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방불출(橋榜不出, 교하방은 나오지 않았다.)
옛날에 한 선비의 아들이 글이 짧더니, 과거장에 들어가서 아침서부터 밤에 이르도록 소매 속에 시저(試楮,시험지)를 감췄다가, 가만히 다리 아래에 던지고 돌아오거늘,
榜이 나붙으매 여러 집에서 종을 보내어 방을 볼쌔 그 선비도 또한 종으로 하여금 가 보게 하니, 종이 말해 가로되,
"교하방(橋下榜)은 아직 나오지 않았소이다." 한데,
듣는 자가 모두 웃었다.
<蓂葉志諧>
# 삼물구실(三物俱失, 세가지 물건을 모두 잃다)
한 선비가 완악한 종놈을 두었는데,
데리고 다른 집에 갔더니, 어두워 오매 경계해 가로되,
"너 절대로 졸지 말고, 자지 말고, 釜子 鞍匣(말 안장 밑가리개) 및 大分土(가죽신)를 잘 보살펴라."
이튿날 아침에 종이 먼저 고해 가로되,
"부자를 이미 잃었습니다."
그 주인이 물어 가로되,
"진실로 가히 아까울 일이나 대분토와 안갑은 그대로 있겠지!"
종놈이 가로되,
"분토는 이미 안갑보다 먼저 잃었습니다."
하였다.
<蓂葉志諧>
# 칙간첨어(廁間瞻語, 칙간에서 나는 헛소리)
어느 행객이 주인집에 들어가서 작도를 보고 슬적 가져 가려고, 새벽녘에 뒤보는 곳에 갔다가 그의 종을 시켜 뒤보는 휴지를 가져 오라 한데,
종이 행구 수습하노라고 바빠서, 집 주인을 청하여 대신 드리게 하니,
객이 자기 종놈인줄 알고 귀에 대고 일러 가로되,
"주인집 작도는 심히 좋은즉 말 안장 속에 달아매고 가자."
하거늘,
주인이 엎드리면서 가로되,
"작도는 그것 하나 뿐인데 가져 가시면 어떻커겠습니까?"
한즉,
객이 악연히 놀래 가로되,
"너의 집 뒷간에서 어찌 사람으로 하여금 헛소리가 나느냐?"
하였다.
<蓂葉志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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