." 하여

 권 남이 그대로 했더니, 남 이의 나이 열 일곱에 무과에 장원으로 급제하고, 사납고 날셈이 빼어나서, 북으로 이시애의 난을 치고, 西로 건주 위를 치매, 다 선봉장이 되어 싸워 크게 공을 세우니 훈공이 일등이라.

 회군할 때 시가 있으니,

   "白頭山石摩刀盡이요  頭滿江水飮馬無라

    男兒二十未平國이면 後世誰稱大丈夫이오.

          (백두산의 돌은 칼 갈아 다하고

          두만강 푸른 물 말먹여 없애리

          사나이 스물에 나라를 평정 못 하면

          뒷세상 뉘 있어 대장부라 이르리오.)"

한데,

 때에 간신의 무리가 남 이가 모반했다고 무고하여 베히게 되니, 때의 나이 이십 팔이요, 권 남의 딸은 먼저 수 년 전에 죽었으며, 과연 점장이의 말과 같이   되었었다.

                                                                                                                      <蓂葉志諧>

 

          # 호승지함(呼僧止醎, 중을 불러 너무 짜다고 하다)

 

 오성이 젊었을 때에 절에 가서 책을 읽더니, 하루는 밥에 반찬이 없거늘,

 중으로 하여금 상 곁에 앉게 하여 매양 한 숟갈마다 한 번씩 게장을 부르라 한데,

 스님이 그말에 의하여 한 숟갈에 한 번 씩 부르니, 거의 다섯 여섯숟갈에 이르렀다가 연거푸 게장을 불렀것다.

 오성이 이를 그치게 하며 가로되,

 "몹시 짜다 낭비치 말아라."

하였다. 

                                                       <蓂葉志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