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로봉욕(兩老逢辱, 두 늙은이의 봉욕)
여든 살이나 된 늙은이가 젊은 첩과 더불어 밤일을 하는데 첩이 가로되,
"이 일을 한 연후에 만약 잉태하면 반드시 사슴을 낳으리라!"
"어째서 사슴을 낳겠는가?"
"사슴 가죽으로 일을 하시니 사슴을 낳지 않고 무엇을 낳으리오?"
이튿날에 벗과 더불어 수작할 즈음에 늙은이가 가로되,
"내가 간밤에 큰 욕을 먹었노라."
하니 벗이 가로되,
" 어떤 욕이뇨?"
"간밤에 첩과 더불어 일을 했더니, 첩이 이와같이 말하니 어찌 큰욕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 욕은 오히려 헐후한데 속하는 얘기라. 나의 봉욕은 입으로 가히 담아서 말할 수 없는 욕이니라."
"어디 한 번 얘기해 보라."
"내가 일전에 첩과 더불어 밤일을 하였는데, 첩이 가로되, 이것이 先塋 곁이냐 하거늘 네가 무엇을 말함이냐 하니 첩이, 시체를 이끌고 入葬하는 것이 선영의 곁이 아니면 어쩐 연고로 어려움 없이 入葬할 수 있으랴? 하니 이는 차라리 귀로 들을지언정 입으로 가히 말할 수야 있겠는가?" 하였다.
<醒睡稗說>
# 위호위매(爲狐爲魅, 여우도 되고 요매도 되고)
한 사람이 뜻을 이웃집 몸종에게 두었으나 도저히 그 틈을 타지 못하여, 한갓 정회를 보낸지 오래더니, 하루는 산에 가서 돌아오는 길에, 좁은 골짜기 깊은 곳에 이르러, 늙은 여우와 妖魅가 있어서 가지가지로 사람을 꾀인다는 얘기를 일찌기 들어 아는 바라, 심중에 스스로 두려운 생각이 있어 몸을 떨면서 돌아올 즈음에, 문득 큰 소낙비를 만나 피신할 곳이 없었었다. 급히 바위굴 속에 들어갔는데, 때에 우뢰소리가 크게 울리고 온 골짝 하늘이 컴컴하여, 굴속에서 혼자 어둠을 등지고, 밝은 데를 향하여 앉아 황황겁겁하여 떨고 있을 즈음에, 문득 한 사람이 뒤로부터 그 옷을 끌거늘 크게 놀라 돌아다 본즉, 뜻밖에 한 여인이 있어 광주리를 끼고 등 뒤에 앉으니, 그 모양이 이웃집 몸종과 지극히 같은지라, 그 사람이 더욱 겁을 내어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는 반드시 늙은여우나 요매가 幻形하여 나를 어지럽히는 것이라." 하고 곧 눈을 부릅뜨고, 손을 쥐고 꾸짖어 가로되,
"네가 만약 요매가 아닌즉 반드시 늙은 여우라. 어찌 감히 나를 속이는고?" 하니,
그 여인이 가로되,
"나는 낭군이 평소에 나를 사랑하더니 오늘은 어찌 박절함이 이와 같으오!"
하고 이에 다시 그 소매를 잡으니 그 사람이 더욱 의심과 겁기에 질려, 발연히 옷소매를 떨치고 곧 그 소매로써 자기의 오줌을 쥐어 재삼 눈을 닦고, 자주 자주 돌아다보면서 가로되,
"네가 감히 나를 업수이 여기고 오히려 가지 않느냐?"
이러할 즈음에 비는 개고 하늘은 맑아오는지라, 그 사람이 냉정히 배척하는 것을 보고, 그 마음에 부끄러워 다시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고, 곧 광우리를 이끌고 먼저 나와 본마을로 향하매, 그 사람도 또 나와서 그 여인의 가는 바를 보고, 의심하고 또한 괴상히 여겨 가로되,
"저가 만약 늙은 여우라 할진댄 반드시 깊은 산으로 향해 갈 것이요, 그 만약 요매라 할진댄 마땅히 깊은 골짜기로 갈 것이로되, 이제 곧 인가를 향하여 가는 것은 어쩐 까닭이뇨?" 의심하고 괴상히 여겨 망측하게 생각하여, 뒤를 따라 가 바라보았더니, 그 여인이 이미 마을에 당도하여 조금도 유예함이 없이 바로 이웃집으로 들어가거늘, 그 사람이 비로소 그 이웃집의 몸종임을 깨닫고, 그 마음에 크게 분통히 여겼다. 곧 몸으로써 스스로 뛰어 언덕 위에 던지고 걸터 앉아서 땅을 치며 가로되,
"꿈속이냐 생시냐. 차라리 죽고 싶도록 내가 무지했었구나." 하였다.
평하되
공연히 의심하지 않을 곳에 의심했으니, 평생 애틋한 정회를 마침내 펼 수 없었으니, 차라리 죽고 싶도록무지몽매함이다. 오직 그 몸종의 幻形이 능히 여우가 되고 요매가 되었겠는가. 또한 그 사람의 의심이 만약 요매가 되어 보았은즉 몸종도 또한 요매가 되는지라, 어찌 몸종이 스스로 여우가 되고 스스로 요매도 되리오.
楚왕의 꿈은 구름도 되고 여자도 되며, 楊郞의 꿈은 신전도 되고 귀신도 되니, 참꿈의 꿈이 그러하냐? 옛꿈 이제 꿈이, 꿈인즉 꿈이니, 또한 참인즉 참이냐. 또한 가짜인즉 가짜냐.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陳談錄>
@ 醒睡稗說 : 1830년경 조선 말기에 지은 漢文 笑話集. 編者 편찬년대 미상. 내용은 단편적 笑話뿐만 아니라 일반 民譚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으며 淫說談에 속할만한 것이 약 25편 가량된다. 약간의 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름없는 하천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고 중국설화의 차용도 상당수 있다.
@ 陳談錄 : 편찬연대 미상의 야담집. 이 야담집의 특징은 각 자료마다 편찬자의 간략한 해설이 붙어있고 이어 O표를 한 뒤 논평을 곁들이고 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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