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煩簡俱迃(번간구오)/宋莫皆中(송막개중)

如岡園 2022. 11. 4. 19:23

                # 번간구오(煩簡俱迃, 이문은 번거로울 것이 아니라 간략해야 한다)

뇌계 兪好仁이 천성이 순후하고 근엄하여 문장에 능난하니 성종대왕이 가장 사랑하시었거늘, 뇌계가 校理로써 시골로 돌아다니겠다 하여 山陰縣에 나아앉았더니 워낙 吏治에 어둡고 文簿가 심상하여 능히 재단치 못하는지라.

 한 어리석은 백성이 있어 "솥을 잃어버렸으니 원컨대 그걸 도로 찾아지이다." 하고 정상했거늘, 

뇌계가 종일 연구해 봐도 처리할 길이 발견되지 않아, 그 백성이 오래 기다렸다가 이에 호소해 가로되, 

 "처리해 주심을 감히 바라지 않사옵고, 오직 원컨댄 本狀이나 찾게 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한데.

 뇌계가 이에 난처하게 생각하고 얼마 후에 처리해 가로되,

 "무릇 여러 吏文은 모름지기 번거롭게 할 것이 아니요, 마땅히 간략함을 요함이요."

하거늘 뇌계가 가로되,

 "과연 그렇겠다."

하였겠다.

 그 후에 또한 어리석은 백성이 呈狀질로 서로 싸우는 자 있거늘 뇌계가 그 싸움을 그치게 하고자 하여, '毋' 자를 하나 써 주었는데, 관리가 그 사람의 어미를 잡아다가 고하니 뇌계가 가로되, 

 "毋'란 곧 '그러하지 말라'는 말이라. 네가 어찌 글자의 뜻을 알지 못하고 그 어미를 잡아왔느냐?"

하였다. 

          <蓂葉志諧>

 

          # 송막개중(宋莫皆中, 송덕융성지 구에 다 있지 않다)

 白湖 任悌는 호남 사람인데 호탕불기의 선비였다. 젊어 서울에 놀다가 도보로 고향에 돌아가게 되었는데, 고생이 대단하였다. 旅舍에 들었더니, 주인 할미가 죽은 남편을 위하여 재를 차리고 무당을 얻지 못하여 고민하였다. 임제가 가로되,

 "내가 능히 설법하여 혼을 맞이할 것이니 주객간에 무엇을 끄려서 하지 못하리오."

 한즉 주인 늙은이가 다행히 여겨 음식을 펼쳐놓고 간청하였다.

 임제가 무당처럼 떠들 말은 없고 해서 할 수 없이 大學의 서문을 외우고 있었더니, 則旣莫不爲 구에 이르른즉 주인 할미가 합장하면서 슬피 울어 가로되, 

 "이 말이 맞았습니다. 저의 남편이 과연 幕火로 인하여 죽었습니다."

 대개 속어에 莫은 幕으로 더불어 음이 같고 또한 火字 새김이 불(火)이라는 연고였다.  宋德隆盛之 구에 이르러서 또한 합장하여 흐느껴 울면서 가로되,

 "이 말씀 또한 옳습니다. 저의 어릴 적 이름이 松德입니다."

 하고 모조리 그의 靈驗을 칭송하고 후히 길양식과 노자를 주거늘, 백호가 웃음을 감추며 돌아 갔겠다.

                                                                                                                                                   <蓂葉志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