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책아면(開冊兒眠, 책을 펴들기만하면 아이가 잠든다 )
한 부인이 아들을 낳았는데 아이가 밤낮으로 울기만 하거늘, 그 며느리가 한 권의 소설책을 가지고 아이의 앞에 펴 놓거늘, 그 시어미가 괴상하여 그 연고를 물으니,
"이 아이의 아비가 평일에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이 책을 펴 들기만 하면 잠이 들어버립니다."
하니 시어머니가,
"그애 아비야 그 문장의 재미를 알기 때문에 그렇지만, 아기야 어찌 그것을 좋아하랴?"
과연 책을 편 지 조금 후에 아이가 잠드는지라 며느리가 이르되,
"노인은 망녕되이 사리를 알지도 못하면서."
하고 중얼거렸다.
<禦睡錄>
# 상소성명(相笑姓名, 통성명을 하고 서로 웃었다.)
두 사람이 함께 주막에서 만나 서로 성명을 통할쌔, 한 사람이 가로되,
"나는 方必正이오."
"나는 洪汝廣이오."
하며 인사를 한 후에 두 사람이 코를 막고 웃는데 方이 먼저,
"그대는 왜 웃는고?" 하니, 홍이 가로되
"그대의 성명을 들은즉 어찌 둥근 뜻이 하나도 없는가!"
"나의 웃은 바도 그대의 성명 때문이니, 그대의 성명은 어찌 사방의 넓은 것만 알고 왜 하늘 높은 뜻은 모르느냐?"
하고 까더라.
<禦睡錄>
# 거선갱고(擧扇更高, 들고 있던 부채를 다시 높여잡다)
守令 한 사람이 있어 모든 일에 不敏한 데다 자못 오만불손하여 그 腦後의 부채질이 사람으로 하여금 가히 밉상스럽게 하였다. 그리하여 육방관속의 웃음거리가 되었더니,
하루는 나이 젊은 衙前이,
"내가 안전(사또)의 머리 뒤에서 흔들어대는 부채로 하여금 갑자기 턱아래로 내리게 할 터인즉, 여러분은 나에게 무슨 상을 주겠는가?'
여럿이 가로되,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반드시 주효로써 사례하리라." 하니,
연소한 아전이 그 동료와 함께 삼문밖에 들어가서 동헌을 엿보게 하고, 곧 엉금엉금 기어서 동헌방 아래 기어들어간즉, 사또가 삿갓에 의관 속대하고 엄연히 정좌하여, 부채를 들어 크게 열어 뇌후로부터 무릎에 이르도록 서서히 一周하며 거만하게 가로되,
"넌 어찌하여 들어왔느냐?" 하니,
젊은 아전이 "좌우를 물리쳐 주십시오." 하여 통인과 책방까지 나가라 하고 가만히 고하여 가로되,
"지금 헌옷에 찢어진 갓을 쓴 자가 와서 구경하는 고로 마음에 크게 괴상타 생각했더니, 이게 또한 행색이 서울사람 비슷한 몇몇 사람이 역마와 너다섯 역졸을 거느리고 무엇을 기다리는 것 같더니, 五里程 근처에서 어정대거늘 소인의 어리석은 생각에 지극히 수상한 고로 감히 이와 같이 가만히 품해 올리나이다."
하니,
사또가 크게 놀래 얼굴빛이 흙빛이 되며, 겨우 그 부채를 서너번 폈다 접었다 하더니, 턱밑에서 흔들어 가로되,
"이는 반드시 암행어사이니 너는 어찌 진작 와서 말하지 않았느냐? 너는 빨리 나가서 다시 그자들의 행색을 알아 오너라." 하며 자리에 앉되, 편안치 못해 일어났다 다시 앉고 앉았다 다시 일어나며, 젊은 아전이 밖으로 나올 때에 동헌을 두루 돌아가는 것이 그 얼마인지 모르겠고, 부채질은 급히 하는 것이 성화와 같거늘 젊은 아전이 그 동료들에게 나와서,
"나의 기술이 어떠한고?" 하니, 여럿이 가로되,
"기특하도다. 그대는 어떠한 용법으로 능히 안전으로 하여금 부채 흔들기를 그와 같이 하도록 했느냐? 이제 주효를 전에 약속했던 것의 곱배로 하리라."
젊은 아전이 응답한 후에 곧 총총이 가볍게 걸어서 들어간즉, 사또가 부채를 흔들면서 재촉해 불러 가로되,
"무슨 소문을 들었는고!"
"아까 그 걸객들이 작반하여 큰 길을 따라 내려가니 어느 곳으로 갔는지 알 수 없읍니다."
"무엇하러 어사가 감히 나의 지경에 들어오겠느냐?"
하고 희색이 만면하여 곧 높은 손으로 부채를 들어 천천히 전과 같이 부치니, 엿보는 자가 크게 사또의 愚痴를 비웃었다.
<禦睡綠>
'유모어의 한국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완성매(齒腕成媒)/반반견(般般犬)/웅벽력(雄璧靂) (0) | 2023.09.15 |
---|---|
거각형출(擧脚兄出)/탐문옹수(探問翁睡)/체모개산(髢毛蓋散) (3) | 2023.08.24 |
내병재오(內病在吾)/송이접신(松栮接神) (0) | 2023.07.07 |
윤행시합(輪行時合)/불교주죽(不較酒粥)/주담지곤(做談止困) (1) | 2023.06.10 |
橋榜不出(교방불출)/三物俱失(삼물구실)/厠間瞻語(칙간첨어) (1) | 2023.05.11 |