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사유한(死猶恨)/운부방기(耘婦放氣)

如岡園 2022. 12. 8. 21:50

          # 사유한(死猶恨, 죽는 게 한이로다)

품성이 괴벽한 자가 있어 친소 원근을 논하지 않고, 무릇 남의 婚事에는 오직 저로 하여금 중매케 하면, 극력 강권하여 성혼케 하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무슨 트집을 잡아서라도 한결같이 혼사를 훼방하여, 사람이 다 괴롭게 여기더니,

 하루는 건넌 마을 어떤 집에서 정혼했다는 말을 듣고, 곧 발분하고 팔을 저으며 가로되,

 "신랑집엔 저와같은 허물이 있고, 신부집엔 이와같은 허물이 있으니, 어찌 가히 성혼할까 보냐? 마땅히  가서 파혼시키리라."

하고 시퍼래 가지고 설치는데,

 매운 겨울 날씨가 오히려 따뜻하고 강 얼음이 매우 엷었는데, 분이 나는 김에 엷은 얼음이 가히 두터운 줄 알고 성큼성큼 건너다가, 중간쯤 이르러 얼음이 문득 갈라지며 몸이 빠져 물 가운데 떨어져서 뒤넘겨질치며 떠내려가니, 형세가 장차 위험함에 어지러이 손을 흔들며 파리해진 얼굴로 물결을 꾸짖어 가로되,

 " 분하도다. 이 혼사는 가히 이루어지리로다."

하였다. 

 비평해 가로되, 그 혼사를 방해하려고 한 것이 죽은즉  그 혼사가 반드시 아루어짐이니 이것이 가히 한스러운 바이다. 눈앞에 죽음을 보고 오히려 그 죽음을 한하지 않고, 오직 정혼이 이루어짐을 한하니, 이것이 이른 바 죽어도 후회함이 없는지라. 이러한 사람의 죽음은 이에 백성을 위하여 해로움을 제하였다 할 것이다.   

                                                                                                                                                    <陳談錄>

 

          # 운부방기(耘婦放氣, 김매는 아녀자의 방귀)

 使令놈들의 무리가 戰笠을 쓰고 크게 활보하면서 오다가, 김매는 여인이 과히 밉지 않은 것을 보고 문득 음욕이 생겨 무단히 말을 걸어 가로되,

 "어찌 함부로 방귀를 뀌느냐?"

하니,

 김매던 여인이 발연히 대소하고 흘겨보며, 냉정히 답해 가로되,

 "보리밥 먹고 종일 김매는 사람이 어찌 방귀를 뀌지 않으랴."

 사령이 눈을 부릅뜨고 무섭게 움직여 가로되, 

"관가로부터 잡아들이라는 분부가 있었다."  하고 그 팔을 이끄니, 여인이 겁을 내고 기운이 꺾이어 여러 가지로 얘길하여 가로되,

 "다른 곳에도 또한 방귀 낀 여인이 있겠으니, 나를 버리고 다른 이를 잡아가면 그 은혜가 막대하리라." "내 마땅히 그대의 청을 들어주리니, 그대도 또한 나의 청을 들어 주겠는가? 그렇지 못하면 잡아 가리라." "사양치 않으리라." 

 사령이 이에 손을 이끌고 밭으로 들어가 곧 일을 치르고 난 뒤에 김매는 여인에게 일러 가로되,

 "다시 또 함부루 방귀를 뀌면 내 또 반드시 오리라." 하니 여인이 웃으면서 대답치 않았는데, 사령이 몸을 일으켜 길에 올라가더니, 여인이 밭 가운데 서서 멀리 그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고, 문득 소리 높여 사령을 연이어 불러 마지 않으니, 사령이 머리를 돌이켜 가로되

 "어찌하여 불렀는가?"

 "내 또한 방귀를 뀌었소."

하니 사령이 소매를 후리치며 가로되,

 "네가 자못 방귀를 뀌었을 뿐 아니라 바로 똥을 눈게 아니냐?" 하였다. 

 

비평하여 가로되 "그대가 방귀를 뀐 것 뿐이 아니라 비록 방분하였더라도 내가 다시 할 뜻이 없노라." 하는 것이다. 다시 가로되 방귀의 죄는 곧 방귀의 나온 바 생리작용이니, 생리의 범죄는 곧 陰戶의 충격을 받은 바이니, 이웃동네의 延坐法이 없는 것이라.   

                                                                   <陳談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