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각형출(擧脚兄出, 다리를 드니 형이 나오다)
소년의 무리들이 서로 모여 앉아서 함께 외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한 소년이
"우리 형님 집에 한 童婢가 적이 美色인지라, 집밖에 불러내어 바야흐로 그 일을 하려고 다리를 드는데, 형님이 나오므로 능히 성사치 못하였다."
하거늘 듣는 자가 비웃었다.
<禦睡錄>
# 탐문옹수(探問翁睡, 영감이 잠들었던가를 물어보다)
한 늙은 부부가 한방에 함께 있는데 여인은 등불 아래에서 솜을 고르고 있고, 영감은 꼬부리고 누워 잠간 눈을 붙이었더니, 여인이 잘못하여 크게 방귀소리를 내고는 그 영감이 알까 저허하여 이를 시험코자 하여, 일부러 하품을 하면서 영감을 불러 이르되,
"영감 주무시오?'
"왜 부르오?"
"홀로 쓸쓸히 누워 계시므로 불쌍해서 물어 보았소."
"나를 불쌍히 여기는 소리와 냄새가 어찌 소란한지 견딜 수가 없구려.' 한즉 여인이 몰란 겨를에 얼굴이 붉어지며, 등불을 끄고 몸을 숨기며 감히 다시 말하지 않았다 하는데, 이것이 비록 이 촌가의 한 老軀의 일일지나, 이미 실례로써 부끄러운줄 알았거든 백발이 성성한 나이에서도 마침내 당돌하고 까부는 태도가 없으니, 진실로 가상할 만한 일이로다.
<禦睡錄>
# 체모개산(髢毛蓋散, 땋은 머리를 흩으려 놓다)
전라감사의 대부인 마님 회갑 잔치날에 衙中에 대연을 베풀고 많이 초청할쌔, 가까운 수령들의 室內와 및 경향 친척집 부인이 다 모였는데, 다만 진주 판관의 실내는 해가 저문데도 오지 아니하였다. 그리하여 영문내아로부터 童妓를 보내어 빨리 오라고 전갈케 한즉, 동기가 본부 내아에 갔는데, 고요하여 사람의 소리라곤 없고 방문이 잠겼는지라, 동기가 창틈을 조차 엿본즉 판관부처 바야흐로 그 일을 벌리고 있었다. 동기가 웃음을 참지 못하여 나오다가 府衙의 官婢를 만나 전갈할 말을 통해놓고 왔는데, 영문에 돌아오자 그냥 땅바닥에 엎드리면서 웃거늘, 만좌의 여러 부인이 묻지 않은 이 없는지라, 동기가 가로되,
"판관진사님 마마가 손으로 머리카락을 버티며 두 눈이 감기듯 인사불성에 빠졌는데, 바야흐로 판관의 배 아래에 계신 고로 전갈치 못하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한데, 여러 부인이 다 웃고 영문 내아가 훤동(喧動)하더라. 감사 부인은 원래 귀머거리로 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라, 이에 물어 가로되,
"너희들은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 웃느냐? 이 늙은이로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것이 옳도다."
하니 여러 부인이 다 입을 닫고 고해 가로되,
"소년배가 그 나이 어린 동기들의 하는 바를 보고 이와 같이 웃으니, 가히 長者尊前에 앙탈치 못할일이로소이다."
하며 자세히 그 일을 고하지 아니하거늘 대부인이 노해 가로되,
"너희들은 일컫되 나를 위하여 잔치를 베풀매, 새 옷으로써 나를 입히고 새 치마로써 나를 띠게 하여, 낯낯이 서로 손가락질하여 웃은즉, 너희들은 반드시 내가 솜 많이 놓은 비단옷을 입은것이 술독을 끌어안은 것과 흡사해서 그렇게 웃음이 아니냐? 내가 차라리 너희들에게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라면 오늘 잔치를 하지 않음만 같지 못했도다."
한즉, 여러 부인이 황공함을 이기지 못하여 앞에 나아가,
"본부 판관의 부인이 판관으로 더불어 바야흐로 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여도,
마마께서 귀가 어두워 알아듣지 못하고 또 다시
"네가 무어라고 했느냐?"
하고 물으니, 그 부인이 높고 큰소리로 다시 세번 네번 그 말을 되풀이 할쌔, 판관 부인 행차가 이미 가마에서 내려 뜰에 이르다가, 문득 방안에서 높은 소리로 판관의 처 일을 떠드니, 몰란 겨를에 홍색이 만면하여 나아가기는 어렵고 물러서기도 쑥스러워서, 겨우 노인의 앞에 나아가 뵈입고 절한즉, 마마가 웃음을 먹음고 위로하여 가로되,
"이 늙은이가 여기 있기는 한데 이제 듣자니 本府마마가 한 바탕 좋은 일(一場好事)을 지어 얻었다 하는데, 마마의 머리카락이 거칠지 않은 것이 가히 이상하다. 옛날 순찰사 부친 생신에 매양 이와 같은 일을 좋아하여 내가 그 욕을 받았은즉, 머리카락이 매양 흩어져 있었단다."
하니 여러 부인이 듣고 입을 닫고 웃음을 참노라고 애를 쓰더니라.
<禦睡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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