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내병재오(內病在吾)/송이접신(松栮接神)

如岡園 2023. 7. 7. 20:08

          # 내병재오(內病在吾, 속병이 내게 있소)

 

 옛적에 한 의원이 평생에 웃지 않는 것으로써 세상에 유명하거늘, 동네의 못된 소년의 무리들이 서로 의논하기를 

 "아무개 집 의원이 평생에 웃지 않으니 우리 가운데 능히 의원으로 하여금 웃게 하면 마땅히 큰 상을 차려 주리라."

 "맹세를 저버리지 않겠느뇨?"

하고 한 사람이 말하니

 "어찌 그럴리가 있겠느냐?

하고 여러 사람이 말했다.

 그 소년이 비단 수건으로 왼손을 겹겹이 동여매고 의원의 집을 찾아갔는데 의원이 단정히 앉아 물어 가로되

 "그대가 무슨 일로 왔느냐?"

 "내환으로써 십분 증상이 위중하여 왔습니다."

 소년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하니, 

 "병세가 어떠하냐?"

 "뭐라고 형언할 수도 없고 內病이 내 몸에 있소이다."

하니 여럿이 그 뜻을 알 수 없었다. 의원이 괴상히 여겨

 "내환이 그대의 몸에 있다 하니 그게 농으로 하는 말이 아니냐?"

 의원이 자기도 모르게 크게 웃었다.

 "어찌 존장께 농을 걸리오."

 이에 왼손을 펴고 그 거듭 맨 곳을 푸니, 곧 손바닥 위의 큰 종기라. 의원이 괴상히 여겨 

 "손바닥 종기가 무엇이 내환이냐?"

 "내가 집이 가난하여 아직 장가 가지 못해서 항상 왼손으로 손장난을 하였더니, 이제 掌腫으로 능히 손장난을 못하게 되었은즉, 이것이 어찌 內病이 아니겠소?"

 의원이 자기도 모르게 크게 웃었다.

  소년이 돌아와 여러 사람을 보고 말하니, 여럿이 또한 크게 웃고 맹약에 의하여 큰 상을 차려 먹게 하였다.

                                                                                                                                                            <奇聞> 

 

 

          # 송이접신(松栮接神, 과부의 정기로 접신한 송이.)

 

  한 과부가 여종을 두었는데 여종이 또한 그 남편을 잃어 서로가 청상과부였다.

 주인과부가 여종을 보고,

  "네가 천한 사람으로 어찌 개가(改嫁)치 않는가?"

  "주인이 청상(靑孀)으로 계신 터에 소인이 어찌 남편을 탐하여 홀로 즐기리이까? 원컨댄 종신토록 개가치 않겠나이다."

 하니,

 주인이 그 정절을 가상히 여겼다.

 때마침 중추절을 당하여 동네에 송이 장수가 지나가니, 주인이 여종으로 하여금 그 가운데 길고 큰 것으로 서너 개를 가리어 가져 오게 한 후에, 주인과 여종이 서로 본즉 흡사히 그것은 남자의 물건과 같은지라, 여주인이 

 "이는 큰 송이니 값의 고하를 막론하고 사오라."

 하여 여종이 곧 사서 들이매, 춘정(春情)을 이기지 못하고 주인과 여종이 서로 희롱하여 남녀의 행사와 똑같이 하니, 취미가 극히 좋은지라, 이에 실겅 위에 올려 놓고 이름하여 덕거동(德居動)이라 하고, 자못 한가할 때에는 서로 서로 음란한 장난을 희롱하였더니,

 하루는 또한 체장수를 불러 집안에 있는 체는 모조리 고치라고 이르매, 체를 내어 주고 안으로 들어가 행사를 하는데, 원래 송이에 두 과부의 精氣로 인하여 接神을 한 고로 만약 더거동(德居動)이라고 석 자만 부르면 문득 그것이 뛰어 내려와서 사람의 손을 기다리지 않고 자동적으로 행사를 하게 마련이라,

 이 때에 체장수가 밖에 있을 때라, 주인 과부가 또한 덕거동을 불러 음란을 행할쌔 체장수가 일을 마쳤는데, 여종이 오래 나오지 않거늘, 부득이 스스로 생각하되, "안방에서 아까 덕거동을 불렀으니 반드시 이는 아이의 이름이리라!" 하고 곧 크게 덕거동을 부르며 빨리 나오라 한즉,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문득 한 물건이 돌출하여 체장수를 엎어 놓은 후에 바로 뒷구멍을 찌르는데, 그 아픔을 견디기 어려운지라, 크게 놀라 체 고친 값도 받지 않고 몸을 빼어 달아나거늘,

 그 후에 우연히 동무 체장수를 만나 그 곡절을 말하니, 벗이 믿지 않고, "그대의 말이 헛되고 미친 수작이라 어찌 이와 같은 이치가 있으리오." 하니

 "그대가 만일 내 말이 믿어지지 않으면, 그 집에 간 후에 체값을 그대가 받아 가져도 내 말하지 않으리라."

 벗이 곧 그 집에 가서 또한 '덕거동' 하고 부르니,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문득 한 물건이 뛰어 나와 그 사람을 넘어뜨리고, 쇠망치 같은 물건으로써 곧 항문을 찌르니,

 그 사람이 크게, "사람 살리라.' 하고 외치거늘,

 체장수가 멀리 서서 바라보다가 비웃으면서,

 "만약 그와 같이 맹독한 것이 아니더면 내가 어찌 체값을 너 받아 먹어도 좋다고 했겠느냐?" 하고, 돌아다 보지도 않고 도망해 가더라.

                                          <奇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