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一家天子/窃婢逐盜/結婚姻

如岡園 2023. 1. 26. 21:59

          # 일가천자(一家天子, 한집안의 천자)

 한 노인이 아들만 십오 형제 두었는데 항상 말하기를,

 "우리 집은 한 나라인데, 나로 말하면 곧 천자이시요, 나의 처로 말하면 황후일 것이요, 세 아들은 三公이요, 여섯 아들은 六丞旨요, 다음 여섯 아들은 六卿이라." 하고 무릇 집안의 政事를 稟한 후에 행하며, 형벌과 법령의 시행에는 반드시 邦典을 좇아 행하였다. 그 노인이 죽음에 다달아 처의 손을 잡고 최후의 눈을 감으며 이르되,

 "황후 황후여 ! 朕은 이제 장차 崩御하노라." 하고 말하니,

 이를 전해 듣는 자 있어 냉소해 마지 않았다. 

                                                                                                   <禦眠楯>

 

          # 절비축도(窃婢逐盜, 도적을 쫓아낸 여종)

 李哥란 자가 朝官으로 있어 그 부리는 여종을 항상 훔치더니 어느날 여종을 이끌고 자기의 莊園에서 거사할쌔, 그 合歡의 형상이 숲 사이에 가리어 비치거늘 여러 床奴들이 이를 잘못 보고

 "이 도둑놈아......" 하고 큰 막대기로 치려 하면서 고함까지 지르니, 이가의 처지가 난처하여 그 여종을 부지런히 나무가지 사이에 숨겨 놓고 갑자기 나와 이르되,

 "도둑이 어데 있느냐?"

 하고 꾸짖으니 상노 아이들이 비로소 그 사실을 알고 웃음을 참으면서 이르기를,

 "이미 담을 넘어 도망했소이다."

 하니 이가가 천천히 돌아서며 이르되,

 "내가 만약 도둑놈을 보았던들 한 주먹에 능히 쳐 없앴을 것이다." 하고 뇌깔이니 상노놈들이 서로 쿡쿡 찌르며 웃음을 참고 물러갔다. 

                                                     <禦眠楯>

 

          # 결혼인(結婚姻, 결혼은 밧줄로 동여매는(結) 것이다)

 전라도 남원땅에 진 서방이라는 자가 있어 성정이 추악할 뿐 아니라 영맹하기도 하였으나, 다뭇 해학 섞인 말을 잘하고 이야기를 썩 잘 함으로써 그것으로 겨우 여러 사람들의 호기심을 이끌 정도였다.

 그런데 그가 어느 해에 돌산만호(突山萬戶)를 위하여 순천부에 이르렀더니, 부사가 그의 추맹불순함을 보고는 술책을 써서 그를 한번 골려 보고자 하여, 말 잘하는 기생을 골라 그날 밤에 薦枕케 하였다. 그리고 사람을 시켜 그의 거동을 엿보게 하였다.

 과연 밤이 이슥해지자 진 서방이 말 잘하는 기생을 범하고자 하나, 기생이 말로써 이를 모면코자 하거늘 이에 진 서방은 굵은 밧줄을 구해다가 기생의 사지를 꽁꽁 동여매 놓고 음탕한 짓을 마음대로 하였다. 이튿날 아침 조반상 앞에서 부사는 진 서방을 보고,

 "그래 간밤에 수청 기생이 말을 잘 들읍디까?"

 하고 물으니 진 서방이 대답하되,

 "천하대장부가 어찌 아녀자의 항거함을 받으리오. 그는 순순히 나에게 몸을 허락하였소이다."

 하니,

 부사가 웃으며 가로되,

 "내 또한 들어 아는바라. 어찌 섬섬 약질을 참아 혹독한 위엄으로써 굴복했으랴"

 진 서방은 일이 탄로되었음을 알고 곧 엎드려,

 "武夫는 서책을 알지 못하오니 다뭇 읽은 것이라고는 曆書밖엔 없소이다. 역서엔 이르되 結婚이란 맺는(結)다 하였으므로 그와같이 하였습니다."

 하고 대답하니 부사는 허리가 아프도록 웃었다. 

                                                                          <禦眠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