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행시합(輪行時合, 바퀴가 굴러가는 것과 같다)
한 선비가 촌집에 투숙하였는데, 이웃집 여인이 있어 잠간 주인집에 와서 두어 마디 하고 돌아가는데, 아름답기 그지 없는지라, 선비가 몰란 겨를에 정신이 기울어지고, 뜻이 쏠려서 그의 종을 돌아다보고 일러 가로되,
"저 예쁜 여인이 나로 하여금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니 어쩐 일이뇨?"
종이 가로되,
"별일 있을라구요? 소인도 그 사람을 보고 마음 가운데 또한 불편하니, 주인님의 속이 불편하심은 정녕코 바퀴가 굴러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였다.
<蓂葉知諧>
#불교주죽(不較酒粥, 술을 마시는 것과 죽을 먹는 것을 어찌 비교한단 말인가)
蔡참의 충원이 밥을 잘 먹고 술을 즐기지 않는데, 일찌기 관동의 방백이 되었거늘, 조카인 호주 유후가 서울에 있어 그의 出巡함을 듣고 그 벗에 일러 가로되,
"듣건댄 叔께서 출순하니 생각컨댄 경포대 위에서 반드시 콩죽을 한 차례 먹으리라."
하거늘, 대개 경포대는 경치가 절승이므로 콩죽을 먹고자 한다는 말은 그 숙부의 능히 술마시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충원이 마침 연고가 있어 강릉엘 가지를 못하고 돌아왔는데, 얼마 후에 방백을 그만두고 돌아왔다. 이로써 마침내 경포대를 보지못하였더니, 벗들이 유후의 말을 외우면서 기롱하거늘, 충원이 크게 노하여 유후를 불러 꾸짖어 가로되,
"네가 어찌 예의없이 숙부를 侵議하느뇨?"
유후가 低首하며 대해 가로되
"그런 말한 일이 없읍니다."
충원이 더욱 노해 가로되,
"아모개 아모개가 친히 듣고 전하는데 네가 안했다고 잡아 떼느냐?"
유후가 가로되,
"그것은 벌써 숙부께서 반드시 경포대에 도닳하지 못하실 터인데, 죽을 마시는 것과 술을 마시는 것으로 또한 어찌 비교할 줄 알 수 있으리까!"
한데 중원이 묵연 대답치 못하고 一座가 모두 웃었다.
<蓂葉志諧>
#주담지곤(做談止困, 고담 중지의 어려움)
南宮 正郞 鈺이 해학 풍자를 즐기고 옛얘기를 잘 하거늘, 일찌기 경차관으로써 전주에 갔다가 일로 인하여 오래 머물었더니, 때에 呂참판 아모개가 방백이 되매 差官房妓로 하여금 매일 반드시 차관의 고담을 듣고 와서 말할 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볼기치리라 하여, 방기가 매양 옥에게 굳이 얘기케 하매, 옥이 자못 하기 싫어도 하다가 이에 일부러 한 가지 고담을 지어 가로되,
"옛날에 한 과부가 있으니 장성한 아들 수인이 있는데도 개과코저 하거늘, 여러 아들이 간해 가로되,
"우리들이 이에 성장하면 가히 문호를 지탱할 것이요, 의식이 또한 심히 어렵지 않은즉 무슨 일로 이러한 계획을 하시오니까?"
어미가 가로되,
"너는 웃입으로써 중하다 하느냐? 나는 아래 입으로써 크다고 하니 할 수 없다. 내가 呂씨의 가문의 呂字를 보지 못했느냐? 역시 아랫입이 크지 않더냐?"
이튿날 아침에 기생이 내려와 뵈인즉 呂감사가 또한 옛이야기를 재촉하는지라. 연고로 기생이 鈺의 말로써 사뢴즉 감사가 묵연히 다시 묻지 않더라.
<蓂葉志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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