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請吏寫祝(청리사축)/添字誤下(첨자오하)

如岡園 2022. 10. 11. 19:18

          # 청리사축(請吏寫祝, 읍리에게 청하여 축문을 쓰다)

 

 어떤 시골 사람이 글을 아지 못하는 이가 있어, 일찌기 京族들이 집안 제사 때에 축문 읽는 것을 보고 尙饗 두 자의 소리가 있는 것을 본뜨지 못하고 또한 그 흉내를 내고자 하였더니, 후에 그 아비의 忌日을 당하여 축문을 쓰고자 하나 글 아는 위인이 없는지라, 연고로 제사에 쓰려던 술과 찬수로 읍리를 교제코자 갈라 내며, 축문을 써 달라 청하여 상향 두 자를 쓰지 않았는데, 읍리가 응락하더니, 새벽에 이르러 읍리가 俗用吏文으로써 축문을 써 가지고 와서 가로되,

 "쓴 사람이 스스로 읽어야 된다." 하며 드디어 상 아래에 꿇어 앉아서 크게 읽어 가로되

 "오늘은 네가 죽은 고로 너의 자손 등이 많이 주식을 갖추어 차려 놓았으니, 너의 부처는 아울러 와서 먹어라! 上香이라!"

하거늘,

 대개 尙饗을 그릇 인식하여 上香이라 하매, 듣는 자가 크게 웃었다.

 

야사씨 가로되

우리 동방은 예의의 나라다. 비록 꿈틀거리는 무리들도 또한 사부의 제사를 모방코자 하니, 그 뜻은 진실로 좋으나 그러나, 축문에 망녕되이 吏文을 썼음은 어찌 족히 꾸짖으리오.      <蓂葉志諧> 

 

          # 첨자오하(添字誤下, 글자를 보태게 했다가 망신을 당하다)

 

 어느 향촌에 늙은 서생이 생도들을 가르치는데에, 이웃 아이들로서 글 배우는 자가 있으되 글 재주가 여민치 못하여, 그 스승이 매양 그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주거늘, 마침 어린 아이의 아비가 처음으로 서당에 와서 친구들이 다 함께 모두 있었다.

  그 스승이 그 아비의 아들들이 재주 있음을 자랑하고자 하여 미리 위촉해 가로되,

 "오늘 나그네가 다 모였으니 반드시 너에게 글을 지어 보게 하리라. 그러나 네가 해내기 힘들 것이니 너의집 가죽나무에 의하여 백마에 올라 이와 같이 써 옴이 옳으리라." 하며 곧 입으로 오언절귀를 불러 가로되 "네가 가히 뜻을 따라 더하고 보태어 써 칠언 절귀를 만들어라."

 아이가 그렇게 하리다. 하고 가서 家君 두 자를 보태어, 드디어 칠언을 이루어 가로되,

   

     家君白馬自於雪하니 家君四足如배銕이라

     家君臀上着一鞭하니 家君萬里風담疾이라.

        "아버지의 흰말이 눈보다 희니, 아버지의 네 발이 배철과 같도다.

         아버지의 볼기 위에 채찍을 더하니, 아버지가 만리에 바람같이 달리도다."

한즉, 모인 사람이 보고 크게 놀래었고, 그 스승의 안색이 흙빛같이 되었다.

 

야사씨 가로되 이 아이가 빈 털털이 속에 한 번 늙은 스승의 가르침을 좇아 그 모자란 것을 덮어 주고자 하여, 그 창졸히 글자를 붙임에 미처 손발이 드러나니, 진실로 가히 우습도다. 사람의 이름을 도적질 하고 세상을 속이는 자가 이 아이의 유가 아님이 없으니, 이로써 군자도 쌓인 가운데서 밖으로 뻗는 것이 귀하다 했느니라.      <蓂葉志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